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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의료생협
 안성의료생협
ⓒ 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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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질병을 앓거나, 몸이 불편해서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를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게 정말 온전히 건강한 상태일까? ‘건강’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몸도 마음(정신)도 아픈 이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건강의 결정요인으로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아 우리 의지로 바꿀 수 없는 생물학적 요인 외에 우리나라 복지제도로 인한 의료복지조직 요인이 있다. 그 밖에 습관화된 생활양식 요인과 사회경제적인 요인, 환경 따위가 있을 것이다. 나 혼자서 해결하기 힘든 요인들, 운동이나 담배 끊기 따위는 사람들과 함께 해나갈 때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나 혼자가 아닌 이웃과 같이 내 건강도 지키려는 마음으로 모인 예비자원활동가들이 있다. 대전 민들레의료생협에서 3기 자원활동가 교육을 받고 있는 조합원들이다. 이들은 11월 26일(수), 안성의료생협을 다녀왔다.

병원으로 올라가는 길
 병원으로 올라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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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동무'는 집으로 찾아가는 간병 돌봄 서비스이다.
 '길동무'는 집으로 찾아가는 간병 돌봄 서비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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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성시 인지동에 있는 안성의료생협은 1994년 4월, 창립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건강한 마을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모범적으로 꾸려가면서 다른 지역 의료생협의 모델이 되고 있는 곳이다. 

이날 석연희씨를 비롯한 10명의 조합원들은 그동안 안성의료생협의 자원활동이 어떻게 시행착오를 겪으며 바닥을 다져왔는지 사무국장 김보라씨와 이사장인 송창호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송창호씨는 수의사이면서 조합원 자원봉사자들의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해 오신 분이다.

안성의료생협 송창호 이사장님. 동네에서 만나는 친근한 아저씨 같은 인상으로 사람들을 편안하게 한다.
 안성의료생협 송창호 이사장님. 동네에서 만나는 친근한 아저씨 같은 인상으로 사람들을 편안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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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활동 초기에 ‘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이라는 말이 있지만 아무리 봐도 주인은 실무자인 것 같았단다. 현실적으로는 조합의 주인이 실무자일 수밖에 없었고, 실무자로서는 한계가 있겠다고 이해한 것이다.

“이사장이 되었는데 이사는 비상근이에요. 그러니 조합이 돌아가는 상황을 잘 모르지요. 조합은 항상 동력을 필요로 하는 곳이지만 조합원들의 주인의식이 결여된 것 같았어요. 10년에서 15년 뒤에는 조합원이 중심이 되고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이 일을 누가 해야 될까요? 바로 자원봉사자들입니다. 조합원들의 자원활동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송창호 이사는 처음 조합원들에게 전화를 걸면서 ‘조합에 나오세요~’하면서 조합 돌아가는 것을 구경하게 하고 점심도 제공했단다. 점점 조합원들을 교육시켜서 조합원 중심의 사업을 생각했는데, 시작초기엔 실무자들의 반응이 시큰둥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조합에 오게 된 동기가 이사장 전화를 받거나 옆에 친한 사람이 불러서 왔다는 거예요. 게다가 미숙한 정책과 준비부족으로 자원봉사가 지속될 리 없었지요. 자원봉사자들의 꾸준한 활동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업을 실천으로 옮겼어야 했어요. ‘나 혼자 열정에 들떠서 될 일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실패를 경험삼아 그 다음해는 아주머니 두 분에게 한의원에서 쓰는 한약재료를 손보거나 그 외 다른 일을 맡겼다. 하지만 그 일도 지속하기 어려웠단다.

“자원봉사에 대한 생각은 사람들이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도록 해야 하고 그런 ‘일거리’가 있어야 해요. 그러면서 봉사하는 날을 깜빡 잊어버리는 게 아니라 ‘그 날’을 기다리게끔 해야 하는 거지요. 이 문제가 먼저 풀려야 합니다. 지금도 오래 남아 있는 분들은 이 문제가 해결됐어요. 사람들끼리 만나면 재미가 있어야 하거든요. 결속력이 떨어지면 지속되기 어렵죠.”

그는 의료생협이 생활의 일부처럼 되어야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이 지속적으로 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일본에 가서 부러웠던 것은 조합이 필요한 동력을 ‘재미와 보람’으로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60대 중반의 연령 대라면 정년퇴직하고 사회에 많이 나와 자원봉사를 하는 게 아니라, 건강을 위해 산으로 바다로 갑니다. 이게 참 어려운 일이지요. 일본에선 나이 드신 할머니들의 봉사가 무척 인상 깊었어요.”

한때 그는 물리치료실의 많은 인원을 자원봉사자로 채우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고 하면서 ‘그때 시도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말에 꾸준하고 지속적인 자원봉사가 그만큼 힘듦을 표현했다.

