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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시 예술부문 여성상(제5회)을 수상한 고명분 화백의 개인전이 의왕역 맞은편, 의왕갤러리에서 11월 13일부터 12월 16일까지 열린다.

설명하는 화백
▲ 그림 설명 설명하는 화백
ⓒ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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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화백은 의왕시 청계동 산자락에 살면서, 흔한 생활 속 소재들을 예사롭지 않게 화폭에 담고 있다. 길가에 지천으로 피어나는 개망초꽃도 그녀의 화폭에서는 멋진 작품으로 부활한다.

의왕 갤러리에 전시된 50점의 작품 중에는 청계산자락 산수국이 잔잔한 자태를 뽐내고, 배추꽃, 쑥갓꽃을 시작으로 청계 밭두둑에 아무렇게나 핀 무꽃이 조롱박 물위에 동동 떠있다.

화백은 음식점 화원에 걸터앉아서 누릇누릇 익어가는 보리를 스케치하고, 꽃집 연못가의 연꽃 그리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청계산자락에 지천으로 피어나는 원추리꽃와 도라지꽃, 엉겅퀴꽃, 능소화, 찔레꽃, 접시꽃... 실개천 언덕에 심어둔 호박꽃까지 화백에겐 모든 꽃이 훌륭한 소재며 대화상대다.

화백은 청계산자락에서 자연과 대화하며, 삶의 무게를 채우기보단 비워내는 심정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다섯 번째 개인전

이번 개인전에는 한국화와 수묵담채, 유화, 수채화, 누드화, 목공예가 오밀조밀 전시되었다.

화백의 작품 중에 눈길을 끄는 것은 문인화다. 난초에 친정어머니 시를 쓰며, 떨어진 눈물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가 아예 눈물까지 그렸다고.

70년대 시댁에서 풀무를 돌려가며 왕겨 불을 피우던 추억을 회상하며 매캐한 연기 속, 등에서 칭얼거리는 아들도 화폭에 담아 보았다는 화백이다.

지난 시절을 회상하는 화백
▲ 30대, 지난 시절을 회상하는 화백
ⓒ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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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백에겐 모든 생활이 그림의 소재이며 아름다운 한 떨기 꽃이다.

충남 보령에서 출생한 화백은, 어린 시절 시골집 마당 가득 그림을 그리며 놀았다. 그의 끼를 발견한 친정어머니는 개인교사를 사랑방에 들일 만큼 정신적 지주이자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친정어머니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세상의 딸이 되라”고 가르쳐왔다. 화백은 친정어머니의 가르침을 세상사는 푯대 삼아 유수한 미술대전에서 우수한 입상경력을 남기며 승승장구해 왔다.

당뇨로 고생하던 남편이 3년 전,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며 일주일에 3번 혈액투석을 받게 되었지만, 화백은 2007년 의왕시 예술부문 여성상을 수상할 만큼 혼신을 다했다.

말기 심부전증 환자인 남편을 수발하는 것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고통이었지만, 예술을 향한 그의 열정을 꺽진 못했다. 흐르는 눈물을 훔칠 틈 없이 미친 듯 붓을 잡은 세월은, 예쁜 꽃으로 다시 승화되어 밝게 빛나고 있다.

문양도 온통 꽃이다.
▲ 부채 문양도 온통 꽃이다.
ⓒ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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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속에서 인내(忍耐)를 모토로 아름다운 자연과 대화하며 꽃을 그려온 화백은, 남편 때문에 수시로 신세를 진 119구급대원부터 세상 모든 이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액세서리보단 연장이 더 좋아

누가 보아도 곱고 여성스러워 보이는 화백은 예쁜 옷이나 화장품, 액세서리보단, 작업복을 입고 전기톱이나 망치, 드라이버 들고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무아경지에서 목공예에 몰입하고, 그림을 그리는 순간만큼은 신선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행복하다는 화백이다.

고통스런 세상사 나락으로 빠져도 화백의 작품세계에는, 언제나 맑은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난다.

이번 전시회는 남편의 환우로 우울해 할 그녀를 생각한 의왕갤러리 이은숙 관장의 배려로 전시되었다.

인사동 갤러리를 시작으로 금년 다섯 번째 개인전인 화백의 작품은 “세상의 딸이 되라”는 친정어머니의 유언처럼 꽃이 되어 활짝 피어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주간현대 안양,의왕, 군포 판에도 실렸습니다.

의왕갤러리 (031) 461~1198



태그:#고명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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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인간 냄새나는 진솔한 삶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현재,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이며 (사) 한국편지가족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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