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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2일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민주공무원노조(민공노),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 등의 공무원 노조로 구성된 ‘올바른 공무원연금개혁을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가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와 사회 공공성 강화를 위한 궐기대회’를 벌였다.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사회공공성 강화 ▲노조탄압 ▲대정부 교섭승리 ▲노동기본권 쟁취 등이 이번 총궐기대회의 핵심구호였다. 특히 공투본은 공무원 연금법 개정안과 이명박 정부의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에 대해 집중적으로 성토했다.

 

강남에서 뺨 맞고 종로서 화풀이하는 언론들

 

22일을 전후해 주요 일간지들은 공무원노조의 총궐기대회를 비난하는 기사와 사설들을 쏟아냈다. 이들 언론의 논리는 한마디로 말해 공무원노조가 ‘모두 다 어려운 때에 자기들만 잘 살겠다고 하는 집단이기주의’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허리띠 졸라매도 어려운데… 머리띠 둘러매는 공무원들(세계일보 11월 21일자 기사)

‘철’ 없는 공무원 노조(한국일보 11월 22일자 기사)

공무원 노조의 ‘연금법 집회’ 꼼수(중앙일보 11월 24일자 사설)

 

지난 주말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공무원 연금 개악 저지 총궐기대회’는 철밥통보다 더 단단한 공무원들의 집단이기주의를 새삼 확인시켜 주었다.(중략) 국가경제가 전대미문의 위기에 처해 있는 때에 공무원들이 제 몫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면 국민은 믿고 기댈 곳이 없다. (동아일보 11월 24일자 [사설] 오늘의 공무원을 생각한다 中)

 

금융위기에 건설, 자동차, 건설 등 전방위적으로 실물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거리에는 실업자가 쏟아져 나올 판이다. 이런 때에 공무원들이 개혁에 반대하며 제 밥그릇만 챙기겠다고 나서는 꼴은 볼썽사납다.(아시아투데이 11월 24일자 [사설] 공공부문 노조 몰염치하다 中)

 

이들 언론은 공무원노조를 ‘비난 타깃’으로 만듦으로써, 한국경제가 심각한 침체국면에 빠진 원인과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시선을 흐리고 있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이로 인한 미국금융자본의 대규모 주식매도 등이 지나치게 부풀어있는 한국경제의 거품을 한꺼번에 꺼뜨리면서 벌어졌다.

 

여기에 정부의 일관되지 못한 통화정책 등도 가세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그간의 정부 실책을 반성·재검토하고 정부의 올바른 경제정책 수립을 도와주고 촉구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 언론은 마치 공무원노조가 지금의 경제위기를 더 어렵게 만드는 자들인 양 묘사하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언론들은 정부의 일관되지 못한 환율·통화정책에 가해져야 할 반성의 화살을 애꿎은 곳으로 돌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조선일보 등이 ‘국민연금은 개악되고 있는데 공무원 연금만 개악을 저지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는 식으로 여론을 몰아가려는 모습은 대단히 우려스럽다(관련기사: 조선일보 11월 24일자 [사설] ‘연금’ 문제, 공무원이 저러면 국민 100만명이 시위할 테다).

 

무조건적인 연금지급액 삭감을 피하고 최대한 대안을 모색함으로써 어려움에 처한 서민 가계를 지원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함에도 언론들은 일방적인 공무원노조 비난으로 여론을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려하고 있다.

 

경제위기의 핵심문제를 제대로 이야기하라

 

현재의 경제위기로 전 사회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것도 맞고,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하는 것도 맞다. 그러나 이것이 ‘다른 사람들도 힘드니 당신들도 똑같이 힘들게 되어야 한다’는 식의 논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현재의 경제위기를 부른 원인과 책임이 다른 곳에 존재함에도 공무원노조를 애꿎은 비난의 대상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공무원노조의 집단이기주의를 탓하기 전에, 금융경제를 살린다고 수조 원의 연기금을 증시라는 ‘밑 빠진 독’에 쏟아붇는 식의 정책들이 가지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대로 된 정책대안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언론들에게 필요한 때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언론비평웹진 필화(www.pilhwa.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전공노#공무원노조#집단이기주의#경제위기#연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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