“조합원들이 와서 편안해하고 끈끈한 정으로 뭉쳐야 합니다. 그래서 동력을 유지할 수 있는 모임이 되어야 합니다.”

김소라씨가 영상을 통해 안성의료생협의 발자취를 보여주고 있다.
 김소라씨가 영상을 통해 안성의료생협의 발자취를 보여주고 있다.
ⓒ 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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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일로 바쁜 송창호 이사가 자리를 뜨자 자원봉사에 관한 이야기는 김보라(사무국장)씨에게 이어졌다.

“자원봉사자들은 의료생협에 자주 나오시는 분이어야 일을 맡길 수 있어요. 한두 번 해보고 나오지 않거나 일년에 두어 번, 한달에 한번 정도 오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맡길 수 있겠어요. 이 부분에서 실무자들의 어려움이 있어요. 그래서 조합원들의 참여와 전문적인 일을 분리할 필요가 있지요.”

김보라씨는 자원활동인데 전혀 도움이 안 되었던 초기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봉사자들이 동참하게 된 이야기를 꺼냈다.

“생협에서 달마다 소식지가 나오잖아요. 봉투작업 자원활동자는 10명 정도 돼요. 그런데 발송하는데 우편료가 드니 직접 소식지를 전해주기로 했어요. 그 일을 했던 봉사자들이 처음엔 사람을 만날 수 없어 우편함에 그냥 꽂아두고 오는 걸 불만스러워했어요. 하지만 발품을 팔면 일년에 백만 원 정도 절약이 된다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얘기를 하면 기꺼운 마음으로 움직이시죠.”

조합원 자원활동가들은 꼭 ‘자원활동’을 위해서만 모이는 게 아니다. 모이는 사람들끼리 서로 좋아서 오기도 한다. 정해진 자원활동도 있지만 내가 잘 하는 것을 제안해서 일을 할 수도 있다. 전화작업이나 각 위원회 활동, 전문적인 강의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역할을 맡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송창호 이사의 경우엔 현재 포크댄스 강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영상을 통해 안성의료생협의 발자취를 보면서 지금이 있기까지 애정 어린 조합원들의 소중한 움직임을 확인했다. 이곳에서는 신입조합원 환영회가 있을 때 항상 오늘과 같은 영상을 본다고 한다. 최근에 만든 안성의료생협의 6대가치는 협동과 참여, 사회적 책임, 정직, 배려, 신뢰이다. ‘정직’은 진료내용이나 가격 등을 조합원과 소통하겠다는 의미다. 믿을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 적정진료로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병원 곳곳을 둘러보며 설명을 듣는 민들레 조합원들.
 병원 곳곳을 둘러보며 설명을 듣는 민들레 조합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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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를 지나면 의원으로 가는 길목.
 복도를 지나면 의원으로 가는 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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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온 조합원들은 사무국장 김보라씨의 안내로 의원과 치과, 한의원 등을 두루 돌아보았다. 환자들이 병원에 오게 되면 내 건강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주치의’에게 상담하며 마음속에 있는 걱정까지도 내놓고 갈 수 있는 평온함이 느껴졌다.

조용하고 안락한 내시경실
 조용하고 안락한 내시경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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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의료기기들.
 다양한 의료기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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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원의 약재가 있는 곳은 최적의 보관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마련된 냉방과 환기시설로 서늘했다. 복도 한 줄을 차지하고 있는 이름도 알 수 없는 의료기기들을 보면서 저 기기들이 모두 소용될 만큼 세상엔 아프고 검사받아야 할 사람들이 많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쉼터'.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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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들과 함께 한 민들레의료생협 사무국의 김성훈씨는 그동안 사무국을 위한 자원활동이 되었던 것을 반성하고, 교육하면서 힘을 받는다고 말했다. 자원활동가 교육을 받고 있는 이종현씨, 정성민씨 등도 안성의료생협의 자발적인 봉사가 놀라웠고, 조합원이 됐을 때 내 병원이라고 느껴지게끔 노력했다는 게 보였다고  했다. 석연희씨는 자원활동에 대한 것들이 내 생활이 되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면서 그래야 지속적인 만남과 활동으로 오래 도록 소중한 인연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현재 안성의료생협의 조합원은 약 2,966여세대이며 실무자 59명, 이사장 1명과 이사 15명, 감사 3명으로 이뤄졌다. 일본 가와사끼 의료생협과 협력하고 있으며 앞으로 결혼이민자에 대한 계획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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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안성, #의료생협, #민들레, #자원활동가,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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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가면을 줘보게, 그럼 진실을 말하게 될 테니까. 오스카와일드<거짓의 쇠락>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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