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가나 여인 로즈몬드 사키의 주검이
그가 남긴 흑진주 삼남매와 함께 벽제로 떠날 때도
스리랑카 사람 아라합 세르마가 떠날 때도
방글라데시 사람 후세인이 떠날 때도
재중동포 한재준 할아버지가 떠날 때도
고물 장의차는 군말 없이 동행했습니다.
낡은 엔진이 힘겨운 듯 바튼 숨을 내쉬며
벽제, 수원, 성남 화장터까지 품고 갔다가
한 줌 재로 변한 '코리안드림'을 안고 돌아와
가리봉1동의 '안식의집' 한 켠에 안치시켰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불안합니다.
부푼 꿈과 희망을 안고 한국에 왔다가
비참한 주검으로 버려진 오갈 데 없는 시신들
이들의 배웅을 싫다 궂다 말 한마디 없이 행하던
고물 장의차의 숨소리가 수상합니다.
크르렁, 드르륵, 찍찍찍, 퍽퍽퍽….
엔진과 클러치의 숨소리가 심상치 않지만
수리비가 없어 방치한 채 조마조마 가슴 졸여왔는데
벽제, 성남, 수원 가는 길에 쓰러지면
아아,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노잣돈 꽂아줄 유족도 없는데
딴 장의차 부를 형편도 못되는데….
고물 장의차마저 쓰러지면
누가 이들의 주검을 실어 나르나요!
여비가 없으면 냉대와 차별의 코리아를
죽음으로도 끝내 못 떠나는 건가요!
그림 = 노길상
글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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