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다는 말이 있습니다. 나중에 커서 비행기 태워주고, 용돈 두둑하게 주는 의미로 많이 쓰이고 있지만 키울 때에 아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애교, 사랑이 넘치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도 초등학교 3학년 딸이 하나 있습니다. 이 녀석은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얼마나 애교를 부리는지 모릅니다. '예쁘다'는 말을 경상도 탯말로 '예삐'라고 하는데 한 번씩 '예삐'라고 하면 그 날은 하루 종일 싱글벙글입니다. 예쁘지 않다고 말하면 그 순간 눈물이 주루룩입니다.

 

 

다른 집은 모르겠지만 딸은 쉬지 않고 말을 합니다. 학교를 파하고 집에 돌아온 순간부터 엄마와 아빠에게 학교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을 다 말합니다. 누구와 장난쳤는지, 말다툼을 했는지, 누가 선생께 꾸중을 들었는지, 묻지도 않았는데 다 말하지요. 아들만 키우는 부모들은 경험할 수 없는 일이지요.

 

이 녀석이 지난 주 토요일 싱글벙글하면서 집에 왔습니다. 여느 때처럼 웃는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30장쯤 되는 A4 묶음을 주었습니다. 보니까 자기 반 동무들이 서로에게 얼굴을 그린, 그림 편지를 쓴 묶음이었습니다.

 

자기 반 동무들 모두가 얼굴을 그리고 편지를 쓴 것입니다. 한 명씩 얼굴을 떠올리면서 쓴 편지와 그 아이에 대한 자기 생각을 썼는데 참 재미있고, 좋은 교육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동무들 얼굴을 그리고, 동무 성격과 행동을 편지로 쓸 때 나쁜 마음보다는 아름답고 착한 마음을 전했을 것입니다. 만약 싸운 동무 얼굴을 그리고, 편지를 썼다면 미안하다는 말과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자고 했을 것입니다.

 

반 동무들이 33명 정도되는데 딸 아이에게 쓴 얼굴 편지 몇 개를 소개합니다. 동무들이 딸을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요? 간단한지만 딸 아이를 정확하게 표현했습니다. 같은 반 동무들에 비해 키가 작지요. 머리는 조금 길고. 동무들 많이 도와준다고 했는데 이는 선생님도 인정하는 편입니다.

 

"김서헌의 생김새는 키가 좀 작고, 머리가 조금 길다. 친구를 많이 도와주고 재미있게 놀아준다."

 

 

 
 
아래 동무가 쓴 글은 재미 있습니다. "서헌이는 공기를 잘한다." '공기를 잘 한다?' 하지만 우리 딸은 공기 놀이를 잘하지 못합니다. 자기 오빠가 공기놀이를 잘합니다. 요즘은 남자 아이들이 공기놀이를 더 잘합니다. 만날 저와 공기놀이를 하자고 하는데 영 나아지지를 않습니다.
 

 
 
7942에게:서헌이는 착하고, 친구들이 학용품을 가지고 오지 않았을 때 빌려주는 잘빌려 주는 친구이다. 또 친구들과 잘 놀아주어서 인기가 참 많다. 나는 서헌이와 잘 지낼 것이다.
 
저는 처음 '7942'가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예삐 '7942'가 무슨 뜻이야?"
"아빠는 그것도 몰라요. '친구사이'예요. 친구사이. 알겠어요?"
"너 정말 착하니, 착하다고 소문만 났지 아빠가 생각에 아닌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겠어요. 동무들이 착하다고 해요."
"그래 동무들 도와주고, 약한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어야지. 다른 동무들이 따돌려도 너는 함께 놀아주어야 한다. 알겠어?"
"알았어요."
 

 

왕따도 많고,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왕따와 따돌림을 없애기 위하여 많은 방법이 있지만 같은 반 동무들 얼굴을 그리면서 서로에게 편지를 쓰는 방법은 어떨까요? 동무 얼굴을 그리면서 편지를 쓴다면 싸운 동무에게는 미안하다, 괴롭힌 동무 얼굴을 그릴 때는 앞으로 함께 놀아주어야겠다는 마음이 가질 것입니다.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동무을 사랑하고, 함께 노는 것을 좋아합니다. 학교와 선생님, 학부모들이 서로를 사랑하고,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얼굴을 그린 편지를 보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얼굴#동무#편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