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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탐사대원들은 르웬조리에서 내려온 다음 날부터 케냐로 떠나기 전까지 약 4일간 우간다에서 지냈다.

'줄만 넘어가면 아내가 되는' 카수비 왕릉군

대원들은 이튿날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록돼 있는 카수비 왕릉군을 방문했다. 카수비 왕릉군은 우간다의 옛 왕국 부간다의 4명의 왕이 묻혀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여전히 그들을 위한 제사가 이뤄지고 있고, 왕의 아내를 대신하는 여자들이 무덤을 지키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 유산인 카수비 왕릉군은 부간다의 네명의 왕이 묻혀있는 곳이다.
 유네스코 세계 유산인 카수비 왕릉군은 부간다의 네명의 왕이 묻혀있는 곳이다.
ⓒ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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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들어가기 전, 가이드는 여자들에게 커다란 천을 주었다. 사람들은 모자를 벗고 여자들은 천을 허리에 둘렀다. 왕을 만나기 위해서는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무덤 안은 으스스하기보다는 아늑했다. 우리 옆으로는 왕의 아내들로 추정되는 나이 든 여자들이 앉아있었고, 앞에는 네 왕의 액자가 나란히 걸려 있었다.

무덤 안에는 규칙이 있었다. 움막 안에는 양 옆에 한 줄씩, 그리고 앞에 한 줄이 그어져 있었다. 가이드는 여자가 양 옆의 줄 안으로 들어가면, 그 여자는 왕의 아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의 줄 안으로는 귀족과 같은 고위층만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앉을 때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 왕을 향해 다리를 벌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복장부터 자리까지, 규칙은 왕의 권위만큼이나 엄격하고 까다로웠다.

무덤에서 나오기 전, 나는 아직까지도 우간다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인 왕들의 사진을 봤다. 그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아무리 높은 권세를 가진 사람이라도 죽음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수비 무덤 내부. 왕들의 액자가 걸려있다. 바구니 아래 하얀 선 안으로는 귀족과 같은 고위층만 들어갈 수 있다.
 카수비 무덤 내부. 왕들의 액자가 걸려있다. 바구니 아래 하얀 선 안으로는 귀족과 같은 고위층만 들어갈 수 있다.
ⓒ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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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호수에서 최고의 음식을 맛보다

대원들은 아프리카 최대 호수인 빅토리아 호수를 방문했다. 얼마나 큰지 호수라기보다는 바다라고 불러야 할 것 같았다.
 대원들은 아프리카 최대 호수인 빅토리아 호수를 방문했다. 얼마나 큰지 호수라기보다는 바다라고 불러야 할 것 같았다.
ⓒ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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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들은 다음 날, 아프리카 최대 호수이자 세계 2번째 담수호로 유명한 빅토리아 호수를 방문했다. 얼마나 큰지 호수라기보다는 바다라고 불러야 할 것 같았다.

날씨는 제법 따뜻했다. 하얗고 고운 모래로 둘러싸인 빅토리아 호수는 햇살을 받아 에메랄드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남자 대원들은 호수로 달려가 물속으로 풍덩 빠졌다.

나는 막상 빠지려니 걱정이 들었다. 자칫하면 수영하다가 물을 마시거나 벌레에 물려 질병에 감염될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아프리카에 가면 물가에 가지 말라는 주의를 수도 없이 받았었다. 그런데 대원들이 우간다 학생들과 즐겁게 물장난을 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안 빠질래야 안 빠질 수 없었다.

