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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에 반대해 학생들의 대체수업을 허락한 교사 7인에게 파면 및 해임 처분 결정이 17일 최종 통보됐다. <오마이뉴스>는 징계를 받은 7인의 교사 가운데 한 명인 길동초등학교 최혜원 교사가 보내온 글을 싣는다.  <편집자말>

눈뜨기 싫은 아침이었습니다. 전날 밤, 해직 통지서를 받고 가라는 교감선생님의 말씀을 뒤로 하고 도망치듯 학교를 나왔습니다. 통지서를 기다리며 맞는 아침은 너무나 길기만 했습니다.

 

아침 8시부터 학교에 나가 늘 하던 것처럼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제 곁에는 저희 반 아이들과 저를 도우러 나와주신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아침에 학교에 가는 아이들 하나하나를 보며 얼마나 눈물지었는지 모릅니다. 가슴이 저며왔어요. 아직 마지막이란 걸 채 모르는 아이들은 마냥 신나고 밝게 저를 위해 만들어 온 손팻말을 들고 외쳐주었고 저는 속내도 보이지 못한 채 울음만 삼켜야 했습니다.

 

그렇게 1교시가 시작될 시간, 학교로 들어가려 하니 학교 입구부터 기사님 등이 학부모님들과 또 취재를 왔던 사람들을 막더군요. 저 또한 막으려 했지만, 아이들과 마지막 수업을 꼭 해야 했기에 도망치듯 뛰어나와 교실로 향했습니다.

 

원래 제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교감선생님께서 계셨습니다.

 

"나도 교장 지시를 따라야 해서 어쩔 수 없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해야지 왜 이러나, 통지서를 받으러 가라. 1교시는 내가 한다."

 

저는 언성을 높여 이렇게 외쳤습니다.

 

"수업은 제가 해야죠."

 

다행히 함께 올라온 분들의 도움으로 힘겨운 첫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영화처럼 멋진 말 남기고 싶었습니다만, 그렇지만 하얗게 지새운 밤동안 그저 슬픔과 고통, 괴로움만이 밀려올 뿐 그 어떤 말도 저는 찾지 못했습니다. 그저 제 새끼들 이름 하나하나 부르며 그동안 못 해주었던 말 해주고 꼬옥 안아주었을 뿐.

 

인권, 민주주의, 우리 함께 배운 소중한 말들 다 좋다, 그치만 그런 거 다 버리더라도, 서로 사랑하며 보듬고 살아가라고, 저는 그렇게 아이들에게 이야기했어요.

 

"얘들아, 딱 한 번만, 딱 한 번만 나를 쳐다봐 줄래?"

 

숨도 안 쉬고 저에게 쏠린 그 64개의 초롱한 눈망울들, 이걸 어찌 제가 버리고 떠나야 하나요. 저도 무너지듯 교실 바닥에서 참아왔던 통곡을 쏟아내었고, 교실은, 교실은 떠나갈 듯 커다란 울음소리로 가득했어요. 무너지는 몸 일으켜가며 간신히 교실을 나서 부축을 받고 교무실로 가고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구순 되신 학조모님, 그리고 많은 학부모님들이 교장실에서 함께하지 못하고 교장선생님에 의해 제지당하여 전부 복도로 밀려난 상태, 저는 교장실에 홀로 남겨져 수령증에 사인을 해야만 했습니다. 큰소리로 울지도 못하게, 몇 명의 교사들에 의해 감시당해야 했던 교실에 남겨진 제 새끼들은 그렇게 울음을 삼켜가며 생이별을 견뎌야 했습니다.

 

텅 빈 운동장을 빠져나오는 길이 왜 그리도 길던지요. 아이들 두고 버리고 떠나야 하는 길은 그야말로 저에겐 생살을 찢어내는 고통이었습니다. 대체 누가 저와 아이들에게 이런 생이별을 주었나요?

 

제가 떠난 뒤에도 아이들을 향한 감시는 이어졌고, 마침내는 가정통신문을 특별히 보내, 제가 법령을 어긴 죄로 교직에서 쫓겨났고 새 담임이 올 거라는 내용을 전해주더군요. 그리고 내일(18일) 오후 2시에 학교에 모든 학부모가 모이라는 말도. 아마도 입막음을 위해서겠지요.

 

울부짖는 아이들 얼굴을 뒤로 하고, 쏟아지는 문자를 끌어안고 잠 못 드는 밤이 지났습니다. 저는 지금 오늘도 내일도 학교로 아이들을 보러 향할 겁니다. 단 5분이라도 제 교실에 설 수 있도록, 그 쏟아지는 비난과 방해공작을 견뎌내고 교실로 향해야 합니다.

 

"선생님, 저희가 교실로 끌고 들어갈 테니까 아침에 꼭 오세요!" 하는 아이들의 전화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합니다.

 

매일 갈 겁니다. 제가 늘 가야 했던 제 학교로, 제 교실로, 제 아이들 곁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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