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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븐우리절믄날 공연포스터
깃븐우리절믄날공연포스터 ⓒ 김경미

연극 <깃븐 우리 절믄날>(두산아트센터Space111, 12월 31일까지)은 1935년 근대를 살았던 모던보이와 모던 걸의 최대 화두였던 연애와 결혼을 이야기한다. 연출가(성기웅)과 배우 5명은 '젊음'을 연애와 결혼으로 풀어 나간다.

 

작품의 구성은 1935년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신여성 권영희(주인영)를 둘러싸고 이상(전병욱)과 박태원(김종태) 그리고 정인택(손진호)의 이야기가 기본 축을 형성하면서 1930년 당시의 연애와 결혼을 훑어준다. 덕분에 <깃븐 우리 절믄날>은 근대를 사실적으로 풀어내지만 별다른 갈등이 없어보이는 것처럼 끝을 맺는다.

 

성기웅은 근대를 향한 애정이 넘치는 연출가다. 그는 박태원과 이상을 통해 2008년의 예술가와 1930년대의 예술가를 요리조리 관찰한다. 이번엔 연애와 결혼이다. 세 명의 남자가 사모하는 신여성 권영희는 생각만큼 매혹적이지 않다. 그녀는 새빨간 입술에 양장치마를 잘 갖춰있었지만 극을 전체적으로 이끌어가진 않는다. 권영희에 관한 소문이 권영희를 대신한다.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듣게 되는 그녀의 이야기는 어느 순간 정인택과 결혼을 하면서 그녀도 묻혀 버린다.

 

인물 간의 뚜렷한 갈등은 권영희를 사랑하는 세 남자의 연애 모습을 통해 희미하게 느낄 뿐이다. 박태원의 연애는 아내가 있기에 절제된 듯한 연애를 보여준다. 이상은 권영희와 풍문을 일으키면서 자유분방하다. 우리가 상상한 천재 이상의 모습은 배우 전병욱으로 인해 생각 외로 스타일 있는 남성을 표현했다. 처음에는 설마 그가 이상인가 싶은 정도였다. 이상의 모습은 그의 자유로운 연애스타일을 그대로 반영했다. 정인택은 약을 먹고 자살까지 시도하면서 연애에 목을 맨다. 그들이 보여주는 연애상은 지금 우리가 연애를 향한 열렬한 관심만큼 가까이에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1930년대 심심한 경성을 무엇이든지 내려다 보일 것 같은 옥상에서 펼쳐진다. 미쓰코시 백화점, 매일사보, 도서관 등 다른 장소의 옥상에서 다르지만 결국은 같은 장소를 보여준다. 모던보이와 걸들에게 옥상은 하늘을 볼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지만 딱히 그렇진 않아보인다. 가장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순간 가장 갇혀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역사는 거울이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과거를 보고 지금을 반성하거나 도약해 나간다. 하지만 역사 때문에 우리는 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할 때도 있다. 1930년대 조선의 경성은 가장 근대적인 모던보이와 걸들이 넘쳐나는 도시였다. 성기웅에게 근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가 이제는 당시의 예술가를 통해 근대를 보여주기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조금 더 넓게 그가 근대를 바라보고 우리에게 만나게 해 주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ot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깃븐우리절믄날#성기웅#두산아트센터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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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사람. 프로젝트 하루5문장쓰기 5,6기 진행자. 공동육아어린이집 2년차 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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