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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빌헬름 텔, 하이디, 초콜릿, 치즈, 고급 시계, 그리고 스위스 은행 등이 생각날 것이다. 그만큼 스위스는 건국의 아버지 텔과 천연 관광지 알프스 산맥, 초콜릿과 치즈와 시계 등의 정밀기술, 은행고객의 개인 비밀을 보호해 주는 세계은행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하지만 그 정도만 생각한다면 스위스의 진정한 면은 알지 못하는 것이다. 스위스가 여태껏 세계적인 나라로 설 수 있었던 것은 그 이면의 모습들 때문이다. 이른바 스위스는 용병의 기술과 능력에 의해 세워진 나라요, 연방정부가 기초하고 있지만 대의민주주의 제도가 아닌 인민주권에 기초한 직접민주제를 실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 주재 일본 대사관을 거친 구나마쓰 다카지의 <다부진 나라 스위스에 가다>는 그처럼 겉으로만 알고 지내왔던 스위스보다는 진정한 내면을 들여다보게 해 준다. 일본의 규슈보다 좁은 면적의 스위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와 국경을 인접하고 있음에도, 어떻게 스위스만의 국가를 세우고 있는지 그 이면을 들춰낸다.

 

“스위스를 아름다운 목장, 빙하를 머리에 인 산들, 시계와 치즈와 초콜릿의 나라로 알고 있는 사람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스위스의 중립 정책도 스위스 은행도 스위스의 경제적 번영도 근본을 따지고 보면 스위스 용병에 가닿는다고 하면 깜짝 놀랄 것이다. 전쟁을 하지 않는 것을 국시로 하는 나라가 오랫동안 전쟁 도우미의 수출국이었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4쪽)

 

스위스는 26개주로 구성된 연방국가요, 인구 736만 명의 작은 나라요, 유엔에는 논의에 논의를 거듭한 결과 2002년에야 가입했고, 유럽연합에는 아직도 가입하지 않은 조금 이상한 나라다. 세계적으로 뛰어난 정밀기술과 관광 상품을 보유하고 있고, 국제연합 본부를 제네바에 두고 있는데도 왜 세계적인 연대에 미적거리고 있는 것일까?

 

그만큼 스위스는 연방정부의 정치력보다도 국민의 전체적인 의사를 더 중요시하는 법안을 두고 있는 까닭이다. 아무리 연방정부가 기초하고 연방의회가 가결한 법률이라도 국민투표에서 과반수 이상이 반대의사를 표시하면 그 법률은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엔 회원국이 되어도 중립을 지속한다”는 사항이 담긴 유엔 가입 신청안을 국민들에게 미리 제시했던 바이기도 할 것이다.

 

“연방의회 의원은 일년에 네 번 각각 십여 일이 넘게 지속되는 회기 중에는 수도 베른에 모여 국정을 논의하지만 회기가 아닌 때에는 각자 자기 직장으로 돌아간다. 의원 수당은 연간 3만 프랑 정도인데, 스위스 연방 의원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100쪽)

 

영세 중립국이던 스위스가 세계적인 나라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용병 때문이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어디에도 쏠림이 없는 스위스였기에 전쟁에 자유롭게 지원하여 나름대로 이득을 챙겼고, 용병들이 벌어들인 소득의 기반 위에 스위스가 세워질 수 있었던 것이다.

 

어찌 보면 그들만큼 실용주의에 밝은 사람들도 없는 듯하다. 그래서 전 세계 자산의 25%를 운용하고 있는 스위스 은행들도 해외 누구를 막론하고 개인의 예금 비밀을 철저하게 보호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욱이 개인적인 일에 관해서는 그들만큼 인색한 사람들도 드물 정도라고 하니, 정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과 얼마나 다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사회 공익을 위한 기부문화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후하다고 하니, 개인과 공익의 구분이 얼마나 명확한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스위스는 앞으로도 세계적인 무대에서 우뚝 설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것 같다. 그것은 자연 관광산업과 함께 그들의 정밀기술 능력을 외부로 유출시키지 않고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들의 중립주의라든가 연방주의와는 달리 외국인들에 대해 개방하는 정책들은 글로벌리즘과 로컬리즘의 진정한 조화를 이루고 있고, 그것이 진정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삶의 방식이요 철학이지 않나 싶기도 하다.


다부진 나라, 스위스에 가다

구니마스 다카지 지음, 노시내.이덕숙 옮김, 기파랑(기파랑에크리)(2008)


태그:#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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