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명박정부 집권과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의 부임이후 느닷없이 부활된 초등학교 일제고사와 관련 학생과 학부모의 의사를 존중하여 '체험학습'을 허락한 것이 문제가 되어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당하고, 사랑하는 제자들과 생이별을 해야하는 교사 일곱 분 중에 유현초등학교의 설은주 선생님이 계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선생님과 같은 처지의 최혜원 선생님이 ' 도둑괭이'라는 필명으로 아고라에 이틀에 걸쳐서 올리신 글들과 관련 선생님들의 인터뷰 내용을 보며 분노와 안타까움으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공교롭게도 유현초등학교 졸업생입니다. 70년대의 급속한 산업화의 열풍으로 서울시 변두리지역은 하루가 다르게 지방유입인구로 넘쳐났습니다.  원래 저는 수유초등학교에 입학했었습니다.

 

하지만 4학년이 되면서 유현초등학교로 옮겨야 했습니다. 늘어나는 취학인구를 감당 못한 교육당국이 '분교'라는 형식으로 화계사 근처에 학교를 새로지었고 그 학교가 바로 유현초등학교였습니다.

 

그리고 분교가 되면서 한 반에 열명 남짓한 아이들이 이별아닌 생이별을 해야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교실이 하루종일 눈물바다가 됐고 마지막 하굣길에 짝꿍과 헤어지면서도 하염없이 울면서 집으로 왔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게 1974년의 일입니다.

 

저는 선생님의 인터뷰를 보면서 제가 어릴적 존경했던 선생님들의 얼굴과 그 추억이 겹쳐지면서 실제로는 저보다 나이로는 한참 어릴 선생님을 통해 진정 존경받아 마땅한 우리시대의 자랑스러운 '스승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당신에게서 자랑스런 '스승님'의 모습을 봅니다

 

저에게는 사랑하는 조카가 있습니다. 이 아이는 애엄마가 맞벌이를 해야했던 관계로 외갓집인 저희집에서 절반정도는 자라다시피해서 그 아이의 탄생부터 옹알이, 발치와 말배우기까지 모두 보았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줄 수 있는 최대의 행복인  천진함과 자유분방함은 집안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주었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외삼촌인 저에게는 세상사가 즐거운 이유가 바로 그 아이였다 해도 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밝게 자라준 조카는 이제 내년 봄이면 초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유치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저만 그리 느끼는지는 모르지만 해맑고 밝기만 하던 조카의 얼굴에 약간의 그늘이 생기는 것을 느껴서 아이엄마의 얘기를 들어보니 요새는 자꾸 아파트로 이사가면 안되냐고 떼를 쓴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아직 아이에게는 이번에 문제가 된 '일제고사'나 혹은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와 등수경쟁이라는 '치열한 삶'이 아직 닥치기 이전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부지불식간에 형성된 물질만능의 양적인 비교가 아이들의 자존심이 되기도 하고 열등감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그러한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을 벌써부터 느껴간다는 점을 보고 참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공부잘하는 것 중요합니다.그리고 치열한 삶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스스로 강해져야 하고 때로는 상대를 이겨낼 지혜와 용기도 필요합니다.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자존감을 드높일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좋아하는 것,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는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유초등교육의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사회는 97년 IMF구제금융 이후부터 몰아친 소위 '신자유주의'의 광풍속에서 승자독식의 논리와 구조조정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된 대량해고로 인해서 중산층은 소멸되고 비정규직이 양산됐습니다. 자산의 양극화와 사교육의 창궐이라는 모두가 문제 자체를 인정하면서도 그 해결책을 찾기보다 자신이 예외로 남기위한 '경쟁'만이 난무한 황폐한 사회가 되버렸습니다.

 

일년에 30조원 안팎하는 공교육비에 버금가는 사교육시장은 우리 아이들을 혹사시키고 학부모의 경제적 희생을 요구하며 밤중의 공부가 '진짜'공부이고 낮에는 선생님의 가르침이 우습게 대우받는 본말이 전도된 해괴한 현상이 평범한 일상사가 되버렸습니다.

 

지난해 교육열풍이 높기로 소문난 목동의 어느 사설학원 중학생 반에서는 용모단정하고 공부 잘하기로 소문난 어떤 여학생이 동료 여학생이 못생기고 공부 못한다는 이유로 흉기를 이용한 폭력을 가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그 일은 해당부모의 노력으로 유야무야 묻혔다지만 그 사건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죽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했으면 그런 일이 생겼을까에 대한 것과 동료 학생에 대한 배려나 존중이 없어진 그 '모범생'의 황폐한 마음입니다.

 

사교육을 담당하는 학원운영자나 선생님들을 탓할 일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잘못임과 동시에 최종적인 책임은 바로 교육관련 정책을 입안하고 관리하는 정부 당국자의 책임입니다. 지금처럼 교육정책 책임자와 그 배후의 국정운영의 최종 책임자가 입으로만 공교육을 강화하고 사교육비를 줄인다고 말하면서 실제의 정책은 사교육을 부추기고 관련 사교육 이해당사자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그 어떤 해결책도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정부당국이 당장 마음만 먹고 국민의 동의만 얻으면 할 수 있는 것이 공교육의 강화입니다.

 

 

본말이 전도된 교육, 정부 당국자의 책임입니다

 

정부는 4대강 정비사업에 국민의 혈세 14조원을 퍼붇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사업은 내용상 한반도대운하의 '우회상장'에 다름아닙니다. 이미 홍수관련 치수사업의 완성율이 97%를 넘어서고 있는 마당에 너무나 빤히 속이 들여다보이는 대운하의 부활을 집권자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사업이 벌어지면 선글라스 끼고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그날만을 기다리는 듯 합니다.

 

그 돈의 일부라도 현재의 부실하다고 얘기되는 공교육 분야에 사용되어진다면 그 사용된 금액만큼 아이들은 '학원과로'로부터 자유롭고 부모님 호주머니 좀 더 두툼해져서 그 돈이 죽어가는 내수를 살리는 종자돈이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설은주선생님, 세월이 하수상하다보니 사설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정의로운 결단을 지지합니다. 아이들을 입시경쟁의 지옥으로 몰아넣는 것이 교육정책의 능사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지금은 마치 정부당국의 정책에 항거하는 '소수의 저항인'으로 낙인찍힐 지 모르나 정부당국이 잘 모르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선생님을 지지하는, 당신을 사랑하는 당신의 제자들과 그 학부형님들 그리고 상식을 원하며 아이들을 입시지옥의 고통에서 해방시켜주려고 노력하는 우리시대의 양심세력들과 평범한 시민들이 바로 선생님의 지지자들입니다. 사교육의 창궐을 방치하고 아이들의 자존감보다는 아이들 한명 한명을 계산기로 두드리는 양심불량의 사교육관련 이해당사자들같은 극소수만이 제도와 권력의 핑계를 대고 선생님을 겁박하고 있을 뿐입니다.

 

선생님! 힘내십시요. 그리고 반드시 당신이 사랑하는 제자들과 웃는 낯으로 재회할 수 있는 날이 조만간 도래할 것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안위보다는 무엇이 아이들을 위해서 필요하고 좋은 것일까에 대한 상식적인 판단과 행동을 해주신 그 용기에 박수와 격려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설은주 선생님을 포함한 일곱 분의 선생님과 이분들의 결연한 행동에 동감하고 계실 이땅의 수많은 선생님들께 존경의 인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당신은 우리 시대의 영원한 스승입니다.


태그:#일제고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