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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11월을 동짓달이라 하지요. 예부터 동짓달은 달력을 주고받는 달이기도 했습니다.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며 한해의 또 다른 매듭을 생각하게 됩니다. 본시 시간은 한량限量없지만 유한한 생을 사는 생명들은 그 보이지 않는 시간조차도 계량計量하면서 살수밖에 없나봅니다.

새달력은 명년의 새로운 결심을 재촉합니다.
▲ 손기화선생님께서 보내주신 명년의 탁상용 달력 새달력은 명년의 새로운 결심을 재촉합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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뜯겨나간 달력의 흔적을 보며 당연히 챙겨야했던 것들이 얼마나 많이 간과 되었는지를 알고 가슴이 덜컥하는 뒤늦은 후회를 하게 됩니다. 부모님과의 짧은 여행, 멀리 있는 지인들에게 전화 한통하기, 매일 시 한 편 읽기, 아내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씩 하기, 누구와 마주칠 때마다 무조건 바보처럼 미소 짓기, 본인이 없는 자리에서 타인의 말 옮기지 않기 등 지난해 동짓달에 했던 결심들이 그것입니다. 지난 세월은 속절없고 다가오는 시간들에 다시 기대를 걸 수밖에 없습니다.

모티프원에는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TV가 없고, 식탁에 떡벌어지는 찬들이 없습니다. 달력도 없는 것들 중의 하나입니다. 한동안 숙명여자대하교박물관의 아름다운 규방물품 사진들이 담긴 일력日曆을 저의 책상위에 두긴 했었지만 매일 한 장 한 장 넘기는 것도 일이다 싶었을 때 모티프원의 한 방문자께서 부러워하는 눈치를 알아채고 드렸습니다.

그 후로는 모티프원 어느 공간의 어느 벽에도 달력은 발견할 수 없습니다. 제가 집안에 달력을 걸지 않는 것은 모티프원에서 만이라도 시간을 인식하지 말자, 는 의미입니다. 누구나 수많은 약속과 데드라인이 있는 일들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만, 적어도 모티프원에서만은 그 시간들의 굴레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대면하거나 동행한 상대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갖기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

저는 이즘 일주일을 각기 다른 요일의 7가지 날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2가지의 날로만 구분합니다. 그것은 주중과 주말입니다. 문득 고개를 들어 서재 밖을 보아 도로에 사람이 있으면 'weekend'이고 그렇지 않으면 'weekday'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서울시광역정신보건센터의 손기화선생님께서 2008년 탁상용 달력을 보내주셨습니다.
손선생님은 서울시에서 시민들의 마음의 병을 퇴치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전개하고 있는 정신건강 브랜드 ‘blutouch’의 각종행사에 저를 초대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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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회 가족이 함께하는 우울증예방 블루터치 캠페인'행사 개막식 .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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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시청 앞 광장에서 있었던 '블루터치캠페인'선포식에도, 또한 올해 10월에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에서 있었던 '제2회 가족이 함께하는 우울증예방 블루터치 캠페인'행사에도 초대되어 참가자들에게 솟대만들기를 강의했었습니다.

'제2회 가족이 함께하는 우울증예방 블루터치 캠페인'행사에서의 솟대만들기. 가족과 함께하면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동구밖에 솟대를 세우는 일은 원래 동민들이 모두 함께 모여하는 축제같은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아름다운 정신 '두레'의 정신적 토대이기도 했습니다.
▲ '제2회 가족이 함께하는 우울증예방 블루터치 캠페인'행사에서의 모티프원의 솟대만들기 '제2회 가족이 함께하는 우울증예방 블루터치 캠페인'행사에서의 솟대만들기. 가족과 함께하면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동구밖에 솟대를 세우는 일은 원래 동민들이 모두 함께 모여하는 축제같은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아름다운 정신 '두레'의 정신적 토대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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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손선생님께서 꼼꼼하게 챙겨보내주신 정신건강에 관한 여러 자료들과 달력이 포장된 우편 꾸러미를 풀면서 새삼스럽게 손선생님의 따듯한 'touch'를 느낍니다. '접촉'은 '이해'를 낳고, ‘이해’는 '공감'을 불러옵니다.  서로 간 이심전심의 공감이 있는 곳에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지는 법은 없을 것입니다. 부모님의 스킨십이 부족한 아이는 평생을 두고 애정의 결핍을 느끼고 이웃 간 소통이 없으면 갈등을 낳습니다. 청명한 블루 빛 하늘처럼 깨끗한 선심善心의 touch야 말로 우리 사회의 희망이고 개인의 행복입니다.

저도 오늘 누군가에게 심장의 피로 덥힌 손을 내밀어야겠다는 결심을 손선생님께서 보내주신 달력을 보면서 새롭게 다집니다.

손선생님께서 보내주신 달력으로 2008년 모티프원 스케줄표도 만들고 내년 1월에 떠날 아프리카 여정의 얽이를 짤 수도 있었습니다.

이 달력은 음력까지도 표기된 데다 탁상용으로 작아서 서가에 책처럼 꽂아두기도 좋습니다. 이 달력은 책상위에 놓이는 대신 서가 책들 사이에 꽂혀서 모든 날들을 음력으로 셈하는 부모님의 생일을 기억하거나 누군가를 향한 따뜻한 터치의 결심을 잊었다 싶으면 꺼내어 그 결심을 다시 다지는 부적처럼 사용토록 하겠습니다. 손선생은 제게 달력이 아니라 명년의 제 결심, '누군가를 향한 따뜻한 터치'를 선물하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따뜻한 손을 내밀어 누군가의 손을 잡는 것, 그것은 오히려 내 마음을 덥히는 일이기도 합니다.
▲ 누군가를 향한 따뜻한 터치 따뜻한 손을 내밀어 누군가의 손을 잡는 것, 그것은 오히려 내 마음을 덥히는 일이기도 합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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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정보
-우울증 자가검진 | www.blutouch.net
-조기정신증검진 | www.semis.or.kr
-정신건강인터넷상담 | www.suicide.or.kr
-자살·위기등 정신건강 상담전화 | 1577-0199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업로드됩니다.



태그:#달력, #블루터치, #솟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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