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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오토바이 다 고쳐 놨어요. 와서 가져 가세요."

 

며칠 전 친구를 통해, 펑크 나서 사용을 중단하고 있던 자전거 오토바이를 트럭에 실어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몇 달 전 펑크가 나서 동네 오토바이, 자전거 상가를 두루 다녀 보았으나 때워줄 수가 없다고 해서 방치해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친구가 책임지고 고쳐 놓겠다고 트럭에다 덜렁 실어 가지고 갔던 것입니다. 그리고 차량정비업을 하는 분에게서 연락이 온 것입니다. 정비업소 근처에 오토바이 상가가 있는데 거기다 맡겨 펑크를 손질했는가 봅니다.

 

야간조라 아침 퇴근후 냉큼 달려가 보았습니다. 정비소에 도착해보니 내 자전거 오토바이를 깨끗이 닦고 있었습니다. 그 분의 첫인상은 뭐랄까 참 착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마이뉴스에 올리려고 하는데 인터뷰 좀 해도 될까요?"

 

내가 사진기를 들이밀자 좀 놀란듯 했으나 그분은 기꺼이 내가 들이댄 사진기 앞에서 포즈를 취해 주셨습니다.

 

울산시 동구 방어진 꽃바위 입구 왼편에 차량정비업소가 하나 있습니다. '통일정비공업사'라는 간판이 달려있는 그곳에서 차량 정비의 달인 민덕기(42) 사장님을 그렇게 만나 보게 되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차량 정비를 업으로 삼게 되었습니까?

"그때가 아마 7살 때쯤이었을 거예요. 동네 방앗간 집을 하는 아저씨가 계셨는데 그분은 한가할 때마다 경운기나 발동기 등을 고치기도 했어요. 고장난 기계가 그 아저씨 손을 거치니 신기하게도 다시 작동이 되는 거예요. 얼마나 신기하고 재밌게 보이던지 그때부터 차 고치는 일에 흥미를 가지고 정비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지요."

 

-중·고등학교 때도 변함없었나요?

"네, 저는 한가지를 설정하면 끝까지 파고드는 성질이에요. 중학교 때는 동네에 덤프 트럭 고치는 곳이 생겼어요. 폐 부품을 집에 가져와서 빛 나도록 잘 닦아서 진열해 놓는게 취미였을 정도죠. 그러다 고등학교는 농업분야 전공학교에 들어갔어요. 농업엔 별 흥미를 못 느꼈어요. 오로지 자동차 수리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지요. 농고 졸업후 87년 7월에 가족이 있는 울산에 내려와 직업훈련원엘 들어갔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정비공부를 시작했어요. 6개월 공부후 자동차 정비 2급 자격증 시험에 합격하게 되었죠.

 

취득후 곧바로 군차량정비 특기병으로 군에 입대했어요. 30개월 군정비병으로 지내면서 많이 배웠죠. 그때 익힌 구호를 아직도 습관처럼 되뇌곤 한답니다.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를 생활화한다'는 구호였지요. 지금도 정비업을 하면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의 장소에 차량정비업소는 언제 차렸나요?

"부품과 정비에 대해 더 공부해 보려고 여러곳을 전전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우연찮게 96년 9월경 현재 이 정비소에 공장장으로 와서 일하게 되었지요. 10개월 정도 일하다 사장님이 사정이 생겨 97년 7월 11일 인수하여 본격적으로 정비업소 운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겨울철엔 주로 어떤 문제로 손님이 찾아오고 간단하게 자가정비 할 수 있는 건 없을까요?

"옛날엔 겨울이 되면 성애 제거한다고 많은 이들이 얘를 먹었는데 요즘은 차량 성능이 좋아져서 거의 고장률이 적어요.

