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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권력은 우리의 이러한 외침과 행동을 잠재우고자 온갖 폭력을 저질렀다. 정부는 집회 현장에서, 인터넷 공간에서 사람의 터전에서 정치권력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감시를 강화하고 연행하고 구속하는 공포의 정치를 자행하고 있다. 피와 땀으로 얼룩진 민주주의와 인권 투쟁의 성과를 한 순간에 되돌리고, 파괴하고, 억누르려 한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폭력에도 굴하지 않고 보편적 권리를 누리기 위해 연대하고 저항할 것이다."

 

2008년 대한민국의 암울한 인권 상황에 대한 저항과 연대의 목소리가 서울 청계광장에 울려 퍼졌다. 10일 밤 7시부터 열린 '2008 인권선언 문화제, 얼어붙은 세상을 녹이자'에서 참석자들은 이날 발표된 인권선언을 자축했다.

 

세계인권선언 60돌, '촛불 그후' 대한민국은 지금?

 

하지만 춤 추고 노래만 할 수는 없었다. 세계 인권선언 60돌을 맞았지만 대한민국의 인권 상황이 말 그대로 '얼어 붙은' 상태여서다. 이날 대부분의 국내 인권사회단체들이 각계 인사와 시민 1300여명이 참여해 만든 통합 인권선언을 발표한 것도 이런 위기 의식의 발로였다. 화제 참석자들도 민주화 이후 공들여 쌓아온 인권적 성취를 무너뜨리려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무대에 올라 발언한 누리꾼 '리니오'는 "지난 촛불집회 때 우리의 먹을거리는 우리가 결정한다는 등의 헌법에 입각한 주장과 생각들, 그리고 정당한 외침을 이명박 정부는 폭력 탄압했다"며 "촛불의 외침과 다르지 않은 2008년 인권선언은 이런 정부의 폭력을 막아낼 수 있는 무기이자 우리의 주장을 떳떳하게 외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참가자 최은하씨는 "인터넷에 재갈을 물리고, 이주노동자들을 토끼몰이하고 거리에 몇 사람만 모이면 해산시키려 하는 등 이명박 정권하에서 인권 상황이 급속도로 후퇴하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인권의 이름으로 연대의 힘을 모으고 우리가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를 보장하라고 국가와 사회에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8 인권선언, 얼어붙은 세상을 녹이자

 

무대 아래서 촛불문화제를 지켜본 사람들은 우려와 희망을 동시에 말했다. '세상이 얼어붙은' 것은 맞지만 함께 힘을 모은다면 그 세상을 '녹일 수' 있다는 것이다. 

 

'HIV·AIDS 인권연대 나우누리+' 활동가 윤가브리엘씨는 "언제나 그렇듯이 나와 같은 소수자들의 권리가 존중되고 보장되는 경우가 없었는데 이명박 정권 하에서 소수자들의 처지는 갈수록 나빠질 것"이라며 "오늘 발표된 인권선언은 인권을 존중받아야할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줬다는 면에서 매우 뜻 깊다"고 평가했다.

 

윤씨는 "인권선언은 우리가 누려야할 인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 소중한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모두 인권선언을 손에 들고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선영(인권운동사랑방 자원활동가)씨는 "한 인권 관련 방송뉴스를 보고 최근의 뉴스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10년 전 방송된 뉴스였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인권 상황은 전혀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며 "당장 현실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오늘의 인권선언은 우리의 현실을 비쳐보는 거울의 역할, 새로운 싸움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문화제는 인권사회단체 활동가와 시민 등 약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한편 14개 인권·사회단체들은 이날 오후 같은 장소에서 '2008 인권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세계 인권선언 60주년을 기념하면서 인권선언의 기본 정신은 존중하되 그동안의 변화와 한국의 특수한 상황 등을 반영해 새롭게 인권선언을 발표했다"며 "전문에서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인권침해 현실을 드러내면서 올해 촛불의 저항정신을 통해 인권이 실현되는 삶의 질서를 담으려 했고 조문에는 인권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고 연대해야할 권리를 기술했다"고 설명했다.

 

2008 인권선언 '얼어붙은 세상을 녹이자'

사람은 사람인 이유만으로도 존엄하다. 그리고 자연의 모든 생명도 존엄하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는 생명의 존엄성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흘러왔다. 자본주의는 자연을 무참하게 파괴하고, 정복해왔으며, 이로 인해 인간의 생존 자체도 위협받는 상황을 만들었다. 특히 한국의 역사에서 생명에 대한 존중과 인간의 존엄성은 개발독재와 천박한 자본주의 이윤중심 성장 논리 속에서 짓밟혀 왔다. 우리는 인권이 부정되고 짓밟히는 억압적인 정치와 사회구조에 저항하면서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의 가치를 조금씩 확장시키고 발전시켜 왔다.

 

또한 자본주의적 권력과 가부장적 권력, 비장애중심주의, 나이주의, 이성애중심주의, 인종주의 등 정상성의 잣대는 성별, 장애, 나이, 이주, 성적 지향 등의 차이를 생산하여 그 차이를 가진 사람들을 차별하고 서열화하고, 분리하며 권리를 빼앗았다.

 

모든 인권은 모든 사람의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권리를 누리는데서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들이 더욱 많았으며, 이는 신자유주의의 세계화로 인해 더욱 심각하게 확대되었다. ‘인간의 자유’가 아닌 ‘시장의 자유’만을 위한 신자유주의 정책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공재와 인권보장체계마저 시장에 맡겨놓고 다수의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를 외면하는 일은 인간존엄에 대한 외면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하며 살도록 만드는 사회에서 어떻게 ‘인간존엄에 대한 권리’가 보장될 수 있겠는가. 또한 정치권력은 수많은 젊은이들을 미국의 추악한 전쟁에 파병하여 인류 평화를 파괴하고 개인의 양심을 짓밟는 만행을 자행하고 있다.

