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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된 에스페로 외관은 관리소홀로 고물같지만  힘은 아직 좋다.
 13년된 에스페로 외관은 관리소홀로 고물같지만 힘은 아직 좋다.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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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에 들어간 자정 무렵 밖이 소란스럽다. 연인으로 생각되는 두 남녀의 다툼소리가 멀어지듯 잠이 오려는 찰나,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동시에 여자의 앙칼진 외침 '야 너 미쳤어? 어쩔라고 그래?' 순간 몸을 확 일으켜세워 대충 겉옷을 챙겨입고 현관문을 나섰지만, 조금 전까지 싸우던 남녀는 보이지 않았다.

집 앞에 주차되어 있던 나의 백마(?)를 본 순간, 욕이 저절로 튀어 나온다. 운전석 옆 거울이 몸통은 부서진 채 매달려 있었다. 아침, 아이들 등교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서 포장테이프로 대충 옆 거울을 붙이고 달려가는데 뚝 떨어질 것처럼 얼마나 불안하던지. 집으로 돌아와 실리콘접착제로 떨어져나간 옆 거울을 단단히 용접해 버렸다. 주택으로 이사온 지 1년여 동안에 몇 차례의 봉변을 당한 나의 자동차이야기다.

내 차는 1996년식 대우 에스페로다. 올해로 13년째이니 사람으로 치면 환갑 나이는 될 터이다. 고물차로 보여서인지 취객들의 화풀이 대상으로 발길질을 여러 차례나 당했다. 근처에 술집들이 있는 것도 한 원인일 것이다. 심지어 커피를 차에다 뿌려놓거나 쓰레기 상자를 올려놓고 사라지는 고약한 사람들도 있었다.

외관상으로 볼 때는 폐차할 때가 되었지만 달리는 힘은 아직 부족함이 없다. 더구나 내가 명품으로 인정하고자 하는 것은 지금껏 큰 사고없이 나와 가족을 안전하게 태워줬고 때로는 화물차(?)로 변신해서 내 일을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까지 큰 고장이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정기적으로 소모품과 오일을 점검하고 교체하는 등 정비를 철저히 한 것과 안전을 우선으로 하는 나의 운전습관도 자동자 장수 비결에 한몫 했을 것이다. 다만 운전 부주의로 찌그러진 곳을 제때 수리해주지 못하거나 망치로 펴보겠다고 두들겨서 더 큰 상처를 준 것이 후회될 뿐이다.

결혼 후 처음으로 내 차를 갖게 되었는데 나는 아날로그형 삶을 지향하는 편이라서 자동차나 디지털 제품 등에는 별로 흥미가 없다. 주변에서 공짜로 주겠다는 네비게이션도 몇 번 사양할 정도다. 지난 1999년 지인을 통해서 지금의 에스페로를 중고 시세의 반값에 얻어 왔었다.

그 당시 10년만 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어느새 10년이 되었다. 그동안 소프트웨어 부품관리는 잘했는데 하드웨어 관리를 못한 것은 순전히 차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성격 탓이다. 이제는 부품 구하기도 어려워 여러 곳에 알아보거나 폐차장 가서 구해보라는 말도 듣는다.

임시방편으로 땜빵(?)하고 다니는 것도 한계가 있는지라  나의 백마를 언제쯤 푹 쉬게 해줄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아니, 더 큰 고민은 지금의 자동차를 마지막으로 자가용을 없앨까 하는 것이다.

아내는 차가 없으면 일하거나 일상생활에 불편할텐데 괜찮겠냐면서 할부로라도 중고를 구입해보라고 하지만 아직 내 생각은 에스페로가 막차다. 지금 차를 막차로 생각하는 것은 환경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자동차가 인간생활에 편리함을 주는 도구임에는 틀림없지만 그 편리함으로 인해서 사람들은 건강하지 못하고 지구는 병들고 있다. 물론 그리고 경제적인 여유가 부족한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아이들도 학교 다닐만큼 커서 최근에는 일부러 대중교통을 몇 번 이용해봤는데 몸에 밴 습관이 바뀌는 것도 시간문제더라. 멀리 여행을 가거나 꼭 차가 필요한 경우에는 렌트카를 이용하면 되지 않을까.


태그:#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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