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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교과서 문제로 일선 학교가 몸살을 앓고 있다. 금성출판사에서 펴낸 역사교과서가 ‘좌편향’ 논란에 빠진 이후 각 학교에서는 교사와 학부모, 교사와 교장이 대립하는 등 갈등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안양 D 고등학교 역사 교사 최진우(가명)씨는 이 문제로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격론을 벌인 이후, 교실에 들어와 수업하던 중 갑자기 서러움이 밀려와 펑펑 울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지난 10일 최 선생을 만나 그간의 과정을 들었다.

 

안양 D고등학교 역사 교사들 격렬하게 항의했지만, 결국!

 

“교사가 교재 선택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어째서 제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답답했습니다. 한마디로 자율성이 심하게 침해된 것입니다. 교실에 들어가서 아이들에게 그 상황을 설명하는데 갑자기 서러움이 밀려왔어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갑자기 눈물이...!”

 

지난 12월 4일 최 선생은 갑작스레 교과서 주문을 수정 변경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D고등학교 역사 교사 6명은 수정 사유가 없으므로 변경을 하지 않기로 전원 합의를 봤다. 당일 15시, 교과부장을 중심으로 한 교육과정 위원회가 소집됐지만 역사 교사들은 ‘변경불가’ 방침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다음날인 5일, 이 문제 때문에 운영위원회가 소집됐다. 운영위원회가 소집되기 전 최 선생은 동료교사들로부터 수정반대 지지 서명을 받았다. 동료 교사들은 기꺼이 서명 용지에 서명했다. 교장, 교감 등 기간제 교사 14명을 제외한 84명 중 64명이 서명했다.

 

운영위원회에서는 격론이 벌어졌다. 최 선생은 역사 교과서를 바꾸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격론 끝에 투료여부를 결정하는 표결에 들어갔다. 결과는 6:6 이었다. 원칙대로 한다면 투표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결과였다. 과반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영위원장 직권으로 투표는 실시됐다. 이에, 최 선생은 항의 표시로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6일, 최 선생은 전날 실시된 투표에 대해 이의를 신청했다. 과반이 넘지 않은 상태에서 한 투표였기에 ‘무효’ 고 일사부재리 원칙에 의해 안건 자체가 ‘무효’ 라는 내용이었다. 이의신청은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즉석에서 다음 회차 임시회의가 열렸고 투표는 강행됐다. 투표 결과 D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는 기존 금성 출판사 교재가 아닌 ‘대한출판사’ 역사 교과서로 바뀌었다.

 

최 선생은 어째서 교사 마음을 후벼 파면서, 더군다나 절차도 무시하면서 역사 교과서를 바꾸려 하는지 이해 할 수 없다고 했다. 교과서 선정 규정에 따르면 1학기에 사용될 교재는 6개월 전에 바꿔야 한다. 각 학교에서는 그 규정까지 무시하면서 운영위원회의를 통해 강제로 교과서를 바꾸고 있다고 한다.

 

안양시 소재 학교 중, 금성출판사 교재를 쓰고 있는 학교는 총 7학교다. 7학교 모두 D고등학교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라고 최 선생은 전한다.

 

경기도 교육청, 교장단 회의에서 ‘압력’

 

어째서 일선 학교 교장이 절차도 무시하고 담당 교사 의견을 묵살하면서까지 ‘금성출판사’ 교재를 배제하려는지 이유를 알아봤다. 경기 역사 교사모임에서 내보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직접적인 이유는 지난 3일 경기도 교육청에서 열렸던 ‘교장단 회의’ 다. 이 자리에서 경기도 교육감은 교장단에게 역사교과서를 바꾸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교장단 연수 이후로 ‘금성출판사’를 채택한 학교에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학교장 입장이 곤란하니 바꿔달라고 교사들에게 요청하는 학교(용인H고) 도 있고 교사들이  반발하자 학교운영위를 임의로 개최하여 억지로 변경시키는 학교(경기도 대다수)도 있다.

 

경기도 내 380개 고등학교 중 현재 ‘금성출판사’ 근현대사 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는 학교는 178개다. 경기도 교육청은 전국적으로 금성교과서에 대한 교과부(교육과학기술부)의 변경 압력이 드세지자 변경 실적이 낮다며 12월 2일 근현대사교과서 수정 주문 시기를 연장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어, 3일에는 금성교과서를 채택한 학교장들을 모아 교장단 협의회 를 열었다.

