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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과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실은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비정규직보호법·최저임금법 개정안과 관련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중 8명이 '비정규직 고용기간 연장'에 반대했고, 7명이 현 최저임금(78여만원)이 너무 적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55.0%가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면 비정규직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고, 정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60세 이상 고령 노동자 최저임금 삭감'에는 65.9%가 반대한 반면, 찬성 의견은 27.8%에 그쳤다.

 

이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취약계층의 빈곤을 가속화해 사회 양극화를 부채질할 것"이라고 저지운동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정부 여당은 '기업활동 활성화'를 명분으로 '반노동 악법'을 밀어부칠 태세다.

 

[최저임금법] 최저임금에 숙식비도 포함?... "벼룩의 간을 빼먹는 법안"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대표발의한 김성조 의원(여의도연구소장)을 포함해 총 32명의 의원들이 참여했다. 여기에는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다'는 민주당 의원 5명도 포함돼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3770원에 월 78만여원(8시간 노동기준)이고, 내년 최저임금은 시급 4000원에 월 83만여원이다. 이는 2인 가족의 법정 최저생계비(78만여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노동부와 한나라당은 이러한 최저임금 적용 대상을 축소시키려고 하고 있다. 

 

'김성조 법안'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노동자를 최저임금 감액대상에 포함시켰다. 다만 '본인의 동의'를 단서로 달았다. 또한 수습 노동자의 사용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했다.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줄 수 있는 기간을 늘린 셈이다.

 

개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사용자가 부담해오던 노동자의 숙식비용을 최저임금에 포함시켰다. 즉 숙식제공에 따른 비용을 빼고 최저임금을 주겠다는 것. 이를 두고 노동계는 '벼룩의 간을 빼먹는 법안'이라고 꼬집었다. 노동부도 외국인 노동자의 숙박·식사비를 최저임금에서 공제하도록 하는 '최저임금제도 개선방향 검토' 자료를 내놓은 바 있다.

 

이와 함께 지역별 최저임금제 도입을 신설했다. '지역별 최저임금제'란 지역별 물가차이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제를 차등해서 지급하겠다는 것. 이는 현행 '전국단위 최저임금제'에서 후퇴한 내용이다. 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저임금 노동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최저임금과 관련, 노사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노사위원들을 배제한 채 공익위원이 단독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것 역시 노사합의 관행을 유지해온 최저임금 결정의 민주성을 크게 후퇴시킬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성조 법안은 경영자측의 요구와 그대로 맞닿아 있다. 지난 10일 한국경영자총협회·전국경제인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 등 경제5단체가 성명서를 내고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저임금 근로자 보호라는 애초 목적을 벗어나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라며 ▲최저임금 적용 대상 축소 ▲지역별 최저임금제 도입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이들은 "이해가 엇갈리는 노사가 참여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현행 최저임금위원회 방식은 노동계의 투쟁의 장으로 변질돼 본래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실상 '공익위원 단독결정체제 도입'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 여당과 자본측의 개악 시도에 맞서 홍희덕 의원은 다른 개정안을 내놓았다.

 

홍 의원의 개정안에는 ▲가사사용인(가정부·파출부·유모·집사 등 일반가정의 가사업무에 종사하는 사람-편집자주) 적용예외 규정 삭제 ▲수습노동자 감액 및 감시·단속적 노동자, 양성훈련 노동자, 장애인 적용 제외 및 감액 적용 규정 삭제 ▲공위익위원, 노사단체 추천후보 중 투표를 통해 선출 ▲도급계약기간중 법정 최저임금 인상되면 도급액 조정 의무화 ▲최저임금, 전체 노동자의 임금 평균 50% 이상으로 규정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비정규직보호법] 고용기간 4년 연장... 개악된 법을 다시 개악?

 

최저임금법과 함께 노동계의 거센 저항을 받고 있는 것은 비정규직보호법 개정안이다. 통상 비정규직보호법은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과 '파견근로자법'을 통칭하는 용어다. 

