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화려한 꽃을 피우며 대중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신민요를 학술적으로 연구하고, 묻혀있는 신민요를 발굴해 복원,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시켜 무대화할 것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민요연구회가 최근 국악계로부터 커다란 주목을 받고 있다.
국악전공자로는 국내최초로 헝가리 리스트음악원에서 코다이 교육을 수료한 한윤정(30)씨가 지난 7월 중앙대학교 한국음악과 출신 연주자들과 함께 만든 이 연구회는 최근 한 공연단체의 발표회때 신민요 '포곡새천지'와 '제주아리시리'등을 편곡해 큰 인기를 끌었고 지난달 음반으로까지 발매된 것.
연구회 회장 한윤정씨는 "신민요는 일제강점기에 주로 서양음악을 공부한 작곡가들에 의해 서양의 왈츠처럼 당시 유행하던 리듬을 우리의 전통가락에 결합시켜 태어난 장르로 초창기 신민요의 경우 우리의 전통 장단과 선율과 박이 잘 살아있는 특징이 있다"며 "일부에서 제기하는 일본 신민요의 영향을 일방적으로 받고 태어난 장르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신민요에 관한 연구가 많지 않았으나 최근 일제시대의 문화컨텐츠에 대한 사회각계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논문이나 서적 등 신민요에 대한 많은 연구결과물이 쏟아지고 있다.
그 동안 학계에서는 신민요의 기원을 어떤 곡으로 볼 것이냐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있어 왔다. 음반콜렉터들은 콜럼비아 레코드사에서 발매된 '방아찧는 새색시의 노래'가 신민요 1호라는 것. 그러나 일부 음악학자들은 방아찧는 새색시의 노래가 신민요라는 갈래명만 가질 뿐 사실상 음악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신민요 1호는 1934년 오케레코드사에서 공모하여 당선된 '노들강변'이 1호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반면 몇몇 음악이론가들은 장단, 선율 등을 고려해볼 때 가수 강석연이 1931년 녹음한 '오동나무'가 신민요의 원류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음악 평론가 김문성씨는 서울의 구아리랑을 바탕으로 태어나 영화주제가로 불리면서 지금은 대한민국의 대표 노래가 된 '아리랑'을 신민요의 정신적인 측면에서 1호로 봐야 할 것이라고 한 국악프로그램에서 주장한 바 있다.
한윤정씨는 "이러한 논의는 신민요 연구를 위해 매우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측면이 많다"며 "이들 신민요 가운데 현대적인 감각으로도 충분히 수용가능한 컨텐츠가 많아 지금이라도 이들 신민요를 발굴하여 무대화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며 "이러한 작업은 결국 레퍼토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요계의 공연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이 신민요연구회에는 가야금병창, 경기민요, 대금, 해금 연주자 등 전문 국악도 외에도국악 비전공자 대학생 등 20여명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