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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건복지부 산하 청소년위원회가 대중가수인 비와 동방신기의 노래를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판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해당 가수인 비와 동방신기는 위원회가 지적한 부분을 수정한 '클린버전'을 내놓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 따르면, 이런 문화규제는 게임과 음반 등 문화 전반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현재 19살인 학생과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는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봤습니다. <편집자말>

 

미리 말해두자면, 난 19살이다. 최근 문화계에서 일고 있는 청소년 유해 매체물 판정에 따르면, 난 가수 비의 노래인 '레이니즘'도 동방신기의 노래인 '주문'도 들을 수 없는, 그 19살인 거다. 교육열이 높은 대한민국인 만큼, '청소년'이란 단어가 들어가면 그만큼 예민하게 반응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사실 단어 자체가 얼마나 섬뜩한가, '청소년 유해물'이라니.

 

지금 이 문제를 놓고, 의견은 딱 두 가지로 대립된다. '들을 사람은 다 들었다, 이제 와서 유해물 판정이 웬말이냐, 말도 안 된다'는 의견과 '그 노래들에 대한 유해물 판정은 당연한 처사'라는 주장.

 

그렇다면, 이 사안의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는 청소년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내 주변 친구들이 모든 청소년들을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내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의견은 대체로 '유해물 선정에 반대한다'였다

 

학생1 "야,  비 신곡이  가사 때문에 심의에 걸려서 유해물 판정 났다는데  너 알고 있냐?"

학생2 "어? 정말이냐? 상관없던데? 나, 뮤직비디오 보고 비 팬 됐잖아. 진짜 근사하더라."

학생3 "야, 니네들 솔직히 어떻게 생각하냐? 비 춤 진짜 잘 추지 않냐? 그런데 유해물판정? 어이없네. 방송에서 말하는 가사랑 다르던데?"

학생2 "어차피 미국처럼 곧 개방적으로 될 거면서 그냥 놔두지 지금 와서 무슨 판정을 걸고 있어. 어른들 생각이 너무 구시대적인 것 같아."

 

위 대화는 실제 청소년들인 내 친구들과 나눈 대화다. 이처럼 대부분 청소년들은 '청소년유해물 판정'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청소년에 대한 몰이해 드러낸 '유해물 판정'

 

특히 ▲청소년유해물 판정이 너무 늦은 감이 있다는 것 ▲요즘 청소년들은 그 정도 가사나 춤을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 ▲어른들보다 인터넷에 훨씬 능숙한 청소년들로서는 그들이 방송매체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가는 한, 원하기만 한다면 언제든지 접할 기회가 열려 있다는 것 등에서 '청소년 유해물 판정'은 단지 어른들의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내렸다는 '청소년 유해물 판정'에 정작 당사자들인 청소년들이 오히려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으니 청소년 보호위원회의 입장이 참 곤란하게 되었다.

 

이번 '청소년유해물 판정' 사건은 사실 청소년들에 대한 어른들의 몰이해를 드러내는 아주 작은 사건일 뿐이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 '백지영 비디오 유출' 사건이 있었다. 그 당시 어른들이 호들갑을 떨며 난리를 치기 전, 이미 그 비디오를 인터넷에서 본 초등학생들은 의외로 많았다. 심지어 초등학교 3학년 정도의 장난기 많고 조숙한 아이는 학교 컴퓨터실에서 아이들에게 500원씩 받고 몰래 보여주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사건으로 인해 호들갑을 떤 것은 어른들이었을 뿐 아이들은 곧 호기심을 접었고 아이들만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 일로 어른들이 염려하던 나쁜 결과들은 발생하지 않았다. 어른들의 지나친 호들갑은 청소년들을 단 한 번도 어른들의 잣대가 아닌, 우리 청소년들의 눈높이나 관점에서 바라봐주지 않았다는 명백한 증거였을 뿐이다.

 

제발, 청소년 정책은 청소년 눈높이에서

 

어른들은 그런 경향이 있다. 우리 청소년들의 문제를 걱정하고 의논한다는 자리에 정작 주인공인 우리들을 불러 의견을 듣는다거나 청소년인 우리들의 생각을 물어 본 적이 없다.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도통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어른들 생각대로 하는 0교시 수업, 수시로 바뀌는 입시 정책, 청소년들을 보호한다는 청소년 정책 등 그 모든 정책에 진짜 주인공인 청소년이 빠져있다. 청소년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도 못하는 어른들이 어떻게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청소년들을 선도할 수 있다는 말인가.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나는 비도 동방신기도 별로 관심이 없다. 아니 관심을 가질 만큼 한가로운 고등학교 생활을 하지 못했다. 새벽 6시 30분쯤 일어나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가서 새벽 0시가 다 돼서야 집에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했으니 대중음악이나 뮤직 비디오를 볼 시간이 없다. 이는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 청소년들의 모습일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와 놀아 본 기억 없이, 오로지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뺑뺑이 돌며 커가는 그런 친구들도 많이 봤기 때문이다.

 

이제는 어른들이 정말 청소년 입장에서 청소년의 눈높이와 마음이 되어 모든 것을 생각하고 결정했으면 좋겠다. 아니 적어도 우리 청소년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려는 노력이라도 했으면 한다.


태그:#청소년유해물판정, #비, #동방신기, #레이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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