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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5일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1차 경선 통과자는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이해찬 전 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한명숙 전 총리, 이렇게 다섯 명이었다.

대선불출마 선언으로 대통합민주신당 결성의 돌파구를 열었던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함께 이들 5인은 당시 많이 쓰던 표현으로 '민주개혁세력' 유력자들이었다.

최근 들어 이들의 동정과 근황을 전하는 기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 전 의장과 손 전 대표는 내년 4월 재·보선 출마와 관련돼 이름이 거론되고 있고, 정세균 체제의 민주당이 침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유의 하나다.

이들 모두 '전' 자가 붙어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최근의 생활모습이나 현실정치와 거리 정도 등에서는 적지 않은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정동영] 미국으로... "전주 덕진 출마, 참모들은 팽팽"

지난 7월 2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듀크대 초청교수 자격으로 연수를 떠난 정동영 전 의장은 다섯달째 인구 5만명 정도의 소도시 채플힐 교외 아파트 2층에서 부인 민혜경씨와 단 둘이 살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처럼 미국에서도 바쁘다. 수행원이나 기사 없이 직접 운전해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했다고 한다. 남북관계를 주제로 한 강연도 활발하다. 워싱턴과 뉴욕도 초청강연을 위해 여러 차례 방문했고, 12월까지 스탠퍼드·버클리·컬럼비아·UCLA대학과 코리아소사이어티 강연이 예정돼 있다.

그 자신도 "한가할 틈이 없는 팔자인 것 같다(22일자 <한겨레>)"고 할 정도다. 미국으로 떠날 때도 "훌륭한 정치에 대해 생각하고 공부하고 책도 보고 사람도 만나 제 나름대로 그림을 한 번 그려 보겠다"고 했었다.

최근 그에 대한 최대 관심사는, 전주 덕진 선거 출마 여부다. 이 지역은 김세웅 의원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까지 벌금 500만원 형을 받아 내년 4월 재·보선 가능성이 높다. 전주 출신인 정 전 의원은 15·16대에 이 지역구에서 전국 최다득표로 당선됐고, 17대 때는 채수찬 전 의원에게 물려줬다.

최규식 민주당 의원은 "본인은 아무 말씀을 않았지만, 참모들은 '국회의원으로 끝낼 것이냐'는 반대 의견과 '긴 호흡으로 보면 원내로 들어와야 한다'는 찬성 의견이 팽팽한 상태"라고 전했다. 최 의원은 정 전 의장의 고교·대학 후배로 국내인사 중 가장 자주 연락하는 사이다.

최 의원은 "정 전 의장이 듀크대와 칭화대에 각각 1년 연수 허가를 받아놓았기 때문에, 듀크대에 더 머물러도 되고 칭화대도 내년 3월이나 9월학기에 들어갈 수 있다"면서 "내년 3월에 칭화대로 간다는 것이나 내년 초쯤 국내에 들어온다는 것 중 어느 것도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한달 전부터 본격적으로 강연을 재개한 상태"라고 전했다.

정 전 의장 쪽에는 "출마를 부추기는 사람들은 자신의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시각도 많아, 4월 재보선 출마를 놓고 적지 않은 고민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본인은 거론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듀크대 도서관에 있는 정동영 전 의장.
 듀크대 도서관에 있는 정동영 전 의장.
ⓒ 정동영 미니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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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원으로... "수원 장안 출마? 언론에서 만든 이야기"

올해 1월부터 7월 초 정세균 체제 출범 때까지 당을 이끌던 손학규 전 대표는 부인 이윤영씨와 강원도 춘천 인근 전원주택에서 살고 있다. 그의 지인에게서 빌려쓰고 있다고 한다.

9월 말 그의 친구가 '손 전 대표에게 받은 글'이라며 인터넷에 올린 글에는 "나는 요즘 강원도 산골에 묻혀 마누라하고 조용히 지냅니다, 뒷산이 좋아 자주 산에 오르고 한가하게 이 생각 저 생각 하며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지리산) 노고단부터 천왕봉까지 종주를 하고 왔습니다"라고 최근 생활이 설명돼있다.

10월 중순에 그를 방문했던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산중턱에 위치한 아담하고 소박하게 지은 전원주택"이라며 "집 마당 텃밭에는 막 캔 고구마들이 널려 있고… 사모님은 닭장을 왔다갔다 하면서 막 나온 계란을 얻으려고 분주한 모습"이라고 소개했다.

