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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가 하늘나라 기차표 이야기를 할때 주인공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엄마가 하늘나라 기차표 이야기를 할때 주인공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 윤태

 

제가 책을 읽고 토론하고 글 쓰는 독서토론논술 수업을 하는 교사입니다. 다음주에 토론 수업 들어갈 내용중에 <하늘나라 기차표>라는 책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수업 대상이지요.

 

'하늘나라 기차표.'

 

그냥 스토리 책입니다. 그런데 제목만 얼핏 봐도 슬픈 내용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죽음에 대한 것이지요. <하늘나라 기차표> 책에 대해 간단히 줄거리를 요약해보겠습니다.

 

푸른 하늘을 좋아하는 주인공, 좋아하는 엄마 원피스도 하늘색이죠. 초등학교 1학년 입학식날 엄마는 병원에 있고 할머니와 입학식에 온 주인공은 우울합니다. 한편으로 엄마가 미워지기도 하지요. 그런데 엄마는 시한부 삶입니다. 엄마와 함께 있고 싶은 주인공은 미끄럼틀에서 일부러 뛰어내려 깁스를 하고 엄마와 같은 병상에 누워있게 됩니다.

 

병상에서 엄마는 주인공 아이에게 '아무래도 하늘나라 기차표를 구해야 할 것 같다'고 말을 합니다. 하늘나라는 엄마 혼자 가야 한다고, 딸은 아직 어려서 하늘나라에 갈 수 없다고 말이지요. 그래서 기차표를 구할 수 없다고...

 

그 후 엄마는 퇴원을 하고 주인공은 집에 엄마와 함께 있어서 행복해합니다. 운동회 연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어느날, 친척들이 모여 있습니다. 큰엄마가 주인공을 끌어 앉고 눈물을 흘립니다. 순간 주인공은 푸른색 물이 뚝뚝 떨어지는 하늘나라 기차표를 보게 됩니다.

 

<하늘나라 기차표>는 토론수업 교재 200여권 중에 가장 슬픈 내용의 책이기도 합니다. 엄마들이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다가 함께 울고 토론 교사도 수업을 위해 이 책을 읽다가 눈물을 쏟는 여교사들이 많을 정도로 슬픈 내용입니다.

 

죽음에 대해 토론을 하는 것이죠.

 

주인공은 왜 하늘을 쳐다보며 엄마를 미워했는지?

주인공은 왜 미끄럼틀에서 뛰어내렸는지?

엄마는 왜 주인공에게 하늘나라 기차표 이야기를 했는지?

엄마에게 하늘나라 기차표 이야기를 들은 후 왜 좋아하던 하늘이 미워졌는지?

 

등의 질문으로 토론을 합니다.

 

그런데 옆에 동료교사가 걱정을 하더군요. 책 내용과 똑같은 실제 상황에 있는 2학년 아이가 있는데 이 수업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무척 고민스러워하고 있더군요.

 

이야기 들어보니 올 3월 엄마가 말기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는군요. 4학년과 2학년 두 형제를 남겨두고요. 아빠 혼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데, 엄마 대신 아빠가 토론 수업할 책을 읽어주시고 한답니다. 엄마의 빈자리를 아빠가 채우고 있는 거죠.

 

만약 <하늘나라 기차표> 이야기로 토론을 하게 되면 똑같은 상황이므로 돌아가신 엄마가 더욱더 생각나겠죠. 꿋꿋하게 잘 견뎌내고 있는데 이 수업으로 더 힘들어하는 건 아닌지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저는 동료교사에게 <하늘나라 기차표>는 수업하지 말고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게 낫겠다고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그 친구 아빠와 상의하셔서요. 특히 이 수업이 모둠으로 하다보니 다른 친구들 앞에서 돌아가신 엄마의 존재를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하는 마음 아픈 시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다른 수업으로 대체하는게 옳은 일인지, 그 친구만 따로 빼서 이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게 옳은 건지, 저도 혼란스럽네요.

 

수업이라는 '업무'와 아이의 아픈 상처를 건드려야 하는 '일상'이라는 그 사이에서 참 많이 혼란스럽네요.

덧붙이는 글 | 티스토리 블로그에 동시송고합니다.


#하늘나라기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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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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