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핀 하늘 꽃의 낙화, 하늘에 사는 영령들의 넋을 담은 하얀 꽃이 내렸다. 어찌 땅에 피는 것만 꽃이랴. 직선의 장대비처럼 땅에 내리꽂히는 것이 아니라, 구불구불 보이지 않는 하늘길 따라 곡선의 유영으로 내리는 하늘 꽃, 그를 맞이하는 이조차도 알아채지 못하게 살포시 앉는다.
햇살 따스한 날에는 낙화한 동백처럼 오래 머물지도 못하고 제 몸을 녹여 눈물만한 눈 이슬 만들고 이내 사라진다. 저 먼 하늘에서 예까지 왔는데 너무 허망하지도 않은가? 그래도 그 작은 꽃송이들 모여 깊은 산, 깊은 밤 나뭇가지를 찢는 소리를 만든다. 저 작은 몸 어디에 그리 폭력적인 힘이 있는가?
폭력이 아니다. 자연의 섭리 따라 가야 할 것들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거룩한 행위다. 함박눈 내리는 날은 겨울 중에서도 따스한 날, 거지들이 빨래하고 머리감는 날, 까마귀발 개울물에 담가 불은 때를 벅벅 벗겨 내기 좋은 날이다. 함박눈 내리는 날은 비석 마른 낙엽들이 타는 목마름을 푸는 날, 오랜만에 해갈하고 '이젠 흙으로 돌아가도 여한이 없네'하며 흙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눈 내린 흔적 하나 남아있지 않은 서울, 호랑이 장가가는 날 내리는 비처럼 내린 눈, 눈이 왔다. 하늘 꽃의 낙화, 그 흔적들을 눈이 내렸는가 아쉬워하는 이들에게 겨울비 내리는 날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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