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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켜진 함부르크 시청사. 밤이 일찍 찾아온다.
 불이 켜진 함부르크 시청사. 밤이 일찍 찾아온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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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거리를 거닐며

함부르크 시청사 옆으로 운하가 있고 그 주변으로 번화가다. 운하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밤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비가 내리는 밤거리. 거리의 악사가 열심히 연주를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고 기분도 같이 들뜬다.

"한국분 맞으시죠?"
"예."
"와! 반가와요. 저는 핀란드에 교환학생으로 와 있는데, 함부르크 여행 왔어요. 한국말이 너무 하고 싶어서…."
"반갑네요. 우리도 여행 왔는데 함께 구경하죠."

걸으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향이 어디고, 유학생활이 어떻고….

운하 주변으로 조성된 상가 풍경
 운하 주변으로 조성된 상가 풍경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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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한 자루에 27유로

백화점 안내판. 독일에서는 1층이 우리나라 2층이다. 그럼 1층은? 0층
 백화점 안내판. 독일에서는 1층이 우리나라 2층이다. 그럼 1층은? 0층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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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르크의 밤거리는 무척 북적거린다. 여행을 오기 전 애들이 부탁한 선물도 사야한다. 부탁한 선물은 샤프 연필. 하지만 여행 내내 사기가 힘들었다. 관광지 어디를 가도 샤프 연필을 팔지 않았다. 백화점에는 팔겠지. 백화점에 들어서자마자 맨 위층부터 아래로 내려오면서 문구류 파는 곳을 찾았다.

말을 못하니 발품을 팔 수밖에 없다. 문구류 코너는 지하에 있었다. 대략 가격을 보니 샤프연필 한 자루에 10유로 전후. 싼 것은 2유로도 있다. 얼른 보니 made in china. 여기도 별 수 없구나. 8유로하는 샤프 연필 두 자루를 집었다. 조금 비싸다.

옆에 눈에 띄는 연필도 있다. 연필 덮개에 연필깎기가 달렸다. 애들이 좋아하겠다. 가격을 보니 7유로다. 이 정도면 하나 살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계산대에 서니 27유로란다. 연필이라는 선입견에 앞에 붙은 2자는 보이지 않았는가 보다. 연필 한 자루에 27유로라니. 샤프 연필 두 자루만 계산했다.

함부르크를 떠나며

아침 일찍 나설 채비를 했다. 스산한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우리나라에도 많이 볼 수 있는 노란 국화와 붉은 찔레열매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조금의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과 열매다. 꽃은 같은데 잎이 다르고, 줄기는 같은데 열매가 길고 크다. 그게 차이일까?

찔레 열매?
 찔레 열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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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위에 핀 국화. 잎 모양은 조금 다르지만 반갑다.
 잔디위에 핀 국화. 잎 모양은 조금 다르지만 반갑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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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도시와의 짧은 만남이 아쉽기만 하다. 함부르크를 비롯한 여러 도시는 넉넉한 게 참 살기 좋게 느껴진다. 하지만 답답하다. 크고 헐렁한 옷을 입고 다니는 것 같다. 복잡하고 빠르게 살아가는 우리나라 생활에 익숙해 졌는가 보다.

흐린 날이 많다보니 유난히 노란 유럽의 단풍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래도 한국의 빨간 단풍이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다.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되어 돌아온다더니. 유럽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그저 똑같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나라일 뿐이라는 진리를 깨쳐 나간다.

화려할 것만 같았던 서구사회. 하지만 너무나 검소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우리나라에서 느끼지 못한 젊은 아가씨들의 수수함이 나를 매료시킨다. 검은 스웨터에 흰 티셔츠를 입고서도 아름다움을 발산시키는 젊음. 진정한 아름다움은 화려한 것만이 아니다. 수수하다고 멋을 표현할 줄 모르는 건 아닌 것 같다.

함부르크 공항
 함부르크 공항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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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르크 하늘을 날다.
 함부르크 하늘을 날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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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하늘이 너무나 그리웠다

함부르크를 이룩한 비행기는 바로 구름 위로 떠오른다. 하늘은 하얀 솜털을 바닥에 깔아 놓았다. 저위로 살며시 내려선다면. 슈웅! 영화에서 보이는 모습처럼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겠지? 왠지 짜릿한 상상.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풍경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풍경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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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함부르크를 뒤로하고,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너무나 그리웠던 한국의 하늘. 버스를 타고 내려오는데 피곤했는지 잠이 들었다. 자다 깨어보니 서쪽하늘로 해가 떨어지고 있다.

낮은 산 위로 떨어지는 붉은 해.
뜨거움을 식히듯 피어나는 운해.
새들은 바쁜 날갯짓으로 날아오른다.

추수가 끝나 반듯반듯한 논에는 땅거미가 내려앉고
산마루를 넘어간 해는
아쉬운 붉은 바탕으로 검은 선들을 그려나간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파란 지붕과 빨간 지붕들은
서로 부둥켜 앉고서 저녁을 준비하고,
노란 전등이 하나 둘 켜지는 구불거리는 마을길은
누군가 오기를 기다리는 듯.

고흐가 우리나라 하늘을 보았으면 어떠했을까?

덧붙이는 글 | 11월 9일부터 16일까지 다녀왔습니다.



태그:#함부르크,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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