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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갑철은 불교와 무속적인 정신세계를 바탕으로 기(氣)가 느껴지는 사진작품을 발표해왔다. 특히 자유롭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카메라워크가 사진가 이갑철 사진세계의 가장 큰 특징이다. 2002년 금호미술관에서 발표한 ‘충돌과 반동’ 시리즈와 2007년 한미사진미술관에서 발표한 ‘에너지’ 시리즈에 그와 같은 작가의 작품세계가 잘 집약되어 드러나 있다. 그 중에서 ‘충돌과 반동’ 시리즈는 이갑철 작품세계의 집약이다.

 Face of Paris, gelatin silver print, 11 x 14inch, 2007
Face of Paris, gelatin silver print, 11 x 14inch, 2007 ⓒ 이갑철

 Face of Paris, gelatin silver print, 11 x 14inch, 2007
Face of Paris, gelatin silver print, 11 x 14inch, 2007 ⓒ 이갑철

지난 12월 3일부터 16일까지 인사동에 있는 갤러리 룩스에서 전시한  ‘Face of Paris’ 시리즈에서도 여전히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수사법으로 자신의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었다.

이번에 전시한 작품들은 작가가 프랑스 파리를 여행하면서 길거리에서 발견한 신호등, 쇼 윈도의 반영이미지, 건물, 길거리를 지나는 특정한 여성과 사람들의 발걸음 등 파리의 모습을 거시적인 시각과 미시적인 시각으로 자유롭게 기록한 흑백사진들이다.

사진가 이갑철의 사진 찍기는 소형카메라를 사용하여 특정한 표현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파격적인 프레임과 앵글을 선택하는 것을 중요한 표현방식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그가 생산한 작품들은 사진 한 장 한 장에서 언어나 문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심오한 정신세계와 기가 느껴진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한 작품에서는 주제와 표현방식은 변함이 없지만 무엇인가 아쉬운 점이 느껴진다. 사진가들이 소형카메라를 사용하여 사진을 찍는 것은 자유롭고 새로운 카메라워크로 강한 힘이 느껴지는 최종 결과물을 생산하기 위해서이다. 그것의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사진가 윌리엄 클라인이 발표한 ‘뉴욕’ 시리즈이다.

하지만 이번에 이갑철이 발표한 작품에서는 파격적이고 새로운 앵글과 프레이밍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예전에 작가가 발표한 작품들에서 드러난 형식의 파괴와 새로움을 느끼기에는 조금은 구태의연하고 가볍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리고 최근에 급속도로 늘어난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표현방식이 스냅촬영이라는 것을 인식한다면 조금 더 깊이감이 느껴지는 표현방식을 선택했어야 그들과의 차별화가 가능 했을 것이다.

 Face of Paris, gelatin silver print, 11 x 14inch, 2007
Face of Paris, gelatin silver print, 11 x 14inch, 2007 ⓒ 이갑철

  
Face of Paris, gelatin silver print, 11 x 14inch, 2007
Face of Paris, gelatin silver print, 11 x 14inch, 2007 ⓒ 이갑철

 Face of Paris, gelatin silver print, 14 x 11inch, 2007
Face of Paris, gelatin silver print, 14 x 11inch, 2007 ⓒ 이갑철

1960년대 이후 등장한 미국의 사진가들과 동 시대 한국의 젊은 사진가들이 더 이상 소형카메라를 사용하여 스냅촬영을 하지 않는 것은 선배 사진가들의 업적을 그와 같은 표현방식으로는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급속도로 변화하면서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는 동시대 사회를 진중하게 표현하기에는 스냅촬영이 부적합 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갑철도 이 점을 좀 더 깊이 고려하여 표현방식을 선택했어야 했다.

중견 사진가 이갑철의 이번 개인전은 중견사진가들이 젊은 작가들에 비해서 활발하게 활동을 못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열렸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작가로서 무엇인가 새로운 결단의 필요성이 느껴지는 전시이기도하다. 한국사진의 여러 현실 중에 하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전시이다.

덧붙이는 글 | 갤러리 룩스 2008.12.3-12.16



#이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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