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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성향이지만 전교조 교사들의 해직은 너무하다고 생각한다."

 

정병오 좋은교사운동 대표의 말이다. 역시 보수성향의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 기자회견 참석자는 "전교조 교사들이 다소 억울할 수 있다"고 밝혔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 교육청 앞 풍경이다.

 

23일 중학교 1,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일제고사를 하루 앞둔 이날, 일제고사 반대·해직교사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영하 11도의 체감기온에도 해직교사의 반 아이들과 학부모들까지 거리로 나서 "선생님을 돌려주세요"라고 외쳤다.

 

이날 서울시 교육청과 국가인권위 앞에서는 해직교사를 지지하는 교육·종교·인권·교수·시민사회단체들이 강추위에 연신 발을 동동 구르고 장갑 낀 손을 쉴 새 없이 비비면서도 "해직교사들을 돌려보내고, 공정택 교육감은 물러나라"고 외쳤다. 일부 보수성향 단체 관계자들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교수들도 해직 교사 지지... "MB와 공정택 교육감은 정신 퇴행"

 

오전 10시 반 서울시 교육청 정문 앞에는 '일제고사 전면폐지! 교사 7인에 대한 부당징계 철회 촉구!'라는 펼침막이 나타났다. 전국교수노조,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이하 민교협)' 등 교수5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위해 마련한 것이다.

 

첫 발언에 나선 김한성 교수노조 위원장(연세대 법학과 교수)은 "해직 교사에 대한 탄압은 야만적이고 반헌법적"이라며 "전국의 교수는 결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해직 교사들을 전폭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종구 민교협 상임의장(성공회대 사회학부 교수)은 "MB와 공정택 교육감은 1960년대 평준화 이전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한다, 과거로 돌아가자는 건 현실도피, 정신퇴행"이라며 "당시 입시 명문인 덕수국민학교(현 초등학교)에 다녔는데, 그곳엔 과외경쟁, 점수경쟁이 벌어져 지옥 같았다"고 전했다.

 

"일제고사는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킨다"고 주장한 김도형 교수노조 교육선전실장(성신여대 컴퓨터정보학부 교수)은 "일제고사를 보지 않은 초·중등학생들은 국제학력평가에서 모두 5위 이내의 최상위권 학업성취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하지만 학습에 대한 흥미도, 즐거움은 최하위권으로 학생들은 이미 지나친 경쟁과 학업에 시달리고 있고 전인교육은 무시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일제고사는 학업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어떻게 국가의 경쟁력이 키워지겠는가"라고 강조했다.

 

해직 교사 "징계? 오히려 포상 받아야"... 보수단체 관계자 "억울할 것"

 

교수단체 뒤이어 해직 교사의 부당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교육·여성·종교 등 23개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쩌렁쩌렁한 외침이 서울시 교육청에 울려 퍼졌다.

 

해직교사 중 한 명인 송용운 교사(서울 암사동 선사초등학교)는 "우리의 행동이 금품수수, 성추행보다 더 잘못된 일이냐"며 "우린 법과 헌법정신에 따라 행동을 했다, 우린 징계가 아니라 오히려 포상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교사는 이어 "이번 파면은 일제고사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무한경쟁의 핵심고리이기 때문이고, 전교조를 탄압하기 위한 것"이라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서울시 교육청이 해직교사들을) 잘못된 파면을 이용해 힘으로 억누르려 하면 안 된다"며 "그렇게 되면 이곳에선 1000~2000개의 촛불이 타오르고, 더 많은 촛불이 몰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참교육학부모회는 23일 일제고사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자녀들과 함께 일제고사 반대 체험학습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진보신당 서울시당에서는 체험학습에 참가한 아이들을 무단결석 처리한 것에 반발하는 학부모들과 함께 행정 소송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시민단체의 기자회견 도중 "학습권이 교육권보다 우선"이라는 구호소리가 등장했다. 이 외침의 주인공은 시민단체와 10미터 떨어진 곳에서 '일제고사거부교사 부적격교사 지정 퇴출운동' 펼침막을 들고 있던 학사모 관계자들이었다.

 

최미숙 학사모 상임대표는 "징계를 받은 교사가 무리한 출근투쟁을 하며 눈물로 감정호소를 하며 학생·학부모를 선동해 사회적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고 외쳤다. 하지만 자리를 함께한 전 학사모 대표 고진광 한국시민단체네트워크 공동대표는 "해임은 너무하다, 전교조 교사들이 억울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 선생님을 돌려주세요"

 

이날 그 누구보다 강한 울림을 전한 이들은 해임교사의 반 아이들이었다. 이날 오후 1시 서울 을지로 국가인권위 앞에는 3명의 초등학생이 나타났다. 해직된 정상용 교사의 서울 구산초등학교 6학년 8반 학생들이었다. 이들의 손에는 자신들이 직접 만든 피켓이 들려있었다.

 

'수업 거부합니다. 일제고사 안 봤다고 졸업을 앞둔 우리들에게 선생님을 빼앗아 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을 돌려주세요.'

'정상용 담임선생님께 졸업장을 받겠습니다. 선생님의 빈자리를 선생님이 채워야 합니다.'

'부당징계 철회하고! 공정택은 물러가라! 6학년 8반 일동'

 

김혜진(가명)양은 화가 많이 나 있었다. 김양은 "(선생님의 해임에 대해) 짜증나고 분노를 느껴요"라며 "남자여자 할 것 없이 우리 반 아이들 모두 많이 울었어요"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이수진(가명)양은 "선생님은 잘못 한 것 없어요, 그래서 징계 받을 이유도 없다고 생각해요"라며 "우리 반 뿐만 아니라 다른 반 아이들도 다 그렇게 생각해요, 다들 미니홈피랑 다음 아고라에 잘못됐다고 올리고, 우리 반이 피켓시위하면 다른 반 친구들이 떡볶이 같은 간식을 많이 사다줘요"라고 밝혔다.

 

최슬기(가명)양은 "선생님과 야외수업하려고 밖에 나와 있으면, 다른 선생님들이 '들어가라', '이제 담임선생님은 없다'면서 마구 혼내요"라며 "오늘은 오전 수업 끝나고, 선생님 따라 나왔어요"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상용 교사는 "징계 받는 과정에서 (학교가) 아이들을 다독거리는 게 아니라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며 "그들을 어떻게 교육자라고 부를 수 있나,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해직교사인 최혜원 교사(서울 길동초등학교)는 "학교는 내가 학교에 갈까봐 모든 문을 잠그고, 아이들이 문을 열어달라고 문을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는다"며 "만약 불이라도 나면 어떡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최 교사와 자리를 함께한 학부모 김형준(가명)씨는 "아이들이 '감옥처럼 느껴진다', '우린 동물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감금당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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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일제고사, #교사 해임,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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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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