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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사람들이 송년 모임으로 바쁜 요즘, 봉사로 바쁜 사람들이 있다. 12월 7일, 묘희원에서 만난  ‘정각사 어린이 법회 어린이들’과 정각사 자모회' '맑고 향기롭게 봉사팀' '작곡가 오해균' '꽁짜 아저씨'가 그들 중 한사람들이다.(정각사-해인사 포교원, 군포시 산본동 소재)

 

얼마 전부터 매주 일요일 달콤한 휴일의 잠을 털고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서곤 했다. 올가을 들어 맛들이기 시작한 산행 때문이다. 엊그제 일요일(12월 7일)에도 6시 반에 집을 나섰다. 산이 아닌, 묘희원(경기도 화성, 사회복지법인 자제공덕원)에 가기 위해서였다.

 

'묘희원'은 1991년에 묘희 스님이 노스님과 노인들을 위해 설립한 ‘노인복지요양시설’이다. 타종교에 비해 복지시설이 부족한 불교계의 대표적인 사회복지시설이나, 현재는 종교와 상관없이 노인성 질환을 가진 80분의 할머니·할아버지(2008년 12월 현재 할머니 70분, 할아버지 10분)(기초생활수급자 70분, 개인부담자 10분)가 노년을 보내고 있는 곳이다.

 

첫눈(내게는)을 차창으로 느끼며, 다소 미끄러운 길을 달려 도착한 묘희원에도 제법 많은 눈이 내렸다. 불과 몇 초 사이에 머리에 하얀 눈이 덮일 만큼 눈이 내리고 있었다. 위문공연을 30여분 가량 앞둔 9시 30분 즈음, 눈 속에 봉사자들이 속속 도착했다. 그리하여, 9시 갓 넘어 도착했을 때 다소 썰렁했던 묘희원 식당은 사람들의 온기로 금방 훈훈해졌다.

 

10시 무렵, ‘정각사 자모회’ 어머니들이 전혀 걸을 수 없는 할머니 한 분, 한 분을 휠체어로 모시고 왔다. 대부분 휠체어 운전에 익숙했지만, 한 어머니는 자신의 운전과 다르게 삐뚤삐뚤 움직이는 휠체어 뒤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얼굴이 붉어졌다.  

 

'혹시 넘어뜨리면 어떡하나'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내가슴이 콩닥거렸다. 그런데 한순간, 휠체어에 타고 있던 할머니는 '언제 내가 아팠던가' 할 만큼 고개까지 뒤로 젖히시며 밝고 환하게 '껄~껄~!' 웃으셨다. 그 할머니의 밝고 환한 그 웃음이 글을 쓰는 이 순간 환한 꽃 한 송이처럼 피어나는듯 기분이 좋다. 위문공연이 있는 날이라 기분이 무척 좋으셨나 보다.

 

1부는 '정각사 어린이 법회' 어린이들의 재롱잔치. 2008년 한 단체의 '한민족문화대전'에서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한 정각사 어린이 풍물패의 길놀이 공연을 시작으로 쌍둥이 자매의 재롱 등 아이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잘 웃지 않으시던 어르신들의 얼굴에도 점차 웃음꽃이 활짝 피어났다.

 

박수를 치면서 즐거워 하시는 어르신들도 있지만 좀체로 웃지 않고 멍하니 앉아있는 분들도 있었다. 그분들을 보면서 마음이 쓸쓸해졌다. '혹시 손자가 보고 싶으신 것은 아닐까?'

 

위문공연중에 옆에 있으면서 어르신들의 수발을 들기도 하는 한 '요양보호사'에게 “봉사하는 사람들이 돌아가고 나면 어르신들이 떨어져 살아야 하는 가족들 생각에 쓸쓸해하시거나 그러지 않아요?” 라고 물었다. 그분은 말한다.

 

“이곳에 계신 분들은 치매나 중풍 등 각종 노인성 질환들을 앓고 계신 분들이거든요. 외출도 거의 못하시고 외부와 거의 격리되다시피 떨어져 사시잖아요. 그러다보니 이렇게 와 주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하시고 삶의 활력을 얻곤 하시는 것 같아요. ‘좀 더 일찍 와서 구경할 걸 그랬다’고 후회하면서 다음에는 서둘러 오실만큼 이런 공연이나 봉사활동을 기대하는 분들도 많거든요. 어르신들은 그냥 누군가 함께 있어주는 자체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묘희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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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자

 

2부는 묘희원 어르신들과 봉사자들의 노래대결.

