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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곳이 있네. 함께 가보세.”

 

 군산의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커지는 기대감으로 전주에서 출발하였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길목의 풍광이 가슴에 들어온다. 전군 고속화 도로를 막힘없이 달리는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여행의 기쁨이 바로 이런 것이라는 것을 온 몸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따스한 기운의 햇살이 차창으로 배어들고 있었다.

 

 

  “저 것 좀 보세요. 엄청 많아요.”

 

  집사람의 감탄사에 시선을 향하니,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새카만 까마귀들이 이제 갓 싹이 트기 시작한 보리가 심어진 논 위에 무리지어 앉아 있었다. 어찌나 많은지, 눈이 동그래질 정도였다.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많은 수의 까마귀들을 바라보면서 자연의 경이로움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군산에 도착하여 친구와 함께 보령으로 향하였다. 금강 하구 둑을 지나 서천으로 향하였다. 서천 인터체인지 통해 서해안 고속도로로 진입하였다. 일요일이어서인지 고속도로는 밀려드는 자동차로 분주하였다. 밀리지는 않았지만 도로가 숨 가쁘게 교통량을 소화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무창포 인터체인지를 통해 보령으로 빠져나왔다.

 

 

  보령에서 성주산 휴양림이 있는 곳으로 방향을 잡았다.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좁은 2 차선 도로를 달리려니, 답답하였다. 그렇지만 오밀조밀하여 또 다른 여행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서 좋았다. 천천히 달리게 되니, 주변의 풍광이 세세하게 눈 안으로 들어왔다. 추수가 끝난 농촌의 들녘이 고향을 떠올리게 하였다.

 

  예술 공원.

  보령시에 위치하고 있는 예술 공원에 도착하였다. 보령은 돌의 도시이다. 좋은 오석으로 옛날부터 벼루가 유명할 정도로 돌들이 많이 생산되는 곳이다. 겨울의 삭막함 속에서도 돌조각들이 아름다움을 창조해내고 있었다. 우선 그 규모에 대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많은 돌들로 꾸며져 있었다.

 

 

  돌에는 작가의 육필 그대로의 시들이 새겨져 있었다. 대한민국 작가들의 주옥같은 시들이 정성스럽게 새겨진 시비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하나하나 작품을 감상하게 되니, 가슴에 잠들어 있던 시심들이 깨어났다. 꿈틀거리고 있는 영혼의 열정들이 아름다운 시어들에 의해서 깨어나고 있었다. 감탄사가 저절로 타져 나왔다.

 

  시비들의 숲을 지나니, 온실이 나왔다. 온실 안으로 들어가니 은은한 허브 향이 마음을 잡는다. 바닥에는 물이 흐르게 하여 철갑상어를 비롯한 잉어 향어 금붕어들이 자유롭게 헤엄을 치고 있었다. 가지각색의 꽃들이 피어 있어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마음에 전해지는 즐거움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아늑한 공간이었다.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있는 곳으로 돌아서니, 식사를 할 수 있는 곳과 예쁜 꽃을 팔고 있는 상점이 나왔다. 식물원에서 기르고 있는 식물들을 직접 판매도 동시에 하고 있었다.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식물들을 살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었다. 음악이 흐르고 꽃이 피어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문화의 힘이 실로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를 온 몸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문화는 삶에 있어서 비전이고 동기부여의 작용을 한다. 배를 만들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목재를 구해서 나무를 깎는 것보다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심어주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문화는 바로 이런 동경심을 심어주는 가장 효율적인 도구이다.

 

  시비의 숲은 말할 것도 없고 식물원의 가지각색의 식물들의 모습을 통해서 문화의 힘을 절감하게 된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지고 내면의 일치를 이룰 때의 희열은 직접 체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지 못한다. 시어를 통해 내 삶을 관조할 수 있게 되고 꽃을 통해 내일의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칼 융의 말이 떠오른다. 외부를 바라보는 자는 꿈을 꾸고 내부를 바라보는 자는 깨어나게 된다고 하였다. 문화를 누르게 되면 바로 이런 양면의 욕구를 모두 다 충족시킬 수 있다. 작은 도시 보령에서 조우한 예술 공원에서 문화의 힘을 온 몸으로 체험할 수 있어 아주 좋았다. 누리는 문화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해주는 것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예술 공원의 체험은 모두 다 좋았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만은 빼고. 예술 공원은 개인이 운영한다고 하였다.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65 세 이상의 노인에게는 무료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그렇지가 않았다. 공원을 만든 사람은 분명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일진데, 그럴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입장료 징수는 누리는 문화를 제한한다는 점을 깨달았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충남 보령에서 직접 촬영


태그:#공원, #문화,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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