 

우리는 2008년 봄부터 가을까지 타올랐던 촛불의 직접행동은 우리 모두가 연결되었음을 깨달은 저항과 연대의 상징이자, 우리의 의사에 반하는 정치권력에 권리를 위임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인권은 누구에게도 넘겨줄 수도 없으며, 누구도 우리를 대표할 수 없다. 민중들은 대의제권력에 잡혀버린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웠고, 자발적으로 인권과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하였다. 외침은 또 다른 외침을 낳는다! 우리의 저항은 참여한 우리 모두를 성장시켰고 우리의 요구도 확장시켰다. 식량권과 건강권을 보장하라는 촛불의 요구는 ‘의료민영화 반대’등 공공성 확보의 외침으로 이어졌으며 ‘빈곤을 재생산’하는 비정규직 철폐로 이어갔지 않는가.

 

하지만 국가권력은 우리의 이러한 외침과 행동을 잠재우고자 온갖 폭력을 저질렀다. 정부는 집회현장에서, 인터넷 공간에서, 사람의 터전에서 정치권력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감시를 강화하고, 연행하고, 구속하는 공포의 정치를 자행하고 있다. 피와 땀으로 얼룩진 민주주의와 인권 투쟁의 성과를 한 순간에 되돌리고, 파괴하고, 억누르려 한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폭력에도 굴하지 않고 보편적 권리를 누리기 위해 연대하고 저항할 것이다. 역사는 인권을 무시하는 권력이 인간사회와 자연생태계를 불행에 빠뜨리는 원인임을 말해준다. 우리는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인 신자유주의 세계질서를 넘어서기 위해서, 인권과 평화가 실현되는 새로운 사회를 추구할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 싸울 것이다.

 

세계인권선언이 채택된 지 60년이 되는 지금,우리는 권리 선언을 통해 입법·행정·사법 등의 국가와 기업의 행위들을 매 순간 비교하여 사회가 결코 폭정에 의해 억압받고 타락하도록 스스로를 내버려두지 않도록 할 것이다.‘2008 인권선언’에 참가한 우리들은 인간의 보편적인 자유와 평등, 연대의 가치를 전 세계의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권리와 분리될 수 없는 의무를 상기하면서 우리가 달성해야할 사회의 방향과 인권 기준으로서 다음과 같은 권리가 있음을 선언한다.

 

Ⅰ.

1조 모든 사람은 존엄하며 평화롭게 살 권리가 평등하게 있다.

2조 누구든지 인권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고 연대해야 한다.

 

Ⅱ.

3조 모든 사람은 사회성원으로서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국가를 비롯한 공동체가 보장해야 한다.

4조 모든 사람은 노동을 하거나 거부할 권리가 있다. 누구나 적절한 노동조건을 보장받아야 한다. 또한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협상하고 행동할 권리가 있다.

5조 모든 사람은 살만한 집에 살 권리가 있다. 주거권은 재산보다 우선한다.

6조 모든 사람은 도달 가능한 최고수준의 건강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 이윤보다 건강과 생명을 중시하는 의료제도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7조 모든 사람은 교육받을 권리가 있으며, 교육내용과 방식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8조 모든 생명은 존엄하며 함부로 다뤄져서는 안 된다.

9조 모든 사람은 자신의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을 스스로 결정하고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또한 자신의 성적 지향 및 취향, 성별 정체성과 관련한 정보를 드러낼지 드러내지 않을지 선택할 권리가 있다.

10조 모든 사람은 모욕이나 고문 등의 비인도적 처우를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11조 모든 사람은 적절한 식량을 공급받을 권리가 있다.

12조누구나 필요한 물, 에너지 등을 안정적이고 위생적·생태적으로 공급받을 권리가 평등하게 있다.

13조 모든 사람은 쾌적하고 생태적인 환경에 살 권리가 있다. 누구나 다음 세대가 누려야 할 환경을 보존할 의무가 있다.

14조 모든 사람은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국가는 차별을 시정하고 구제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15조 모든 사람은 정치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누구나 선거권, 피선거권, 국민발의 및 국민소환 등의 참정권이 있다 .모든 권력은 민중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상이 정치의 바탕이 되어야 한다.

16조 모든 사람은 사상과 양심, 학문, 종교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17조 모든 사람은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누구든지 차별없이 자유롭게 표현수단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 또한 평화적인 의사표현을 이유로 처벌받아서는 안 된다.

18조 모든 사람은 집회 시위와 결사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19조 모든 사람은 신체의 자유가 있으며,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가 있다.

20조 모든 사람은 예속상태에 놓이지 않을 권리가 있다.

21조 모든 사람은 사생활의 자유가 있다. 개인정보에 대해 스스로 결정하고 함부로 감시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22조 모든 사람은 국적을 포함한 정치공동체에 소속되거나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

23조 모든 사람은 가족을 포함한 개인 간 결합을 이룰 자유와 이루지 않을 자유가 있다.

24조 모든 사람은 법의 보호와 구제를 받을 권리가 있다. 법집행은 형평해야 한다.

25조 모든 사람은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다.

26조 모든 사람은 문화를 창조하거나 향유할 권리가 있다.

27조 모든 사람은 과학의 진보에 기여하고 그 혜택을 공유할 권리를 가진다. 과학의 발전은 사회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

 

Ⅲ.

28조 모든 사람은 선언에 제시된 권리가 완전히 실현되도록 연대할 권리가 있다. 연대는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의 존엄함을 실현하는 권리이다.

29조 인권을 유린하는 압제 정치와 사회 구조에 맞서 저항하는 것은 고귀하고 정당한 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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