 

12일 현재, 경기도내 178개 학교 중 내년에도 금성 출판사를 선정하기로 한 학교는 88개교다. 나머지 90개교는 내년에 다른 출판사 교재를 선정할 계획이다. 금성출판사 교재를 쓰는 학교는 전국적으로 844 학교에 달한다. 이중 내년에도 금성출판사 교과서를 쓰기로 한 곳은 566개다.

 

금성 출판사, 집필자에게 통보도 없이 내용 수정

 

금성출판사 역사 교과서는 뉴라이트 등, 보수 우익단체들에게 ‘좌편향’ 교과서라는 낙인이 찍혀 계속 공격을 받았다. 국민행동본부, 뉴라이트학부모연합, 바른교육어머니연합, 올바른교육시민연합 등 보수우익단체로 구성된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국민연합/상임대표 이상진)’은 11월 19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금성출판사 본관 앞에서 '반국가 교과서 금성출판사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좌익정부 10년 모든 언론과 문화 교육이 좌익들에 점령당했다. 학교에서는 전교조가 아이들을 좌익전사로 길러내고 사회 곳곳에서 각종 언론과 문화시설을 통해 청소년들을 종북반미주의자들로 길러내고 있다" 고 주장했다.

 

교과부는 금성출판사에게 역사교과서인 <한국 근현대사> 24건의 항목을 고치라고 지시했다. 금성출판사는 수정 지시를 받은 24건의 항목을 수정했다. 문제는 집필자와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출판사는 집필자와 사전 조율 없이 교과서를 수정했다.

 

해마다 교과부는 달라진 용어나 정세에 따라서 수정해야 할 내용을 출판사와 집필자에게 통보했다. 그러면 출판사와 집필자는 협의를 거쳐 수정해야 할 내용은 수정하고, 수정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수정하지 않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역사학자 및 역사교과서 저자들이 강력히 반발해 항의 성명을 발표했다. 금성출판사 <한국 근·현대사> 집필자인 김한종 교수(한국교원대)·홍순권 교수(동아대)·김태웅 교수(서울대) 등과 전국역사교사모임, 한국역사교육학회 등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청와대가 출판사에 압력을 가해 교과서를 수정했다”면서 “청와대와 교과부는 집필자와 출판사에 대한 부당한 압력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뉴라이트 등 보수 우익 단체에서 그동안 금성출판사에 내용 수정을 요구했던 항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947년 제주도에서 3.1절 기념식을 마치고 시가행진을 하던 군중에게 경찰이 발포하였다. 이에 국민들은 책임자 처벌을 요구......그런데 군정 당국은 민심을 수습하기보다 무력으로 탄압하였다. 이 사건은 1948년 제주도 4.3 사건이 일어나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이 내용을 “특히, 남로당은 1948년 2월7일 전국적인 파업과 폭등을 지시했고 그 같은 폭동방식에 의한 대한민국 건국 저지 행위가 가장 격렬하게 일어났던 것이 제주도에서 발생한 대규모 좌익 세력의 반란 진압과정에서 주동 세력의 주동에 속은 양민도 다수 희생된 사건이다” 로.

 

♦“한편 김대중 정부는 햇볕정책을 추진하면서” 를 “한편 김대중 정부는 화해 협력정책을 추진하면서” 로.

 

♦나아가 대통령(박정희 대통령을 의미) 에게 각종 법의 효력을 정지 시킬 수 있는 ‘긴급조치’ 라는 초헌법적인 권리를 부여하였다.

 

이 내용을 “나아가 대통령에게 각종 법의 효력을 정지 시킬 수 있는 ‘긴급조치’ 라는 권리를 부여하였다" 로.

 

♦“전두환 정부는 ......권력을 동원한 강압정치를 하였다” 를 “전두환 정부는 ......”일부 친북적 좌파의 활동을 차단하는 여러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로.

 

♦“강화도 조약은 우리나라가 외국과 맺은 최초의 근대적 조약이었으나 이는 불평등 조약이었다” 에 “이는 우리가 능동적으로 세계화에 동참하지 않은 결과였다” 추가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


태그:#역사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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