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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식이 당장 내일부터 담임선생님을 강제로 못 보는데, 학부모인 내가 가만히 있어야 합니까? 그게 도리입니까? 서울시교육청 책임 있는 분 나와서 말 해보세요!"

 

두 아이를 서울 송파 거원초등학교에 보내고 있는 김현종(46)씨는 서울시교육청 본관 1층 출입구 앞에서 외쳤다. 하지만 대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김씨 앞은 전경 10여 명이 가로막고 있었다. 김씨는 교육청 안으로 들어가 관계자와 면담을 하려 했다. 하지만 길은 막혔고, 잠긴 교육청의 문을 열리지 않았다.

 

"참 나, 학부모가 왔는데 교육청이 이렇게 문 닫고 면담 거부해도 되는 겁니까!"

 

김씨의 긴 하소연과 비난에도 교육청의 문은 끝까지 열리지 않았다. 김씨가 만나고 싶었던 교육청의 고위 관계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교사와 학생에게 작별할 시간도 주지 않다니"

 

17일 오후 내내 서울시교육청 주변은 소란스러웠다. 교사 7인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교사들의 기자회견과 항의 방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녁 6시부터는 교사 1000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규탄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포문은 학부모들이 먼저 열었다. 징계 해당 학교 학부모들은 이날 오후 2시 항의 기자회견을 열고 "아이들이 받을 상처는 누가 어떻게 치유해 줄 것이냐"며 서울시교육청의 교사 징계를 성토했다.

 

파면된 정상용 교사가 근무했던 구산초등학교의 한 학부모는 "정 선생님은 일제고사를 거부한 게 아니라, 일제고사가 무엇인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친절히 알려줬을 뿐"이라며 "학생과 학부모는 당연히 일제고사에 대한 알 권리가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이 학부모는 "이렇게 갑자기 교사를 파면시키면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겠느냐"며 "결국 '위에서 시키는 대로 안하면 직장에서 쫓겨나는구나'하는 걸 가르칠 셈이냐"고 따졌다.

 

서울 수유동의 유현초등학교의 한 학부모도 "아이를 무리하게 폭행해 문제가 된 교사도 정직 3개월 정도의 징계가 내려지는데, 어떻게 학부모들에게 알 권리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교사를 해임할 수 있느냐"며 "당장 징계 교사를 학교로 돌려보내라"고 요구했다.

 

"교사들이 학원이나 급식업자에 돈을 받기라도 했나"

 

또한 학부모들은 성명서를 통해 아래와 같이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에게 따져 물었다.

 

"아이들과 작별 인사도 못하게 선생님들을 쫓아낸 이유가 뭔가요? 선생님들이 급식업자한테 돈을 받았나요? 학원 업자한테 돈을 받았나요?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교사에게는 사형과 같은 해임과 파면이라니요?"

 

지난 7월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사설 학원 관계자와 급식업자에게 선거비를 받은 공 교육감을 꼬집은 것이다. 공 교육감은 이날 선거비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두했다.

 

학부모들에 이어 오후 4시부터는 '무한경쟁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청소년 모임 Say No'와 '미친교육 반대 청소년 인권보장 청소년연대'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 징계 철회를 외쳤다.

 

이들은 "우리는 이번 징계를 내린 교육청이 후회하도록 오는 23일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행동에 적극 나설 예정"이라며 "징계 선생님들과 연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적극적으로 일제고사를 '밟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다양한 행동의 방식으로 일제고사에 굴욕을 안겨줌과 동시에 교사 징계로 학생들을 겁먹게 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태그:#교사징계,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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