오지탐사대원들이 우간다 학생들과 물장난을 치고 있다.
 오지탐사대원들이 우간다 학생들과 물장난을 치고 있다.
ⓒ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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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장난에 지칠 때쯤 우간다 학생들은 내게 말을 걸어 왔다. 고등학생들인데 호수로 소풍을 왔다고 했다. 그들은 내게 수영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나는 수영을 배운지가 10년이 넘었기 때문에, 수영이라면 자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보기에 내 수영은 영 아닌 모양이었다. 오히려 나보고 수영을 가르쳐 준다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내 팔을 붙잡고 물장구를 치라고 했다. 나는 별 수 없이 그들의 손을 잡고 헤엄을 쳤다. 수영을 안 배워도 된다는 말은 그들에게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인정이 넘쳤다. 잠시 대원들과 헤어졌던 그들이 돌아왔을 때는, 밥이 담긴 접시와 음료수 병이 손에 들려 있었다. 우리와 점심을 나눠 먹고 싶다는 것이었다.
아무런 음식도 갖고 오지 않았던 대원들은 그들의 따뜻한 마음씨에 감동을 받았다. 비록 음식은 감자와 쌀밥이 전부였지만 맛은 우간다에서 먹어본 음식 중 최고였다.

우간다 학생들은 맛있는 밥과 음료수 병을 들고 대원들에게 돌아왔다. 점심을 나눠먹자는 그들의 따뜻한 마음씨에 대원들은 감동했다.
 우간다 학생들은 맛있는 밥과 음료수 병을 들고 대원들에게 돌아왔다. 점심을 나눠먹자는 그들의 따뜻한 마음씨에 대원들은 감동했다.
ⓒ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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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고아원에서 작은 운동회를 열다

케냐로 간 대원들은 케냐에 도착한 다음 날, 한국인 목사가 운영하는 고아원인 ‘그레이스 컬리지(Grace College)’로 갔다. 빨간 옷을 입은 아이들은 귀여운 합창과 춤으로 대원들을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케냐 고아원 그레이스 컬리지의 어린이. 아이들은 합창과 춤으로 대원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케냐 고아원 그레이스 컬리지의 어린이. 아이들은 합창과 춤으로 대원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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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대원들은 아이들과 함께 작은 운동회를 열었다. 제기를 차는 법을 가르쳐 주고, 함께 2인3각 달리기를 하기도 했다.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하루밖에 없었기 때문에, 대원들은 아이들에게 특별한 하루를 선물하고자 했다.

아이들은 일일 선생님으로 나선 대원들의 말을 잘 따라주었다. 게다가 정도 많아서 대원들의 손을 붙잡고 항상 옆에 붙어 다녔다. 아이들은 여자 대원들의 머리를 따주기도 하고 남자 대원들의 목마를 타기도 했다.

나는 그런 아이들과 함께 사진 찍기 놀이를 했다. 아이들은 사진을 찍는 것도, 사진에 찍히는 것도 무척이나 좋아했다. 아이들이 찍은 아이들 사진에는 그들의 순수함이 묻어나왔다.

그레이스 컬리지의 어린이가 찍은 사진. 사진에 나오려는 아이들이 카메라 렌즈에 얼굴을 들이대고 있다.
 그레이스 컬리지의 어린이가 찍은 사진. 사진에 나오려는 아이들이 카메라 렌즈에 얼굴을 들이대고 있다.
ⓒ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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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탐사대, 그들의 도전은 계속된다!

대원들은 봉사활동을 한 뒤, 아이들에게 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정을 듬뿍 받고 그리운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 돌아오니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공항에서 점심으로 먹은 설렁탕은 내게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인시켜주었다.

이렇게 18박19일의 길지도, 짧지도 않은 오지탐사대의 활동이 모두 끝났다. 아프리카에는 우리가 보고자 했던 오지가 있었고, 도시 수준도 선진국보다 열악했다.

하지만 그만큼 때묻지 않은 사람들의 인정이 가득했고, 대원들은 그곳을 탐사하며 잊지 못할 추억과 대원들과의 우정을 만들 수 있었다. 이제 오지탐사가 끝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가슴 한켠에는 오지탐사대에서의 소소한 기억들이 남아있다.

오지로의 도전은 이렇게 마무리 됐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 대원들은 지금 사회에서 끊임없는 도전을 경험하고 있다. 그 도전으로 새출발을 한 사람도 있고, 도전의 실패를 경험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실패하더라도 그들의 무한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오지에서의 경험은 대원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주었다. 앞으로도 계속될 한국 청소년 오지탐사대. 이를 통해 수많은 젊은이들이 대원들과 같은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태그:#오지탐사대, #아프리카, #우간다, #르웬조리,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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