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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 11시 40분에 방송되는 MBC <오늘밤만 재워줘>
 금요일 밤 11시 40분에 방송되는 MBC <오늘밤만 재워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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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 예능 버라이어티 분야에서 '아줌마 연예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이런 현상에는 아줌마 연예인들의 거침없는 입담에 힘입어 동시간대 방송되는 두 공룡인 KBS2 <해피선데이> '1박2일'과 SBS <일요일은 좋다> '패밀리가 떴다' 사이에서 분투하고 있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세바퀴(세상을 바꾸는 퀴즈)'가 큰 공헌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전까지 아줌마 연예인은 엄앵란이나 전원주, 선우용녀가 그랬던 것처럼 KBS1 <아침마당> 류의 진지한 토크에 패널로 등장해 경험을 통한 생활밀착형 조언을 들려주는 역할을 하는 게 전부였다.

감동을 가장 큰 코드로 삼고 있는 주부대상 아침 토크쇼에서 결혼생활 30년 이상의 베테랑 주부이기도 한 중년 연예인들은 출연자와 더불어 울고 웃고 때로는 함께 분노하며 아침 시간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는 아줌마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진행자와 출연자의 역할을 살려주는 조미료 역할에 머물 뿐 방송을 이끌어가는 힘을 가지지는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침마당>의 큰 마님을 자처하는 엄앵란은 한 토크프로그램에 나와 방송에서 가장 조심하는 것이 자신의 거침없는 '말'이라고 고백했었다. 큰 목소리도 안 되고, 삿대질은 언감생심, 손가락질도 안 되며, 툭툭 터지는 반말이나 '여편네', '서방'과 같은 생활언어조차도 심의를 의식해야 했으며 불쑥불쑥 생활에서 쓰던 점잖치 못한 표현이 나올 때면 진행자가 황급히 말을 막고 사과 멘트를 하는 상황이 적지 않게 발생해 스스로 이를 자제하기가 상당히 힘들었다는 것이다.

'거침없는 언변'으로 프로그램 살리는 아줌마들

생방송으로 진행(<아침마당>)된다는 차이는 있겠지만 <아침마당>과 '세바퀴'를 비교해 보면 프로그램 안에서 아줌마 연예인의 역할이 얼마나 발전하고 변화되고 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아침 프로그램에 나와 인생 선배로 출연자에게 조언을 하는 역할에 만족했던 아줌마들이 이제는 10대, 20대가 판을 치는 일요일 저녁 프로그램에서도 그 힘을 발휘하고 있다. 아침시간에는 할 수 없었던 거침없는 그들의 사는 이야기가 프로그램의 재미를 한껏 살린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적어도 10년 이상 결혼 생활을 유지해 온 주부라면 허풍이나 가식을 용서하지 않는다. 아가씨라면 적당한 내숭도 미덕(?)이 될 수 있겠지만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아줌마라면 상대방의 어지간한 가식쯤은 그 자리에서 판별해 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된다.

그러다보니 그녀들의 이야기에는 가릴 것도 속일 것도 꾸밀 것도 없다. 방귀와 같은 생리현상은 물론 부부간의 잠자리 이야기까지…. 10년쯤 살다보면 101호나 201호나 사는 모양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아줌마들끼리 만나면 그만큼 솔직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녀들의 강점이며 장점인 삶과 생활이 드러나는 솔직대담한 언변을 잘 살린 것이 일요일 저녁 프로그램인 '세바퀴'의 성공 요인이다.

청소년 보호시간대인 저녁시간대에서 하지 못할 좀 더 사적인 어른들의 이야기는 <해피투게더>나 <샴페인>과 같은 심야시간대 프로그램을 채운다. 심야이니만큼 어른들끼리 할 수 있는 좀 더 진한 이야기가 오가기도 한다.

아줌마들의 거침 없는 활약을 보여주며 시청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 '세바퀴'.
 아줌마들의 거침 없는 활약을 보여주며 시청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 '세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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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는 좋았으나 실망만 안겨준 <오늘밤만 재워줘>

아줌마들의 입에서 나오는 거침없는 삶의 이야기는 자칫 소란스럽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 진한 삶이 있고 아픈 인생이 있어서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날 만큼 감동적이다. 아줌마 입담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도 다 이런 아줌마들의 내공이 알게 모르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최근 MBC가 이런 아줌마들에게 멍석을 깔아주었다. 금요일 심야시간대에 방송되는 리얼버라이어티 <오늘밤만 재워줘>(밤 11시40분~)가 그것이다. 이경실, 김지선, 유채영, 강수정 등 연예계에서 입담꾼, 재치꾼으로 소문난 아줌마 넷이 뭉쳐, 뭔 일을 내도 내고 말 것이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하지만 첫 회(11월 21일)는 실망 그 자체였다. 유채영과 강수정으로 바뀌기 전 이윤미와 최은경이 함께한 <오늘밤만 재워줘> 이지훈 편은 남자연예인의 팬티까지 꺼내 입어보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그 결과 첫 회부터 사생활 침해 논란은 물론 지나친 안면몰수와 '무대포' 정신으로 아줌마의 부정적인 면만을 부각시켜 시청자들에게 좋지 않은 선입견을 고착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등 혹평이 난무했다.

지난달 28일 방송된 2회 이민우 편은 이윤미와 최은경 대신 강수정과 유채영이 교체 투입 됐지만 역시 아줌마들에게 기대했던 재미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어머~ 멋지다."
"오호~ 대단해."
"꺄악! 몸매 좀 봐."

시종일관 젊은 남자 연예인의 외모에 감탄해 비명을 지르고 호시탐탐 그 몸을 넘보며 흥분해 이성을 잃은 듯 행동하는 그녀들을 아줌마라 할 수 있을까? 과연 그들이 늦은 밤 젊은 남자 연예인의 집을 방문해 얻어내고자 했던 재미가 저런 것이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줌마 '강점' 살리지 못하면 결국 외면당할 것

<오늘밤만 재워줘> 제작진은 '스타의 집안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스타의 모든 것을 파헤치고 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던 스타의 솔직하고 리얼한 모습을 엿보는' 것이 제작 의도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젊은 남자 연예인의 외모와 몸매를 탐하고 그들과의 의미 없는 잡담을 나누며 스스럼없는 장난질 정도를 보여주는 것이 전부였다. 이런 내용이라면 굳이 아줌마들을 등장시켜야만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아줌마의 특성을 살려내고 있지 못하다.

지금까지 아줌마들이 등장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보면 알 수 있듯, 아줌마의 특징은 상대방의 긴장을 풀어주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장해제를 시키는 데 있다. 엄마 같고 누나 같고, 이모 같은 그녀들의 편안함이 상대방을 마음 놓게 하고 편하게 속내를 이야기하게 하며 속 깊은 고민까지를 내보일 수 있게 한다.

그런 면에서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오늘밤만 재워줘>의 시작은 실망스럽다. 요컨대 아줌마들의 긍정적인 강점을 살려내는 노력이 더해지지 않는다면 오락도, 감동도 아닌 얼치기 프로그램으로 전락해 시청자들에게 외면당할 것이다. 아줌마를 지지하는 아줌마 시청자로서 <오늘밤만 재워줘>가 초반의 부진을 씻고 멋지게 비상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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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오늘밤만 재워줘, #아줌마, #버라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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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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