언론 보도는 박종희 한나라당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2심에서 벌금 500만원 형을 선고받아 내년 4월 재보선 가능성이 높은 수원 장안 지역에 손 전 대표가 출마할 것인가에 대한 추측성 기사가 대부분일 뿐, 사회 이슈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그의 홈페이지나 팬클럽 사이트 등에 간간이 산행 등에 나선 모습을 전하는 글과 사진이 올라오는 정도다.

손 전 대표는 9월 8일 민주당 상임고문에 위촉됐는데, 10일 정세균 대표가 상임고문단과 오찬을 했지만 그는 참석하지 않았다. 민주당 내에 그를 대리하는 의원도 없는 상태다.

총선에 출마했던 서울 종로 지역위원장 자리는 유지하고 있다. 한 측근은 "종로지구당에 행사가 있으면 직접 운전해서 잠깐씩 왔다가시는 정도를 빼면, 이후 큰 정치를 위한 휴식기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재보선 출마에 대해서도 "손 전 대표와 박종희 의원의 관계도 있고, 기본적으로 언론이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일축하면서 "설사 당에서 출마하라고 해도 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희 의원은 손 전 대표가 한나라당에서 대선 출마를 준비할 때 비서실장이었다.

일단은 퇴임 기자회견에서 "내가 할 일은 무엇인지 비울 수 있는 데까지 비우고 저 자신을 돌아보겠다"고 했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0월 등산에 앞서 부인 이윤영씨와 나란히 선 손학규 전 대표.
 지난 10월 등산에 앞서 부인 이윤영씨와 나란히 선 손학규 전 대표.
ⓒ 61산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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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광장>으로... "어떤 식이든 나라에 필요한 일 하면 정치"

지난 1월 10일 손학규 전 대표가 대통합민주신당 대표로 당선되자마자 바로 그날 오후 탈당했던 이해찬 전 총리.

4월 총선에도 불출마하면서 정치일선에서 물러섰지만 3월에 진보개혁진영 싱크탱크를 지향하는 광장(재단법인)을 만들어 이사장을 맡았고, 10월에는 계간지 <광장>을 창간해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그는 홈페이지에 올린 '새로운 진로를 찾아서'라는 글에서 "한국의 개혁진보진영이 제대로 길을 찾게 하는 게 '광장'의 설립 목적"이라고 했다.

<광장>은 감세안 등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계속 비판했고, 격주로 발간하는 '이슈브리핑'도 25일까지 12호가 나왔다. 넓은 의미에서 정치활동을 중단한 것은 아닌 셈이다.

 이해찬 전 총리(자료 사진).
 이해찬 전 총리(자료 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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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0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도 "어떤 방식으로든 국가에 필요한 일을 하면 그게 정치 아닌가, 구태여 국회의원을 하기 위해 출마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했다. 지인들에게도 "나이 60이 넘으면 판단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 나이 넘어서 선출직에 도전하는 것은 국민한테 폐를 끼치는 일"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 전 총리의 한 측근은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인사들은 일단 각자 일하고 있는 상황이고, 총리는 여의도 광장사무실에 매일 출근해서 독서에 몰두하고 있다"며 "총리가 친구들에게 미안해할 정도로 검찰이 우리 쪽도 6개월간 집중적으로 뒤졌는데 이제 끝난 것 같다"고 근황을 전했다.

그는  "총리는 동북아 평화체제, 사회적 대타협 문제에 대한 토론회, 책 출간 등을 통한 정리와  정도전·박지원·정약용 등에게서 우리 개혁사상의 원류를 끌어내는 작업 두 가지를 하고 싶어 한다"면서 "독서도 이 쪽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 놓았던 골프채도 다시 잡았다고 한다.

김근태 전 의장, 천정배 의원 등이 추진하고 있는 민주연대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유시민] 대학으로... '비정규직 교수노동자'

강단에 선 유시민 전 장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경북대 시간강사로 초빙돼 5일 첫 강의하는 모습.
▲ 강단에 선 유시민 전 장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경북대 시간강사로 초빙돼 5일 첫 강의하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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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학강의와 강연 등으로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26일 경희사이버대학교 리더십 특강에서 "지금 정부의 대북 정책은 안드로메다로 출장을 갔는지 아무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완전 백지 상태 같다"며 녹슬지 않은 입담을 과시했다. 지난 1월 대통합민주신당을 탈당했던 유 전 장관은 그 후신 민주당에 대해서도 "무슨 주장을 하는지 잘 모르겠고 들어본 적도 별로 없다"며 "딱 하나 기억나는 것은 소득세·법인세 인하하지 말고 부가가치세를 인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20일 아주대학교 초청강연에서는, 한미FTA와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판했던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에게 "진보신당은 근거 없는 도덕적 우월감을 버려야 한다"며 "심 대표가 노 전 대통령의 답변과 문제제기엔 제대로 응하지 않고 논점을 벗어나는 자기주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진중권 교수가 곧바로 반박에 나서는 등 그는 여전히 뜨거운 존재다.

