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노길상 화백의 '고물 장의차'
노길상 화백의 '고물 장의차' ⓒ 노길상

 

아프리카 가나 여인 로즈몬드 사키의 주검이

그가 남긴 흑진주 삼남매와 함께 벽제로 떠날 때도

스리랑카 사람 아라합 세르마가 떠날 때도

방글라데시 사람 후세인이 떠날 때도

재중동포 한재준 할아버지가 떠날 때도

고물 장의차는 군말 없이 동행했습니다.

 

낡은 엔진이 힘겨운 듯 바튼 숨을 내쉬며

벽제, 수원, 성남 화장터까지 품고 갔다가

한 줌 재로 변한 '코리안드림'을 안고 돌아와

가리봉1동의 '안식의집' 한 켠에 안치시켰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불안합니다.

부푼 꿈과 희망을 안고 한국에 왔다가

비참한 주검으로 버려진 오갈 데 없는 시신들

이들의 배웅을 싫다 궂다 말 한마디 없이 행하던

고물 장의차의 숨소리가 수상합니다.

 

크르렁, 드르륵, 찍찍찍, 퍽퍽퍽….

엔진과 클러치의 숨소리가 심상치 않지만

수리비가 없어 방치한 채 조마조마 가슴 졸여왔는데

벽제, 성남, 수원 가는 길에 쓰러지면

아아,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노잣돈 꽂아줄 유족도 없는데

딴 장의차 부를 형편도 못되는데….

고물 장의차마저 쓰러지면

누가 이들의 주검을 실어 나르나요!

 

여비가 없으면 냉대와 차별의 코리아를 

죽음으로도 끝내 못 떠나는 건가요!

 

그림 = 노길상

글 = 조호진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노길상 화백은 서울미대 동양화과 졸업한 뒤 분당에 위치한 대안학교 '이우학교' 미술교사로 재직 중입니다. 조호진 기자는 서울 구로구 가리봉1동에 위치한 이주노동자 인권/선교단체 (사)지구촌사랑나눔 홍보-정책위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이주노동자#주검#지구촌사랑나눔#코리안드림#장의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