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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량 지난 11월 29일 남해대교가 보이는 노량마을을 영상에 담았습니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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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금산에 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남해대교를 가로질러 광양 쪽으로 운전대를 돌렸다. 도로를 달리면서 바라보는 푸른 바닷물은 조용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차 유리문을 내리자 해초냄새가 섞인 바다냄새에 코끝이 시원하다. 짭짤한 바다냄새는 식욕을 돋운다.

먼 바다 쪽을 응시하던 민주엄마는 갑자기 저기 보이는 저 마을에 들렀다 가자고 한다. 오후 5시가 조금 못 된 것 같은데 해는 벌써 저녁 갈무리를 하려고 한다. 겨울햇살은 얄미운 깍쟁이 같다는 느낌이 든다. 

갑작스럽게 들르게 된 마을. 노량마을이다. 마을로 들어가는 언덕길을 넘어서자 빨강 등대와 하얀 등대가 유화 그림처럼 눈에 들어온다. 멀리 떠난 배를 기다리는 등대의 기다림이 느껴진다. 로맨틱한 영화 속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쥐꼬리만큼 남은 겨울햇살
▲ 노량 쥐꼬리만큼 남은 겨울햇살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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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쌀쌀한 포구 마을은 조용하다. 평일이라 외지에서 찾아오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포구 귀퉁이에 자리 잡은 포장마차에서 몽개몽개 피어오른 따뜻한 어묵 국물이 먹음직스럽게 느껴진다. 하루를 마감한 어촌마을 사람 몇몇이 모여 오가는 정담소리만이 선창가에 힘을 실어준다.

날이 점점 저물어가자 조용하던 포구는 활기를 되찾는다. 먼 바다에서 일하던 어선은 만선이 되어 포구로 들어오고 있다. 포구에서 이제 막 일을 끝내고 들어온 이일권(68)씨를 만났다. 감성돔, 농어 등을 양식한다고 한다. 노량마을은 숭어로 유명하다고 한다. 매년 11월이면 참숭어 축제를 한다고 한다. 올해는 축제가 끝났다고 한다.

멀리 떠난 배를 기다리는 등대의 기다림
▲ 등대 멀리 떠난 배를 기다리는 등대의 기다림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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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곳은 노량해전이 있었던 격전지로 유명한 장소다. 1598년(선조 31) 11월 19일 노량 앞바다에서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수군과 일본 수군과 마지막 해전을 벌인 장소다. 일본의 조선 침략 7년 전쟁이 종식된 전쟁터이다. 특히 퇴각하는 왜군의 유탄에 이순신 장군이 전사했던 뼈아픈 역사를 남겨준 장소이기도 하다.

이제 막 어선에 싣고 포구로 들어온 참숭어의 몸놀림에서는 펄펄 넘치는 힘이 느껴진다. 푸르스름한 고기 등은 바다의 색을 많이 닮았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녀석들은 부산 등 대도시로 팔려간다고 한다. 그러나 어촌도 경기가 어렵다고 한다. 예전만 못하는 시세에 이일권씨의 표정은 밝아 보이지 않는다.    

쥐꼬리만큼 남은 해는 보이지 않고 서쪽 먼 바다 쪽으로 붉은 노을이 물들었다. 포구를 지키는 등대는 먼 바다를 향해 빨간 불을 깜빡거리기 시작한다. 강태공은 날씨가 쌀쌀해서 바다낚시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본격적인 밤낚시 채비를 한다.

강태공은 밤낚시 채비를 하고 있다.
 강태공은 밤낚시 채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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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u포터에 송고했습니다.



태그:#노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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