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선생님 당장 교문 열어요! 우리 아이가 가슴이 아파서 밤에 잠을 못 자요! 학교가 학생들에게 이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 당장 자물쇠 풀고 교문 열어요!"18일 오전 9시께. 서울 광진구 광양중학교 3학년 1반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 김모씨는 교문 앞에서 소리쳤다. 교문에는 자물쇠가 이중으로 채워져 있었다. 굳게 닫힌 교문 안쪽에는 김재섭 교감이 얼굴에 큰 마스크를 쓰고 직접 문단속을 하고 있었다.
"어머니, 그게 아니구요. 우리도….""됐어요! 빨리 교문부터 열어요. 오죽하면 제가 이렇게 달려왔겠어요!"김씨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고, 눈은 붉게 충혈됐다. 김재섭 교감은 안절부절 못하며 부랴부랴 열쇠를 풀고 문을 열었다. 김씨와 함께 기자들이 학교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김 교감은 "기자들은 출입금지예요! 왜 교육을 방해하고 그래!"라고 외치며 온몸으로 기자들을 막았다.
교감은 마스크 쓴 채 교문 통제
학부모 김씨는 한숨을 쉬며 "아니 왜 기자들을 막아요! 그렇게 부끄러우세요? 학생들한테는 안 부끄러워요?"라며 따졌다. 그럼에도 김 교감은 온몸을 던져 육탄방어에 나섰고, 교문에는 다시 자물쇠가 채워졌다.
이처럼 서울시교육청의 교사 7인 중징계로 인해, 일선 학교에서 비교육적 파행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광양중 3학년 1반 담임을 맡고 있는 윤여강 교사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일제고사 선택권을 보장했다는 이유로 파면을 당했다. 시교육청의 중징계를 인정하지 못하는 윤 교사는 17일에 이어 18일에도 '출근투쟁'을 벌였다.
학교 쪽은 윤 교사의 출근과 기자들의 출입을 막으려고 오전 8시께부터 김 교감과 교직원들을 동원해 교문을 철저히 단속했다. 윤 교사는 오전 8시 30분께 출근을 강행해 교문을 통해 큰 무리 없이 교실로 들어갔다. 하지만 학교 쪽은 기자들의 출입만은 끝까지 통제했다.
윤 교사는 출근에 성공했지만 수업은 진행하지 못했다. 조회만 하고 쫓겨나다시피 나와야 했다. 하지만 조회도 학교 쪽의 방해로 쉽지 않았다. 학교는 윤 교사의 조회를 막으려고 학생들에게 "도서실로 이동해 조회를 하겠다"고 했지만 학생들은 움직이지 않고 교실을 지켰다. 학교가 밀어내려는 교사를 학생들이 지킨 것이다.
징계 교사는 조회만 마치고 쫓겨나조회를 마친 윤 교사가 밖으로 나오자 여학생 두 명이 따라 나왔다. 학생들은 윤 교사를 끌어안고 "가지 마세요"라며 울먹였다. 김 교감은 이런 풍경도 그냥 놔두지 않았다. 그는 "야, 교실로 빨리 들어가"라며 학생들을 윤 교사에게서 떼어내려 했다.
이에 신창복 교사가 교감을 향해 "아이들 몸에 손대지 말라"고 외치기도 했다. 김 교감이 여학생의 몸에 손을 대지 못하자 이번엔 여성 교사들이 나서 학생들을 떼어냈다. 학교의 학생 통제와 감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교시 수업이 끝난 뒤 학생들에게 주어진 쉬는 시간. 하지만 학생들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학교는 3학년 1반 교실 앞뒷문에 각각 교사 3명씩을 배치했다. 그러고는 학생들이 화장실 이외에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못하게 감시했다.
참다 못한 학생들은 윤 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학교가 우리 움직이지도 못하게 한다"고 하소연했다. 윤 교사는 "너희들도 참 고생이 많다"며 교실에 갇힌 학생들을 위로했다.
교사들은 교실 앞뒤에서 학생들 통제광양중학교는 17일에도 학생들이 서울시교육청 앞 기자회견과 집회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통제했다. 몇몇 학생들은 "수업이 다 끝났는데도 학교가 자장면과 피자를 시켜주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우리를 오후 6시까지 교실에 잡아뒀다"고 말했다.
윤 교사는 "상식과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데, 이걸 그냥 보고 넘기면 '야만의 시대'는 오래갈 수밖에 없다"며 "난 잘못한 것이 없기 때문에 끝까지 싸울 것이고, 최대한 빨리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윤 교사는 19일에도, 그 다음날에도 계속 '출근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한편 역시 중징계를 받은 최혜원 교사가 근무했던 길동초등학교에서도 이날 오전 6학년 2반 뒷문을 자물쇠로 잠그고 학생들 출입을 제한했다. 오전 수업을 마친 1·2학년 교사들 15명은 교실 앞문을 지키며 아이들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6학년 2반은 최 교사가 담임을 맡았던 반이다.
교사들은 아이들 이름이 적힌 명단을 들고 학부모들에게 "자녀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았으며, 학부모들이 들어가는 것을 가로막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부 학부모들은 "내 자식 학교에도 못 들어가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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