 

오해균(작곡가): “처음 몇 년 동안은 위문공연과 봉사만 했습니다. 그런데 공연 중에 즐거워하시던 어르신들이 공연이 끝나면 쓸쓸해하시거나, 공연 중에도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분들도 있더군요. '어떻게 하면 어른들께 좀 더 많은 즐거움을 드릴 수 있을까?' 생각해 낸 것이 재롱잔치와 같은 일방적인 공연이 아닌 지금과 같은 '청·백대결' 공연입니다. 사실 이분들은 많은 사람들 앞애서 노래 부를 기회가 거의 없거든요.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장기 자랑하는 것이 자신감 회복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함께 노래 부르고 어울리면서 훨씬 즐거워 하시더라고요. 당연히 공연 분위기도 훨씬 좋고요.”

 

청백 대결이 있는 동안 1부에서 재롱공연(?)을 했던 정각사 법회 어린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어깨를 주물러 드리고 있었다. 어깨를 주물러 드리며 간혹 귓속말을 주고받는 아이까지 있었다. 아이들을 보며 집에 두고 온 우리 아이들 생각을 했다. ‘봉사 점수 때문에 기관에 기서 봉사를 하는 우리 아이들, 2009년에는 이런 현장에 데리고 다녀야지.’

 

"전요. 봉사는 처음 왔는데 와서 할머니들 보니까 우리 할머니 생각이 나요. 우리 할머니는 진주에 사세요. 너무 멀어서 자주 오시지 못하기 때문에 엄마 아빠랑 우리가 자주 가요."

 

"저는 봉사는 두 번째 왔어요. 우리 할머니는 대구에 사세요. 그런데 제가 3살까지 거기서 살았거든요.(말하는 동안 할머니 생각이 나는지 잠시 쓸쓸해졌다.) 할아버지께서는 얼마 전에 돌아가셨는데...우리 할머니가 건강하신 것이 고마워요."

 

"난 두 번째 왔는데! 기분 좋아요. 그래서 어른이 되서도 계속 올 거예요."

 

어느새 낯을 익힌 요양보호사 '구순회씨'와 공연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몇 년 전 나처럼 가게를 접었단다. 불황으로 5년 동안 운영하던 식당을 접고 손익을 계산해보니 남은 것은 얼추 1억여 원의 빚. 빚도 빚이지만, 마음이 더 허전했단다. 그때 그녀가 선택한 것은 오래전부터 틈틈이 해오던 봉사를 좀 더 본격적으로 하자는 것이었다고.

 

봉사가 아무리 가치 있고 소중해도 자신의 생활이 우선이다. '돈도 벌면서 봉사까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그녀는 봉사에 필요한 응급처치 등의 간병인교육, 요양보호사 교육 등을 받고 요양 보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그녀의 직함은 '요양보호사', 묘희원에서 6개월째 일하고 있는데 급여에 대해 묻자 "만족스럽다"고 답했다. 이어 덧붙였다.

 

“만족에는 끝이 없고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내가 받는 돈이 다른 사람에게는 푼돈일 수도 있지만 난 만족해요. 풍족하진 않지만 생활을 하면서 남에게 봉사할 수도 있잖아요. 내 사업을 하면서 돈도 지금보다 많이 벌어봤지만, 물질적인 풍요가 보장되는 삶이 꼭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더라고요.

 

결혼 전부터 YMCA 등에서 이런저런 봉사활동을 해봤는데 그래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제일 만족스러워요. 사실 전에는 참 많이 허전했거든요. 그냥 그런 거 있잖아요. 삶이 허전한 것. 그런데 이 일을 하면서 그 허전함이 모두 사라졌어요. 아직도 우리나라 복지시설이나 봉사활동은 많이 부족해요. 경험을 충분히 쌓아 힘든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그런 복지시설을 운영해보는 것이 꿈이에요."

 

요양보호사는 직업이다. 하지만 일반직업과는 그 차이가 많다. 남에게 봉사하려는 마음가짐, 즉 소명이나 성심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쉬운 말로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 사회복지관련 직업이다. 몸이 불편한 분들이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일들이 빈번, 가족을 돌볼 때 이상의 성심과 잔손길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사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겨울 새벽거리를 걸으며 지난 몇 주간 만났던 산들이 자꾸 떠올랐다. 이 때문에 일행을 만나러 금정역까지 가는 1시간 30여분 동안, '산에나 갈걸 공연히 약속했나?'하는 후회와 아쉬움이 미련스럽게 들기도 했었다. 그렇게 만난 묘희원에서의 하루는 이젠 기억에 오래 남을 만큼 짧지만 감동과 의미가 선명한 하루라고 말하고 싶다.

