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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제고사를 거부하며 학부모와 학생이 현장체험학습을 떠난 일이 있다. 이를 허락한 전교조 선생님들을 교육청이 징계하며 말이 많다. 파면·해임을 받을 정도의 사안인지 형평성 차원은 제쳐두고라도 관련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부터가 궁금하다.

 

초등5학년인 아들도 일제고사를 봤다. 성적이 별로 좋지 못했다. 모든 과목이 그런 것이 아니고 수학에서 점수가 약했다. 다른 과목들은 성적이 괜찮았다.

 

녀석은 수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에 재미가 없다고 한다. 그러니 성적이 좋을 리가 없다. 일제고사후에 학교에서는 수학성적이 안좋은 학생들만 따로 모아서 방과 후에 별도로 수업을 시켰다고 한다. 5시가 넘어 집으로 돌아온 아들은 파김치가 되어 있었다. 운동 삼아 일주일에 세 번 가는 수영도 힘들다면서 쉬고 싶다고 엄살을 부리기에 그러라고 했다.

 

과외학원 근처도 안 가본 아들에게 수학 같은 과목은 학교수업만으로는 따라가기가 어렵다. 아들에게 어려운 이유를 물어보면 수업진행이 너무 빨라서 따라가기 힘들다고 한다. 천천히 하면 풀 수 있는데 학교수업은 빠르다는 것이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물었다.

 

"학원이라도 다니면 좋아질텐데 학원 다닐래?"

"싫어 학교에서도 공부 많이 하는데 학원까지 다니면 놀 시간이 없어."

 

며칠간 나머지 수업을 하고 시험을 본다. 60점 이상 넘어야만 수업에서 제외되는가 보다. 시험점수는 50점대를 밑돈다. 속이 상한 아내가 일을 끝내고 와서는 책과 문제집을 펼쳐놓고 아들에게 과외를 시킨다. 아들은 연신 "아하 그렇구나.. 이해된다. 이렇게 하는구나.."라고 탄성을 지른다.

 

아내에게 '속성과외'를 받은 아들의 기(氣)를 살려줄 겸해서 상품을 걸었다.

 

"아빠가 60점 이상 받으면 치킨 한 마리 쏜다. 70점은 두마리...100점은 다섯마리 OK?"

 

요새 초등학생들 문제는 아내도 이제는 못풀겠다고 한숨이다. 내가 봐도 모르겠더라. 다음날 아들은 시험을 봤고 점수는 68점이다. 기분 좋게 치킨 한 마리 사줬다.

 

교과서 아닌 다른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한다

 

아들은 관심있는 과학이나 사회문제는 80점 이상씩 점수를 받아온다. 본인이 관심있는 분야는 열성적으로 하는 편이라서 그깟(?) 수학 못한다고 신경 쓰지 말고 교과서가 아닌 다른 책들을 많이 읽으라고 권하는 것이 내 교육방침이다.

 

학교도서관에서 본인이 관심이 있는 책들을 빌려보기도 하고 책을 사달라고 할 때마다 바로 사주고는 한다. 가끔 보고 싶다는 영화도 보여준다.

 

아들은 장래희망이 '비디오아트예술가'라고 하는데 몇 년간 그 꿈이 변하지 않고 있다. 난 아이들에게 최고 학력을 기본배경으로 살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고 가르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나에게는 밤늦도록 학원으로 돌리고 유학을 보내고 할 만큼의 돈도 없지만 현재 교육환경을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더 교육적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아이들이 더 많이 놀고 자연 속에서 체험하며 삶의 지혜를 터득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 것이 내 교육관이다.

 

그것에 대한 실천으로 휴일에도 집에서 쉬기보다는 온가족이 함께 시내도 돌아다니고 고궁이나 전시회등도 찾아가본다. 산과 바다로 쏘다니며 넓고 다른 세상이 있음을 알려주고자 여행도 한다. 뉴스나 다큐프로를 보면서 왜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했는지. 광우병은 무엇이고 촛불집회를 다녀온 이야기도 나누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대화도 한다.

 

학교-학원-집에서 사육당하는 현재의 교육시스템에 대한 반항일수도 있겠다. 매주 금요일은 가족회식이 있는 날이다. 일부러라도 온가족이 함께 앉아서 놀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자연스럽게 금요일은 집에서 회식하는 날이 되었다. 둥글게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삼겹살 한 점에 아들이 따라주는 소주 한잔은 꿀맛이다.


태그:#체험학습,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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