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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동초등학교 교사들이 학생 명단을 들고 학부모회의 출입을 통제하자 학부모들이 "내 자식 학교에도 못 들어가냐"며 항의하고 있다.
 길동초등학교 교사들이 학생 명단을 들고 학부모회의 출입을 통제하자 학부모들이 "내 자식 학교에도 못 들어가냐"며 항의하고 있다.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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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교장의 메시지는 세 가지였다.

첫째, 학생과 학부모는 서울시교육청 앞 촛불집회에 나가지 마라. 둘째, 최혜원 교사 구명을 위한 탄원서 작성과 서명운동에 동참하지 마라. 셋째, 최 교사가 출근 투쟁할 때 아이들 근처에 못 오게 하라.

길동초등학교 학부모들에게 전달된 3불 지침 

18일 오후, 서울 강동구 길동초등학교에서는 평소 학교에서 보기 어려운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날 이 학교 김태영 교장은 6학년 2반 학부모 모임을 소집했다. 이 반은 서울시 교육청에게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최혜원 교사가 담임을 맡았던 반이다.

학부모 모임 개최야 학교에서 자주 있는 일. 문제는 이 학교 여교사 약 15명이 회의장 앞에서 '경계 근무'를 선 것이다. 이유는 6학년 2반 학부모가 아닌 사람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서다. 한 교사는 학부모 이름을 확인하기 위한 출석부까지 들고 있었다.

이 때문에 한 학부모는 "내 아이 다니는 학교에 들어가는데도 굳이 신분을 밝혀야 하느냐"며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겨울비가 내린 다음날이어서 날씨는 차가웠다. 여교사들은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30분 넘게 1층 출입구를 떠나지 못했다. 돌발 상항을 대비해야했고, 무엇보다 학교를 찾아온 기자들을 통제해야 했다.

여교사를 앞세운 학교 쪽의 철통 경비는 일단 성공. 하지만 해당 학급의 학부모 십여 명만 참석해 출석률은 매우 저조했다. 그마저도 거의 대부분 최 교사 징계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온 학부모들이었다.

"학교가 할 수 있는 것 없다"만 반복한 교장

18일 오후 길동초등학교 교사들이 6학년 2반 학부모회를 막기 위해 대기 중이다. 6학년 2반은 일제고사와 관련해 중징계를 받은 최혜원 교사의 담임반이다.
 18일 오후 길동초등학교 교사들이 6학년 2반 학부모회를 막기 위해 대기 중이다. 6학년 2반은 일제고사와 관련해 중징계를 받은 최혜원 교사의 담임반이다.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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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시간의 회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학부모들은 "학교 쪽 입장만 일방적으로 전달했던 자리였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한 학부모는 "교장은 최 교사 징계는 서울시교육청에서 내린 것으로,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계속 강조했다"며 "또 교장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시교육청 앞 촛불집회에 참석하지 말고, 최 교사의 출근 투쟁에도 동참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학부모는 "학부모들이 구명을 위한 서명을 하고, 탄원서를 작성한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식으로 교장이 이야기했다"며 "결국 학부모들은 잠자코 가만히 있으라는 뜻으로 듣는 내내 황당했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이 자리에서 김 교장에게 ▲ 학교에 더 이상 경찰을 부르지 말 것 ▲ 아이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실시할 것 ▲ 최 교사 구명을 위해 학교 쪽이 나서 줄 것 등을 요구했다.

일단, 학부모 모임까지 개최한 학교 쪽 성과는 그리 크지 않은 듯하다. 학부모들은 학교의 소집이 끝나자마자 따로 모임을 갖고 이후의 대책을 논의했다.

학부모들은 이 모임에서 학교 쪽의 요청과는 상관없이 최 교사 구명을 위한 서명 및 탄원서 작성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상황과 조건이 되는 학부모들은 최 교사의 출근 투쟁에 동참하기로 했다.

최 교사는 19일에도 출근 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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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길동초등학교, #교사 중징계,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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