 

봉사를 특별한 행사가 아닌 일상(삶)의 한 부분으로 지연스럽게 받아들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당연하게 나누면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섞이며 내삶이 자꾸 허전해지는 이유를 알았기 때문이다. 매일 매일 일에 허덕여 살고 있지만, 내게도 사회 복지에 대한 꿈이 있다. 묘희원에서의 하루는 막연하던 이 꿈을 좀 더 적극적으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껏 나는 왜 묘희원 같은 사회복지시설로의 봉사를 일부러 시간을 내서 일부러 가야만 하는 특별한 걸음이라고만 생각했을까? 묘희원에서 돌아오는 차속에서 내내 생각했다. 이 글을 쓰는 이 순간, 꽁짜 아저씨의 한마디가 생각난다.

 

"봉사란 자기감정에서 우러나는 것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가릉빈가(극락조) 소리단' 조직, 산사음악회 틈틈 위문공연 하는 작곡가 오해균 

 

이날 위문공연을 이끈 오해균씨는 음반업계나 불교계에 많이 알려진 작사·작곡가이다. 대중가요를 주로 만들지만 찬불가도 많이 만들었다. 작사 작곡가로 세광음반 대표인 그는 '가릉빈가 소리단'을 조직, 산사음악회 공연 틈틈이 묘희원같은 사회 복지시설이니 군부대 위문 공연을 한다.

 

작사 작곡가로서의 이력을 물어보니 "길어봤자 6년, 어쩌면 6년도 안 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짧은 시간에 참 많은 곡을 썼다고 한다. 2006년, '가장 많은 곡을 녹음한 작곡가'로 '제4회 대한민국 환경대상' '한국연예스포츠 주최 작곡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런 그에게 주변에서는 짧은 시간에 눈부신 발전을 했다고 평가한다. 이력이 짧은 그가 어떻게 이렇게 발전할 수 있는가?

 

“그 힘은 봉사에 있다고 하고 싶습니다. 그게 그런것 같아요. 남과 나누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내게 더 많이 돌아오더라. 그게 봉사라는 생각이 들어요. 뭐 특별할 것이 있나요. 내가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니 그 노래들을 함께 나누면 되는 거지요. ‘가릉빈가 소리단’의 가수들은 그렇게 유명한 분들은 아니지만, 잘할 수 있는 노래로나마 남과 기꺼이 나누자는데 뜻을 함께 한 분들입니다."

 

작곡가 오해균씨는 묘희원 같은 사회복지시설이나 군부대 위문공연 현장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런 그에게 묘희원은 "그렇게 많은 곳에 수많은 봉사를 다녀도 위문공연을 2번 가지 않으면 1년을 마무리할 수 없는 곳"이다. 그는 덧붙인다.

 

“봉사는 아무나 할 수 없지만 몸에 배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정각사 어린이들처럼 어렸을 때부터 봉사 현장에 자주 가서 봉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일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죠. 이런 아이들이 많아지면 지금보다 우리의 봉사 현실이 훨씬 좋아지지 않겠어요?“

 

그도 지난 IMF때 사업이 망했다. 이후 청년기에 현상 공모전에서 당선되어 상금 꽤나 타먹은 적이 있는 작사·작곡을 시작했다. 좋아하는 일도 할 수 있고 밥벌이도 되며, 무엇보다 오래전부터 해 온 봉사활동을 노래를 통해 좀 더 본격적으로 하자 싶었기 때문이란다.

 

그에게 “난, 선생님 손전화 컬러링곡인 <무창포의 봄>이 좋더라(웃음) 대표곡이 무엇인가? 특별한 사연이 있는 곡은 혹시 없는가?” 라고 물었더니 노래 두 곡을 들려준다.

 

♪~어떻게 세상을 살아야 잘사는 건지/어떤 게 진정한 행복을 가꾸는 건지/영원한 행복 찾아서 함께 가는 길/슬픔도 모두가 나눠야해/이 세상 모든 이 행복할 수 있다면/험한 세상 등불 되어/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모든 사람위해서/사랑으로 채워 갈 꺼야/우~~ 우~~ 모두들 행복할 수 있다면/사랑해 사랑해 모두가 하나 되는 그날을 위해/우~~ 우~~ 행복을 나눌 수만 있다면/사랑해 사랑해 모두가 사랑을 할 때까지 ~♪ -오해균 작사·작곡 <행복할 수 있다면> 가사 전문

 

‘사랑의 초록등’이 세간에 가장 많이 알려져 자신의 대표곡이랄 수 있지만,  특히 애착이 가는 곡은 '행복할 수 있다면'과 '생명의 꽃(주애리 부름)‘이란다. 이중 '행복할 수 있다면'은 30분 만에 작사·작곡을 했다고 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떤 삶이 가치있는가?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평소 생각하던 자신의 삶의 방향-봉사,나눔-을 그대로 표현, 그만큼 쉽게 만들어진 곡이라고(인터뷰:12월 7일 늦은 오후, 오해균 작곡가 사무실에서)  


태그:#봉사활동, #정각사(산본), #작곡가 오해균, #꽁짜 아저씨, #묘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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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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