 

겨울이 되면 기본적으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는게 몇 가지 있긴 해요. 부동액, 향균필터, 체인 등이죠. 특히, 부동액은 꼭 점검해 두어야 해요. 부동액의 탁도나 색깔, 양, 온도게이지 움직임 등을 살펴 봐야죠. 그 밖에 각종 오일류, 벨트류, 점화계통, 타이어 상태 등의 점검도 잊으면 안되겠네요."

 

- 어떤 마음의 자세로 손님의 차량 수리에 임하나요?

"저는 손님의 차는 곧 '내 차'라는 관점에서 수리를 해드립니다. 손님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서 점검과 수리를 하는 것이지요. 점검후에는 고장 상태를 자세히 알려주고 이해를 돕지요. 수리 판단 여부는 손님에게 맡겨야죠. 돈이 드는 거니까 그렇게 해야죠. 수리후엔 안전 점검을 위해 손님을 태우고 직접 시운전을 해 보입니다.

 

손님이 차 수리를 위해 맡겨 놓을시 댁까지 모셔다 드리고 수리후엔 모셔오죠. 문이 잠긴 경우도 있었고 방전되는 경우도 있었죠. 어떤분은 중고차 한번 봐달라는 의뢰도 해와요. 그럴 때는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기쁘게 나서서 일을 봐주기도 합니다."

 

 

-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지금은 소규모 카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나중엔 큰 정비공장 하나 갖는게 제 꿈입니다."

 

꿈….

 

그분에게 꿈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나는 꿈이 없는데 그분은 꿈이 있습니다. 뭔가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다는 건 가슴 설레는 것입니다.

 

대화하면서 나는 줄곧 그분의 투박한 손을 바라보았습니다. 뭉툭한 손엔 온통 기름 찌꺼기가 검게 묻어 있었습니다. 비누칠로도 잘 지워지지 않을 거 같습니다. 그 투박한 손이 저에겐 마법의 손처럼 보였습니다. 그 손을 거치면 고장난 자동차가 금세 건강을 되찾습니다.

 

그분의 간절한 꿈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 왜냐하면 그분은 성실하고 부지런하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손에 의해 깔끔하게 새단장된 자전거 오토바이를 몰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바가지 조심...수리 전후 사진 찍어 비교해

민 사장님께 그동안 정비업을 해오면서 뭐 특별히 기억나는 일들이 있느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10년 전 새 차 점검하는데 엔진룸에서 공구가 달려 나와서 황당했다고 합니다. 며칠 전에는 엔진오일 교환하는데 코크에 실리콘으로 발라 붙여 둔 것도 보았다고 합니다.

 

예전에 종업원으로 일할 땐 어처구니 없는 일도 겪었다고 합니다. 어떤 초보 여성 운전자가 자동차에서 땅땅거리며 경운기 소리가 나서 자신이 일하는 업체로 찾아 왔다고 합니다.

 

경험많은 기사가 하는 일을 지켜 본 후 자신은 절대로 그런 바가지 씌우는 일 따위는 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을 했다고 합니다.

 

그 기사는 여성 운전자에게 3일후에 오라고 했다고 합니다. 엔진에 고장이라 부품을 갈아야 한다고 했답니다. 차량을 놓고 여성이 떠나자 그 차량은 10분만에 고쳐졌다고 합니다. 엔진은 정상이었고 배기밸브축이 문제가 되어 교환한 것 뿐이었다고 합니다. 그때 가격으로 6만원이면 될 것을 60만원, 10배나 더 내고 차를 찾아 갔다고 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소비자에게 바가지 씌우는 그같은 일은 지금도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민사장님, 저 벽에 사진이 다 뭐예요?"

"아 저거요, 손님이 차 수리를 맡기면 수리전과 후를 찍어 놓은 거예요"

 

사무실 벽면엔 온통 사진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온통 자동차 부품을 찍어 둔 것이었습니다.

 

정말 정직하게 차량 수리를 하시는 민덕기 사장님. 이런 분이라면 누구나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태그:#차량정비, #기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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