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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12일 오후 5시]

 

민노당 법사위 점거 종료 "본회의 행동투쟁"

 

종부세 법인세 등 이른바 '부자감세' 예산 부수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11일 밤부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을 밤샘 점거했던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1박 2일 농성을 풀었다.

 

강기갑 대표를 비롯한 민노당 의원 5명은 12일 오후 3시 30분 법사위 회의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성 종료를 선언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법사위에서 예산 부수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본회의에 직권으로 상정하겠다고 정한 시한인 오후 1시를 넘겨 직권상정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민노당 의원들은 "오늘 비록 법사위 점거농성을 풀지만 앞으로 가야할 길은 더욱 막막하다"며 "그러나 좌고우면하지 않고 민주노동당이 책임져야할 서민을 위해 시장만능주의 경제법안과 반민주주의 공안법안 등 MB 중점관리법안을 막아내는 데 사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예산 부수법안들이 국회의장의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인 것에 대해 이들은 "직권상정은 국회가 통법부(通法部)로 전락했다는 명백한 신호"라며 "민생문제가 이번 국회에서 대화와 협력을 통해 처리될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여당과 보수언론들이 민노당을 향해 '폭력 점거'라고 비난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진정한 폭력의 가해자는 의회독재를 자행한 한나라당이고 부자감세에 동참한 패배주의 정당, 민주당"이라며 "이들은 서민을 배신하고 서민의 삶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기자회견을 끝낸 민노당 의원 5명은 법제위원장실을 찾아 유선호 위원장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민노당 의원들은 그동안 법사위원장실과 전체회의실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일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당은 법사위 투쟁을 끝내고 이어 본회의 투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박승흡 민노당 대변인은 "본회의장에서 행동전은 물론 법안 사안별 반대토론을 통해 왜 민노당이 원내투쟁을 벌일 수밖에 없었는지 그 진정성을 국민들께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행동전'에 대해 박 대변인은 "평화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노당 의원들은 지난 8일 여야 원내대표 회담장에서 시위를 벌여 교섭단체간 예산안 사전 합의를 무산시켰고, 9일 법사위원장실을 점거한 데 이어 11일 오후에는 법사위원회 위원장석 점거로 예산부수법안들의 법사위 상정을 막은 바 있다.

 

[1신: 12일 오전 8시 50분]

 

법사위 점거한 강기갑 "우린 강도 잡는 깡패"

민주노동당, 온몸으로 감세법안 저지

 

민주노동당이 결국 법사위의 문을 걸어 잠그고 말았다. 강기갑 대표를 비롯한 민노당 의원 5명과 보좌진, 당직자 10여 명은 종부세 개정안, 법인세 개정안 등 12일 오전으로 예정된 감세법안의 법사위 통과를 막기 위해 11일 밤 11시경 법사위장에 들어가 문마다 바리케이드를 쳤다.

 

당초 김형오 국회의장이 '그때까지 상임위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본회의에 직권상정하겠다'고 정한 기한은 11일 자정. 그러나 유선호 법사위원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상임위 처리기한을 12일 오후 1시로 연장했다. 민노당으로선 감세법안들의 법사위 통과를 저지해야 할 기간이 더 늘어난 셈.

 

그러나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공언해왔기 때문에 법사위 통과를 막는다고 해도 감세법안들이 본회의를 통과하는 것은 5석의 '미니 정당' 민노당으로선 이미 막을 수 없는 대세이며 중과부적임이 분명하다.

 

결과만을 놓고 봤을 때, 법사위 통과 저지를 위한 회의장 점거는 의미 없는 행동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강달프'(강기갑 대표의 애칭)와 민노당 의원들이 '법사위 통과만은 막아보겠다'며 법사위 회의장 문을 걸어 잠근 이유는 뭘까.

 

11일 자정쯤 강기갑 대표와 권영길, 곽정숙, 이정희, 홍희덕 의원, 그리고 민노당 보좌진 및 당직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법사위 회의장에 들어갔다. 일부는 회의장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었고 다른 일부는 노트북 PC로 인터넷 뉴스 등을 보고 있었고, 또 다른 일부는 회의장 출입문마다 책상과 의자 등으로 쳐놓은 바리케이드 앞에 앉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어차피 감세법안은 본회의를 통과할 것인데, 법사위 통과를 막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에 강 의원은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최선을 다해 한발 한발 다가오는 열차를 온 힘으로 막는다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우리는 서민들의 절규를 대신할 뿐"이라며 "민생경제는 이미 파탄이 나고 있다. 노동자들의 급여가 50%가 이미 날아간 경우들이 속출하고 있고, 정규직은 구조조정의 칼날에 몸을 떨고 비정규직은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 의원은 "이 '예산안 급행열차'는 결국 날치기에 불과하다"며 "민노당 보고 '깡패 아니냐'고 하는데, 우리 깡패 맞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깡패라면 강도 잡는 깡패일 것"이라며 "국채 20조를 발행해 세출을 늘리고 세입 13조원 감액하고 이런 것이 결국 서민들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고 칼만 안 들었지 강도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결국 국민과 역사가 우리의 행동을 평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너무 안이한 인식 아닌가"

 

민주당이 '민생민주국민회의'와 '한나라당 독주 저지' 공조를 천명했다가 4일 만에 '부자감세'와 '예산안 12일 처리'에 합의하고 한나라당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물었다.

 

"섭섭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는 것이 강 의원의 대답. 그는 "'차선의 선택을 했다'는 얘길 들었지만 무슨 연유에서 그렇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경제가 낭떠러지로 향해 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여당과 협상해 절충안을 얻어낸다고 해서 서민경제를 살려낼 수 있나, 키를 180도 돌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방침을 바꾼 것은 너무 안이한 인식이 아닌가 한다"며 "내년 상반기를 지나면 노동자들의 엄청난 절규가 본격적으로 터져 나올 것인데 과연 그렇게 해서 민생대란을 막아낼 수 있겠느냐"고 성토했다.

 

강 의원은 "협상을 해서 몇 개를 얻어낸다고 해서 그것이 서민 경제에 의미가 있겠느냐"며 "이명박 정권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경고를 끊임없이 해서 이 정권이 정신을 차리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민주당은 결국 다시 돌아오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 의원은 여당인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행정부의 독단을 견제하지 못하고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여당이라면 입법부에서도 가장 큰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종부세 개정안 문제에 대해서도 당내에서 소신 있는 목소리들이 나오다가 청와대가 나서고  나니 쏙 들어가버리지 않았는가"라고 성토했다.

 

그는 "결국 누가 하겠나, 우리라도 계속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겠나"며 잠을 청하러 회의장 바닥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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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강기갑, #권영길, #법사위, #감세법안, #예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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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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