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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티프원에는 꼭 하룻밤 체류를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무시로 출입하시곤 합니다.

저는 모티프원을 방문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말씀드립니다.

"이 집의 주인은 지금 점유하고 계신 분입니다. 그러므로 제가 집안에 있건 없건 지나는 길 잠시 들려서 한두 시간의 주인이 되고 가세요."

또한 많은 분들이 그리합니다.

박언형선생님을 비롯한 적지 않은 분들이 불쑥 모티프원을 방문하시고도 제가 집안의 어딘가 있을법하더라도 구태여 인기척을 내지 않습니다. 제가 일을 마치고 서재로 내려오면 박선생님이 차를 마시면서 책을 보고 있는 모습과 대면하게 됩니다.

이분들은 모티프원을 점유하고 있는 동안은 이 집의 주인임으로 주인으로서의 의무도 충실히 수행합니다. 혹 모티프원을 처음 방문하시는 분이 오시면 그분들을 안내하고 차를 만들어 주시기도 하지요. 제가 집에 돌아와서 보면 그분들은 이미 서로 친구가 되어 있음을 목도하게 됩니다. 그러면 저는 또 다른 손님으로 그 사이에 슬쩍 끼어들어 또 한명의 친구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모티프원의 서재가 근동近洞에서 가장 큰 서재임을 자부하고 있습니다. 서재의 크기는 넓이로서만 가늠되는 것이 아니라 그곳을 활용하는 사람들의 수로도 가늠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제게 서재는 게으름과 수다 그리고 창조의 공간입니다. 서재의 일만 여권의 자료들은 방문자가 뽑아보거나 놓아둔 데로 다시 배치됩니다. 그러므로 서가의 책들의 정열은 매일 조금씩 변화가 있기 마련입니다.
▲ 모티프원의 서재 제게 서재는 게으름과 수다 그리고 창조의 공간입니다. 서재의 일만 여권의 자료들은 방문자가 뽑아보거나 놓아둔 데로 다시 배치됩니다. 그러므로 서가의 책들의 정열은 매일 조금씩 변화가 있기 마련입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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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분들은 대부분 낮 시간이나 밤 시간의 방문자인 경우입니다.

아침 이른 시간에는 또 다른 방문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들은 대부분 서재로 들어오기보다는 발코니나 정원의 나뭇가지나 낙엽을 즐길 뿐입니다.

오늘도 제가 서재의 책상에 앉아 있는 동안 아침 일찍 까치가 베란다를 다녀간 것을 필두로 많은 새들이 홀로 혹은 짝을 이루어 모티프원의 정원을 다녀가거나 지금도 자작나무 줄기에서 노래하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모티프원 정원의 자작나무 가지에서 아침 휴식을 취하다 잔디밭으로 몸을 옮기는 까치
▲ 모티프원 정원의 까지 모티프원 정원의 자작나무 가지에서 아침 휴식을 취하다 잔디밭으로 몸을 옮기는 까치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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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을 다 떨구고도 분홍빛 작은 열매를 달고 있는 작살나무 줄기를 방문하는 새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서재문턱까지 가지를 늘어뜨린 그 가지에 앉아 몇 개의 분홍빛 열매를 탐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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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티프원 정원의 작살나무가지에서 조식을 즐기는 직박구리. .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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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로 함께 방문한 새는 서재 앞의 무궁화나무줄기에서 서로를 희롱하거나 그 아래 낙엽을 헤치며 숨겨진 들꽃 씨앗을 조식으로 즐깁니다.

모티프원 정원의 무궁화나무가지와 낙엽아래의 씨앗으로 아침을 즐기는 
부부.
▲ 모티프원 정원의 부부새 모티프원 정원의 무궁화나무가지와 낙엽아래의 씨앗으로 아침을 즐기는 부부.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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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의 방까지 가지를 뻗은 버드나무는 가을에 낙엽이 지는 대신 서리가 내릴 때까지 푸른 잎으로 남았다가 첫눈이 지나가면 한순간에 마른 잎으로 변합니다. 그 마른 잎은 바람이 불거나 새가 앉으면 몇 잎씩 흘러내립니다. 저는 바람이 없는 시간에도 그 버드나무의 마른 잎이 나풀나풀 춤을 추며 내리면 그 버드나무가지 어딘가에 방문객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모티프원 정원의 버드나무. 마른 잎으로 겨울을 맞은 버드나무는 겨울내내
한두장씩 마른 잎을 낭만적으로 흩날립니다.
▲ 모티프원 정원의 버드나무 모티프원 정원의 버드나무. 마른 잎으로 겨울을 맞은 버드나무는 겨울내내 한두장씩 마른 잎을 낭만적으로 흩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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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녀 끝 풍경風磬의 물고기도 저는 전생에 새였을 것이라고 믿곤 합니다. 바람에 따라 몸을 흔드는 것을 보노라면 영락없이 새가 창공을 유영하는 모습입니다.

 저는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경쇠의 물고기가 전생에 새였을 것이라 믿습니다.
▲ 모티프원 추녀 끝의 풍경. 저는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경쇠의 물고기가 전생에 새였을 것이라 믿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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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리는 주민들이 한가지마음으로 뜻을 모았습니다.

모기가 있는 여름날에도 그 모기를 퇴치하기위해 스스로 살충제를 살포하지 않기로 한 것이지요. 살충제대신 방충망으로 여름을 나기로 한 뜻은 단순합니다.

살충제로 모기를 비롯한 곤충들을 박멸하면 그것을 먹이로 삼는 새도 함께 사라질 것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간혹 모기에게 헌혈을 하는 경우가 발생하드라도 새와 더불어 지내고 싶었고 그들의 노랫소리를 음미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모티프원 정원의 자작나무가지는 온갖 새들의 놀이기구이며 작살나무 열매는 그들의 주식이 됩니다.
▲ 서재를 가지를 뻗은 작살나무 열매. 모티프원 정원의 자작나무가지는 온갖 새들의 놀이기구이며 작살나무 열매는 그들의 주식이 됩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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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정원의 마른풀을 깎지 않는 이유는 추수를 끝낸 논을 봄까지 갈지 않는 농부의 마음을 닮고자 해서입니다. 농부가 추수가 끝나고 바로 논을 갈아엎지 앉는 이유는 겨울철새들이 논에 떨어진 이삭을 먹이 삼으라는 뜻이지요. 이미 마른 가지만 남은 정원의 여러 들풀과 들꽃들도 여전히 많은 씨앗을 달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바로 새와 들짐승들의 겨울의 일용할 양식입니다.

저는 정원의 마른 풀잎이 비록 스산한 분위기를 주는 감이 있지만 제거하지않습니다. 그것은 겨울 내내 온갖 새들이 숨고 먹이를 구하는 놀이터가 될 수 있기때문입니다.
▲ 정원의 마른 풀 저는 정원의 마른 풀잎이 비록 스산한 분위기를 주는 감이 있지만 제거하지않습니다. 그것은 겨울 내내 온갖 새들이 숨고 먹이를 구하는 놀이터가 될 수 있기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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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일견 삭막하게 보이는 정원의 마른 가지들을 다듬지 않는 대신에 아침마다 새들이 부닐고 있는 갖가지 교태들을 즐깁니다.

이들의 아침방문은 한 낮을 고빗사위로 살아야할 사람들에게 큰 위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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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티프원 서재에까지 가지가 닿아있는 정원의 작살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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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1.co.kr
에도 업로드 되었습니다.



태그:#헤이리, #모티프원, #모티브원, #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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