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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베르토 배론씨와 고충신씨
로베르토 배론씨와 고충신씨 ⓒ 오문수

“한국인들의 영어교육을 위해 무보수로 자원봉사를 하는 훌륭한 외국인이 있어요”라는 연락이 왔다. 고충신씨가 연락한 당사자이다. 그는 미국 조선소에서  24년간 일하다가 정년 후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3년 전 여수에 왔다. 가족들은 현재 버지니아에 산다. 어머니를 모시는 동안 시간이 많이 나서 엑스포자원봉사자 교육 프로그램에 2년 동안 동참하면서 별난 미국인을 만났다고 한다.

 

고충신씨는 엑스포 자원봉사자 교육을 한다. 고씨가 맡은 분야는 운수업체(택시기사), 요식업소, 숙박업소 등이다. 각 협회에서 모임이 있을 때 요청하면 달려가 외국인 응대요령을 교육한다. 고씨가 말하는 한국 영어교육의 문제점이다.

 

"한국 사람들은 어려운 단어는 많이 알고 있지만 정작 영어로 표현을 하지 못한다. 중학교 정도의 실력만 있으면 충분히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데 어려운 단어로만 하려고 하고, 문법과 독해 중심의 영어가 한국 영어 교육의 맹점이다."

 

고씨가 소개한 사람은 미국인 로베르토 배론(Roberto Barrron)씨다. 미국에 오래 살아서 미국인들을 잘 알기 때문에 이런 외국 분들은 극소수라는 게 고씨의 설명이다.  그는 여수엑스포 자원봉사자를 위해 무료로 영어를 가르치며 열심히 봉사한다.

 

로베르토씨는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66년에 오산 미 공군기지에서 공군으로 근무했었다. “한국은 그때보다 엄청나게 발전했다. 특히 올림픽 이후 건설과 경제 정치부문에서 많이 발전했다”는 그의 칭찬이다.

 

군 복무를 마치고 미국 텍사스 엘파소로 돌아가 중학교 교사로 20년 근무하고 교육청 및  국민연금공단에 근무하기도 했다. 엘파소에서 여수 출신 한국인과 결혼한 그는 한국이 좋아 다섯 번이나 방문했다. 부인의 고향인 여수에서 엑스포가 열리게 돼 기쁘고 여수를 사랑해 뭔가 자신이 할 일은 없을까 궁리했다.

 

부부가 시청을 찾아가서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하며 자원봉사자로 등록해 1주일에 월요일과 수요일  각 2시간씩 연간 140시간을 봉사했다. 교육생들이 미안해하며 수고비를 주려고하자 극구 사양했다. 공군과 교사, 국민연금공단에 근무했기 때문에 퇴직 후 연금이 나와 돈이 필요 없고, 가르치는 게 즐겁단다.

 

수업이 끝나면 광무동 자택으로 교육생들을 초대해 담소하며 차를 마신다. 미국에 사는 자녀들과는 1년에 한 번씩 만나지만 현재는 교육생들 때문에 미국에 안 간다. 스페인계로 스페인어도 잘하는 그가 한국인들을 가르치며 느낀 영어를 잘하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몰입영어를 어떻게 생각하며 영어 잘 하는 법을 말해주시겠습니까?”

“ @#$%^^&.

“천천히 말해 주세요”

@#$%^^&. @#$%^^&”

 

도저히 못 알아듣겠다고 말하자, 옆에 앉아있는 고충신씨가 지금 스페인어로 말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해줬다. 로베르토씨의 설명이다.

 

“비슷한 문자 체계를 가진 스페인어도 이렇게 못 알아듣는 데 한국어와 영어는 언어체계가 너무 다르다. 몰입영어 교육은 문제가 있다. 또한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원어민교사가 영어교수법을 알아야 하는 데 대부분이 정식 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 않아 문제가 있다. 미국에서 정식 자격증을 가진 교사는 초봉이 6천만 원쯤 되는데 한국에 오겠느냐?

 

제2외국어를 배우는 데는 많은 인내와 시간이 필요하다. 첫째, 우선 잘 안 되는 발음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둘째는 크게 소리 내서 읽어라 한국인들은 크게 소리 내지 않고 속으로만 하거나 조용히 말한다. 셋째, 듣기 능력을 향상시켜라. 마지막으로 인터넷과 TV시청을 통해 영어에 노출시키는 시간을 늘려라.”

 

 전남대학교 강의실에서 로베르토 배론씨로부터 강의를 듣고 있는 여수엑스포 외국인 안내 자원봉사자들
전남대학교 강의실에서 로베르토 배론씨로부터 강의를 듣고 있는 여수엑스포 외국인 안내 자원봉사자들 ⓒ 오문수

 

교육생 최은미씨의 얘기를 들었다.

 

“로베르토 선생님은 수업 경험이 많아 수업자료를 많이 준다.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공부할 자료를 미리 메일로 보내 예습하게 한다. 또한 인원에 상관없이 단 한 명이라도 수업을 할 정도로 열정이 많다. 무보수로 수업을 해줘서 약간의 사례를 하려는데 거절했다. 선생님의 순수한 열성과 행동이 마음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남해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자원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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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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