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채택이 끝난 금성출판사의 <한국근현대사> 고교 교과서를 교체하도록 충남도교육청과 일선 학교장들이 압력을 행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앞서 충남도교육청은 해당 교과서를 '교육적으로 문제가 있는 교과서'로 지목하고 재선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3일 충남도교육청은 '2009학년도 1학기 교과용도서 주문 업무안내'라는 공문을 일선학교에 보내 "12월 10일까지 근현대사 교과서를 수정해 주문 건을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도교육청은 이어 지난 9일과 10일 사이에 일선 고등학교에 전화를 걸어 "다른 지역 (학교)은 교과서 교체 작업이 상당히 진행되고 있으니 귀교도 교과협의회를 개최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로 사실상 교과서 교체를 종용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이를 근현대사 교과서를 수정 주문하라는 구체적인 지시로 받아들였다.
각 일선 현장교사들에 따르면 도교육청의 공문과 전화 지시 이후 학교장과 교감들이 교과협의회 개최와 학교운영위원회 개최를 강요하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일선 학교 교장 "이런 교과서를 어떻게 학교에서 가르치나"
충남역사교사모임이 확인한 결과, 천안 W고·O고, 서산 S고, 공주 G고의 학교장 또는 교감들이 역사 교사를 교장실로 불러 "교과협의회를 개최해 교과서를 교체하라" "이렇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교과서를 어떻게 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나" 등의 말로 교과서 교체를 압박했다.
특히 공주의 G고등학교의 경우 1주일 개최를 통보하기로 한 규정을 어기고 11일 아침 학교장이 학교운영위원회를 개최해 역사교과서 교체를 강요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학교는 학교운영위원회 거부로 교과서 교체가 무산됐다.
이에 앞서 충남도교육청은 "지난 9월 충남교원연수원에서 열린 교장·교감회의를 통해 문제가 되는 근현대사 교과서 내용을 안내한 후 재선정을 통해 재주문을 권장했다"고 밝힌 바 있다.
충남도교육청 담당 장학사는 교과서 교체압력 지시논란과 관련 "각 학교에 전화한 것은 지난 5일 보낸 관련 공문을 제대로 받아보았는지 등 검정교과서에 대한 안내와 주문사항에 관련된 것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교과서 교체에 대한 압력을 행사한 일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반면 담당 장학사의 전화를 직접 받았다는 서산 S고 이모 교사(49)는 "도 교육청에서 공문을 발송한 다음 각 학교마다 일일이 전화를 해 이를 확인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현장교사들이 이를 무시하고 지나치기에는 매우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직접적으로 교과서를 교체하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는 분명 교과서 교체 압력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전교조충남지부 "부당한 교과서 교체압력 중단해야"
전교조충남지부와 충남역사교사모임은 11일 오후 긴급 성명을 통해 "도교육청의 역사교과서 교체 압력이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역사학자와 역사교사의 뜻을 거슬러 교과서 선택의 자유를 훼손해서는 안된다"며 "도교육청은 교과서 교체 압력을 가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9월 10일까지 주문이 완료된 현황에 따르면 충남도교육청 관내 86개 고등학교 중 54.7%인 47개교가 금성출판사 교과서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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