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눈이 내렸습니다.
밤새 많이 올 줄 알았는데 지붕과 가로수 위를 살짝 덮을 정도로 내렸습니다.
어머니는 아침에 내려앉은 눈을 보고는 "겨울이 따듯해 오늘이 아니면 언제 눈 보겠냐!"며 아버지와 함께 정수장 뒷편길로 해서 눈꽃구경을 다녀왔습니다. 눈꽃이 많이 피웠냐고 여쭈어보니, "양지바른 곳은 다 녹았는데 그래도 그늘진 곳은 꽤 멋지게 피었더라!" 하십니다.
부모님이 오붓하게 눈꽃구경을 나가신 동안, 한동네 사는 동생네가 어린조카를 작은 침낭에 담아 앉고는 집에 왔습니다. 조카를 맡겨놓고 나갈 생각인지 부모님을 찾더군요. 밖에 두 분다 나가셨다고 알려주고, 계양산 골프장 관련 소식을 정리했습니다. 그 사이 동생네는 이른 점심을 챙겨먹었고, 어린조카는 침낭에서 빠져나와 거실을 "애애앵" 거리며 뛰다녔습니다. 밥은 안먹고 고구마만 달라고 보채면서요.
부모님은 눈꽃구경을 끝내고 돌아와보니, 귀여운 어린조카와 동생네가 있음을 보고 반가워하셨습니다. 조카녀석도 할아버지를 보고는 품으로 달려들어 같이 놀자고 보채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는 조카의 응석을 받아들여 거실에서 잡기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조카가 "와와왕" 거리며 뛰거나 기어다니면서 '나 잡아봐라' 하면, 아버지는 조카 이름을 부르며 "잡아라~잡으러간다~" 하시면서 "아장아작" 걷는 조카의 꽁무니를 쫓아 무릎 꿇고 엉긍엉금 기어다닙니다. 빠르게 기어가 쫓기도 하지만 나이가 드셔서 오래가지 모하고 금새 지쳐 "아이구! 이제 그만하자!" 하십니다. 그러면 이내 아쉽지만 조카는 뒤돌아보고 헤죽 웃으며 할아버지 품으로 뛰어와 안깁니다.
그 모습을 늦은 점심을 먹으면서 지켜봤는데, 어린조카 덕분에 요즘 부모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 저도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조카와 함께 점심을 챙겨먹고 잡기놀이를 끝내고는, 지금은 장난감 피아노 앞에서 조카와 부모님 셋이 모여 앉아 한가롭게 겨울날 오후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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