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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지으실라구요?"

 

그 목수는 전에 이장님께 듣던 바와는 달리 동네와 인연이 꽤 깊은 듯했다. 마을 벽돌 쌓는 분과 함께 일을 마치고 안면 있는 후배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집에 들른 듯했다. 가는 쇳소리 같은 목소리에 날카로운 인상과 반대로 넉넉한 몸집이 한옥목수다운 인상을 풍겼다.

 

동네 K형도 올해나 내년에 집을 지을 것이라 해서 견적을 내보려고 의논중이었다. 그 틈에 나도 한번 이야기를 나누었다. 의외로 이야기가 잘 통하고 가격도 비싸지 않은 관계로 다음번 만남엔 마눌님과 동석해서 다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대략의 스케치를 가지고 이야기를 했는데 기술적인 문제를 지적하며 수정을 해보았다. 결국 서로 잘 절충한 끝에 두 채로 나눈 집의 초안이 완성되었다. 나무 물목을 뽑아보니 만오천 사이(나무의 수량을 표현하는 단위) 정도 나왔다. 나무값만 해도 2500만원.(제재소 기준) 역시 싸게 짓는 집은 아니었다.

 

건축비 산정하기

 

건축비를 낮추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건축자재 비용을 낮추는 것. 인건비를 줄이는 것. 자칫 잘못 사용하면 건축물이 질적으로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것은 필연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일을 하는 것으로 인건비를 낮추고 자재비는 적정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기본으로 잡았다.(엄밀히 자신이 일한다고 인건비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나 일을 해서 수입을 얻는 곳이 없을 시엔 자신이 일을 해야 비용보존을 할 수 있다.) 나무집 나무로 무른나무를 쓰거나 수축이 잘 되고 휨이 많은 나무를 쓴다면 집이 완성된 후 겪을 어려움은 훨씬 더 커질 터였다.

 

자재엔 여러 등급이 있다. 일례로 보온단열재로 쓰이는 스티로폼은 1급에서부터 4급까지 나뉘어 있고 '아이소핑크'와 '골드폼' 등이 이 계열 고급재료다. 가격은 제일 하급부터 제일 상급사이 두 배까지 차이난다. 물론 압축, 전단강도, 밀도 등은 10배 이상 차이난다. 설비 부속, 가구재, 마감재, 충진재, 창호, 바닥재 등 자재가 모두 그러하다. 그러니 업자에게 맡길 경우에 가장 쉽게 이익을 보는 방법은 자재등급에서 단계를 낮추는 것이다. 주인은 알 턱이 없다. 벽 사이나 바닥 밑, 천정 위에 들어가는 설비자재 등은 보이지 않으니 그저 마감재가 훌륭해 보이면 잘 되었거니 하는 것이다. 그러다 비가 새고 결로가 생기고 해서 공사해보면 형편없는 자재들이 머리를 내밀 때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것이다.

 

요즘 D.I.Y가 유행인 것은 무엇보다도 기술 또는 자재와 공구에 대한 정보의 소통이 원할 함이 주요원인이겠지만 좋지 않은 경제상황에 비싼 공사비를 부르는 업자들의 관행에 소비자들이 반기를 드는 현상이라고도 보인다.

 

아무데나 아껴선 안된다

 

자재값을 아끼면 안 된다. 품질차이가 나는 것은 더더욱. 오래 가는 것을 써야지 집에 소모품을 달아선 안 된다. 특히 뼈대가 되는 나무이니 더더욱 그러했다. 금강송이라도 있으면 쓰겠지만 구하기가 워낙 힘들다. 그런 최고급나무로 둘러싸여 살 만한 팔자도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수입산 나무를 골랐다. 이중 좋은게 독일산 소나무였다. 비슷한 위도에서 나오는 소나무라 골랐다. 목재를 보니 옹이가 적고 결도 고른 것이 다부져 보였다. 제재소에서 작업을 해서 운반해 조립하는데 2주를 잡았다. 추석이 끼어 있어서 늘어질 것이 분명했지만 겨울전에 지붕까지만 한다는 생각으로 착수를 했다. 가로 서른자에 가로 열여섯 (열다섯평) 한 채와 서른자에 열한자 치수인 한 채로 나누어서 세웠다.

 

두 채를 복도로 연결하는데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어서 포기했다. 독립채로 짓기로 결정하자 속도는 일사천리로 나아갔다. 목수가 다른 현장이 있어서 그곳을 마무리하는 대로 우리집에 붙어서 일하게 되었다. 양 채의 견적이 3500만원이다. 뭐 흔히 말하는데로 평당가격으로 140만원이지만 두 채로 나누었기에 나무와 노동력이 더 들어간다. 한 채로 했다면 견적이 더 줄었을 일이다.

 

"엄청 싸게 한 겁니다."

 

계약서 도장 찍던 날, 시장 장사꾼처럼 그 목수는 나에게 꼭꼭 눌러서 이야기했다.

 

덧붙이는 말

▣원목으로 집을 짓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공정이 소요된다.

 

원목 베기 - 일정길이로 자르고 가지치기 - 껍질 벗기기 - 각재나 원형재로 가공 - 마름질(결구와 곡선다듬기) - 조립하기

 

▷위에서 제재기준 비용은 마름질 이전 제재소에 기본을 다듬어서 나올때의 가격을 말한다.

 

▣1자(尺)는 약 30.3cm이다

 


태그:#한옥목수, #집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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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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