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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하얗다.”

  눈이 세상의 얼굴을 바꿔놓았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순백으로 빛나고 있어 좋다. 바라보는 마음까지 하얘지는 것 같다. 티 한 점 묻어 있지 않은 깨끗한 세상이 되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하얀 눈을 따라 어디론가 나서고 싶다. 가는 곳이 어디인지는 따질 필요가 없다. 순백의 세상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

 

 

  밖으로 나오니, 춥다. 방 안에서 바라다 볼 때의 느낌하고는 사뭇 다르다. 그만큼 몸이 세월에 삭아졌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오관을 통해서 접하게 되는 하얀 눈 세상의 아름다움하고는 거리가 있다. 몸이 움츠려든다. 그렇다고 하여 생각을 바꿀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자동차의 시동을 걸었다.

 

  가슴으로 전해지는 감동과 현실과는 차이가 난다. 도로가 얼어서 빙판이 되어 있으니, 조심스럽기만 하였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 불안감이 하얀 눈의 손짓을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 정도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면서 어서 오라 유혹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제대로 나갈 수 없었지만, 이내 제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옥정호 가는 길.

  옥정호는 전북 완주군과 임실군 그리고 정읍시에 이르는 다목적 댐이다. 주변 풍광이 매우 뛰어나 사람들의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이다. 아름다운 길에 선정이 될 정도로 이름을 날리고 있기도 하다. 하얀 눈이 내려 미끄러운 빙판길 임에도 불구하고 설경을 즐기기 위한 자동차들의 많았다.

 

 

  호수는 바닥을 드러내놓고 있었다. 가뭄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발전을 하지 못한 지는 아주 오래 되었다. 물이 빠져 드러난 바닥에도 하얀 눈이 쌓여 있었다. 깊은 곳에 고여 있는 물을 제외하고는 물이 하나도 없었다. 만약 눈이 내리지 않았다면 그 몰골이 보기에 상당히 사나웠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하얀 눈의 마법이었다. 호수 바닥은 말할 것도 없고 절벽의 바위까지도 멋지게 장식하고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소나무 위에도 하얀 눈이 쌓여져 있어 황홀감을 느낄 수 있다. 눈이 아니고는 만들어낼 수 없는 마법이 분명하였다. 일상의 번뇌와 고통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말끔하게 사라지는 것 같았다.

 

  사랑하게 되면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눈이 창조해낸 겨울 세상은 분명 새로운 세상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는 작은 것이라도 감동으로 다가온다고 하였다. 시선 안으로 들어오는 세상의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절벽의 모습도, 눈이 쌓인 소나무의 모습도, 별이 되어 다가온다.

 

 

  눈 오는 날의 행복.

  행복이란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상태를 말한다. 넘치게 되면 욕심을 작용하게 되고 부족하게 되면 살아가기가 아주 불편해지는 것이다. 욕심이 앞서게 되면 행복은 멀어지게 되고 부족하게 되어도 마찬가지이다.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다는 것은 작은 것에 만족할 수 있는 마음을 말한다.

 

  눈이 내린 바위가 새로운 얼굴을 하고 다가온다. 절벽의 모습도 다른 때와는 사뭇 다르다. 나무도 마찬가지다. 눈의 마법으로 새로운 얼굴을 하고서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들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눈이 내린 세상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바로 행복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임실군 옥정호에서 직접 촬영


태그:#눈, #행복, #옥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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