 

현행 비정규직보호법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12월 이미 개악된 상태로 국회를 통과해 지난해 7월부터 시행돼왔다. 비정규직 사용기간 2년이 만료되면 반드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규정했지만, 오히려 사용자측이 이 규정을 악용하는 바람에 비정규직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이렇게 개악된 비정규직보호법을 또다시 개악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현재 정부입법으로 발의된 상태는 아니지만 이러한 개악내용은 노동부의 '비정규직 고용 개선 종합대책'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노동부는 이 대책문건에서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율은 8%인 반면, 반복 갱신자의 전환율은 53.6%"라며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릴 것을 제안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는 비정규직 고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면 정규직으로 반드시 전환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4년까지 비정규직으로 고용할 수 있게 된다. 정규직 전환에 따른 사용자측의 부담을 크게 줄여준 셈이다. 이를 두고 노동계에서는 "기간제한을 완전히 허무는 비정규직 양산조치"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노동부안은 파견업종 확대 방안까지 담고 있다. 현행 32개로 제한돼 있는 파견업종을 그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현행 파견근로자법만으로도 파견근로자의 고용불안, 비정규직 양산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노동부안은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는커녕 더욱 확대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파견업종을 확대할 경우 파견업체의 중간착취가 사실상 합법화될 수 있다. 게다가 파견업종에서 제외돼 있는 제조업의 경우에도 파견근로가 허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것도 역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민주노총 "비정규직은 '영원한 비정규직'으로 남을 것"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벼룩의 간을 빼먹는 법", 비정규직 보호법 개정안을 "이명박판 노예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동냥은 못줄망정 쪽박까지 깨뜨리는 법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먼저 우 대변인은 60세 이상 고령자의 최저임금 삭감과 관련 "나이를 이유로 최저임금에 차등을 두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한 세대의 임금을 내리겠다는 것은 다른 세대에도 파급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하철이나 아파트에서 청소하는 아줌마들은 대부분 50대인데 이들에게 최저임금 삭감을 들이밀면서 '60대를 고용하겠다'고 협박할 수 있다"며 "결국 50대 아줌마들은 해고보다는 최저임금에서 삭감된 70여만원을 받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최저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비정규직의 생존권을 벼랑끝으로 밀어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우 대변인은 비정규직보호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지금 추진중인 개정안대로 되면 현 비정규직은 정규직이 되지 못하고 영원한 비정규직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 노동시장의 고용불안이 가장 최악의 상황으로 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것은 기간 제한을 없애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에 따라 비정규직은 정규직이 될 수 있는 길을 봉쇄당하고 정규직의 비정규직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MB정부, 워킹 푸어(working poor) 정책만 구사하고 있어"

우문숙 대변인은 15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흥미로운 얘기를 전했다. 청와대와 기업 간에 설치된 핫라인을 통해 120여 가지의 요구사항이 수렴됐는데, 이 가운데 최저임금 인하, 비정규직 기간 연장 등이 담겨 있다는 것.

 

우 대변인은 이를 두고 "자본가들이 적극 요구해서 그렇게 한다기보다 이명박 대통령이 적극 나서서 친재벌정책을 쓰고 있다"며 "정부가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기보다 재정지출을 통해서 고용안정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민주노총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노동자 고용 안정 등의 명목으로 19조의 예산을 책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며 "이는 부자감세만 안하더라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이명박 정부는 '워킹 푸어'(working poor), 즉 노동은 하나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정책들만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 대변인은 지역별 최저임금제 도입과 관련 "우리나라의 경우 일일생활권이기 때문에 노동력의 수도권 집중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지역별 최저임금제 도입은 수도권과 다른 지역의 임금격차, 빈부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지역의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가 곤란해진다"며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그런 내용을 끼워 넣은 것은 최저임금 전체노동자의 임금을 깎기 위한 정치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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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MB악법, #비정규직보호법, #최저임금법, #우문숙, #홍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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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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