경북대에서 정규과목인 '생활과 경제'를 강의하고 있는 그는 첫 수업에서 자신을 "비정규직 교수노동자"라고 표현했다. '사이버 강의실(http://usimin.tv)도 개설해, 강연 내용을 올리고 있다. 강의 주제도 경제사회적 양극화, 성장과 고용, 지식정보화와 지역경제발전, 공기업 민영화 등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과 직접 연결되는 내용들이었다. 원래 수강정원은 300명이었으나, 최종 420명이 수강신청을 해 경북대에서는 최대 수강과목이라고 한다.

그의 한 측근은 "1주일에 3일은 대구 어머니댁에서 머무르고, 남는 시간은 경기도 고양 자택에서  파주출판단지로 출퇴근하면서 책을 쓰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헌법에 관한 에세이성 글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달 3일에는 11년 역사를 가진 대구지역 중견 인사들 모임인 초월회에 참석해, 대구발전방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경북대가 원한다면 강의도 계속하겠다는 생각이어서 그의 대구 뿌리내리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팬카페 '시민광장'도 활발한 상황이지만, 유 전 장관 쪽은 "향후 정치활동계획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한명숙] 제주도로... 지역위원장도 넘기고 "지역구 출마 없다"

 한명숙 전 총리(자료 사진).
 한명숙 전 총리(자료 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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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총리도 18대 총선 낙선 이후 정치권과는 확실하게 거리를 두고 있다.

그의 옛 보좌관은 "지역구인 고양일산갑 지역위원장 자리도 문병옥 전 도의원에게 넘겨줬는데, 이는 총리께서 다시 지역구에 출마할 일은 없다는 의미"라면서 "현재는 제주도에 내려가 책을 쓰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동덕여대에서 총장 제안을 받았는데, 고사하셨다"고 전했다.

한 총리는 총선 이후에 미국·남미·일본·중국에 강연을 갔다 왔고, 지방대에서도 4·5차례 강연을 했으며, 초대 여성부 장관 출신답게 여성단체 단체 관련 행사는 특히 챙기는 편이다.

남편인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가 지난 2월 서울 효자동에 '길담서원'이라는 서점을 내 한 전 총리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으나, 서점에서 자신의 모임을 여는 홍보대사 수준이라고 한다.

[김근태] 민주연대로... 현실정치 계속한다

총선에서 떨어진 후 침잠했던 '민주화운동의 대부' 김근태 전 의장은 최근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촛불시위에 간간히 모습을 나타냈던 그는 지난 달 민주당 서울시당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마련한 '2010 서울 정치 아카데미' 입학식과 당내 개혁성향인사들의 모임인 '민주연대' 워크숍에 참석했다.

28일에는 '다음'의 아고라 게시판과 개인블로그에 그가 직접 쓴 "강만수 장관은 물러나라, 간절히 바란다"는 글이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내달 2일 그가 천정배 의원 등과 함께 지도위원으로 참여하는 민주연대가 정식 발족하면 그를 바라보는 당내 눈길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흘러간 물"이라는 의견과 "'보수화하고 있는 민주당에 긴장감을 불어넣게 될 것"이라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그의 측근은 "시민의 입장에서 무엇을 중심에 놓아야 하는지가 그의 최대 화두"라며 "17대 국회 임기가 끝난 뒤에 차량과 수행비서 없이 휴대폰과 대중교통을 이용해 혼자 다니신다"고 전했다. 이 측근은 "의장은 정치를 그만둘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상임고문, 지역위원장(서울 도봉갑)과 한반도 재단이사장으로서 활동과 함께 지난 9월부터 한양대 행정·자치 대학원 초빙 교수로 매주 2시간씩 '한국정치론'을 강의하고 있다. 첫 강의는 '9월 위기설'과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논란'에 대한 것이었다고 한다.

 민주당 내 개혁 성향 전·현직 의원 모임인 '민주연대' 창립준비위원회 지도위원인 김근태 전 의원이 10월 8일 저녁 서울 남대문로 YTN 사옥 앞에서 대량 징계 사태를 규탄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민주당 내 개혁 성향 전·현직 의원 모임인 '민주연대' 창립준비위원회 지도위원인 김근태 전 의원이 10월 8일 저녁 서울 남대문로 YTN 사옥 앞에서 대량 징계 사태를 규탄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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