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이 다가왔다. 경제적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캐럴도 조용하고, 아름답게 장식하던 성탄 트리로 찾아 보기 힘들고, 정치와 교육, 사회 전반에 걸쳐 우울한 소식만이 들리다 보니 가뜩이나 추운 성탄절의 분위기를 더욱 움츠려들게 하고 있다.
서울 도심, 그래도 대한민국 수도답게 광화문, 종로, 명동, 동대문 거리 곳곳의 대형 쇼핑몰과 백화점, 호텔 등에는 성탄 트리에 건물 전체를 감싸 반짝이는 아름다운 장식물들이 휘황찬란하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고 있지만 수도권 도시들은 차분한 분위기다.
그중 인구 63만의 도시 안양시는 어떨까. 23일 저녁, 안양에서 가장 번화가인 안양 일번가 거리를 비롯해 평촌 도심에 크리스마스 캐롤도, 성탄 장식도 별로 없는 다소 썰렁하기 까지한 분위기지만 자원봉사 산타클로스들의 나눔 실천으로 훈훈한 성탄절을 맞고 있다.
안양 일번가에는 그래도 젊은이들이 뜨거운 열기가 있는 반면 평촌 신도시 범계역 뒷편 문화의 거리와 30~40대 샐러리맨들의 회식장소라 할 수 있는 평촌역, 대표적 유흥가라 할 수 있는 인덕역에서도 성탄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어 불황의 여파를 실감나게 한다.
그래도 아기 예수님의 오심을 축하하고 성탄의 사랑과 따뜻함을 전하고자 일부 백화점 벽면에 비록 휘황찬란하지는 않지만 성탄 장식이 반짝이고, 대형 쇼핑몰과 병원건물 앞 나무에는 성탄 전구 불빛이 반짝이고, 성당과 교회 등에도 성탄절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특히 안양시청 광장 분수대에는 금년에도 어김없이 소박하나마 성탄 장식이 세워져 거리를 지나는 차량들에게 성탄절임을 알리고, 만안구청과 안양세무서 앞에도 소박하게 마련한 성탄 장식도 반짝이며 밤거리를 지나는 이들에게 희망이 있음을 전하는 듯싶다.
어려울 때 이웃사랑 실천하며 더욱 값진 '몰래산타 이야기'
올해 성탄절은 세계 금융위기로 그 어느 때보다 추운 성탄절 분위기다. 어렵지만 그래도 이런 때일수록 주위를 돌아보고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발걸음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산타가 오기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일년에 하루만이라도 아이들에게 작은 기쁨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몰래산타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소외되고 가난한 아이들에게 찾아갑니다. 하지만 몰래산타들은 봉사를 통해 오히려 행복과 기쁨을 맛본다고 말합니다."
안양 빚진자들의 집(공동대표 박은경·송용미)에서는 23일 저녁 안양·군포·의왕지역 빈곤·장애·위기가정 아동 200명을 찾아가는 몰래산타 행사를 통해 후원자가 주는 단순한 선물을 넘어 산타가 주는 선물이라는 느낌과 행복을 전달하며 따뜻함과 사랑을 전했다.
올해로 여섯번째인 '몰래산타 이야기'는 평소에 갖고 싶었던 소원 선물과, 예쁜 케이크를 들고 산타들이 몰래 몰래 아이들의 집으로 찾아가는 것으로 금년에는 기본 산타 60명과 작은산타 40명 등 130명의 산타와 루돌프 차량 30대 등 전년보다 수가 대폭 늘어났다.
그거 아세요? 나눔의 사랑에 빠지면 중독자가 된다는 것.
이날 선물을 받고 깜짝 놀란 어린이들은 '몰래 산타'의 방문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 아이들에게 전달되는 선물과 카드는 두 달여 동안 지역 단체와 기관을 통해 추천받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후원자들이 선물을 준비하고 몰래산타 자원봉사자가 전달했기 때문이다.
몰래산타 행사에 참여한 후원자들도 참 다양하다. 모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사랑의 저금통'을 들고 몰래 찾아왔고, 100여 명이 넘는 산타봉사자, 차량지원·운전봉사, 선물 구입·포장, 안내 등을 맡아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격려하는 봉사에 직접 참여했다.
"그거 아세요? 나눔의 사랑에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중독자가 된다는 것을… 사랑은 나눌수록 커지는 신비한 마법을 지니고 있나봐요. 처음 시작할 땐 스무 명의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했지만, 이젠 200여 명이나 되는 아이들에게 몰래 산타가 찾아가는 걸 보니."
빚진자들의 집 송용미 공동대표는 "지난 2003년부터 시작했던 몰래산타가 올해로 벌써 6회째를 맞았다"며 "소외된 이웃과 어려움에 지쳐 힘들어 하는 분들을 위해 작은 것 같지만 희망을 준다는 것은 우리 자신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웃 사랑하는 마음이 바로 산타클로스 아닐까?
'몰래산타'란 이름으로의 성탄절 사랑 나눔은 안양 빚진자들의 집이 처음 아닐까 싶다. 지금은 지금은 전국 곳곳에서 정부나 지자체의 예산지원으로 청년단체, 복지기관, 사회단체 등도 나서 아이들의 작고 예쁜 소원을 이루어 주고자 기쁨과 사랑을 전하고 있다.
특히 빚진자들의 집에서는 몰래산타를 통한 이웃사랑과 나눔을 지속적으로 펼치기 위해 금년 성탄절에 한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으로 아니라 연을 맺은 어린이들과의 나눔을 설날, 추석 등 2009년 일년 동안 4번 정도 산타를 만나게 된다는 점 또한 특징이다.
우리 곁에 산타가 있을까. 없을까. 선물보따리를 매지는 않았어도, 빨간 옷에 턱수염을 하지 않았어도 산타는 있다. 산타는 내 마음 속의 산타다. 크리스마스에만 나타나는 산타가 아니라 항상 생활속에서 이웃을 생각하는 산타가 바로 산타클로스가 아닐까 싶다.
'기쁨은 나누면 두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는 말처럼 경제 불황과 정치, 사회 전반적으로 어려운 때 아기 예수님 탄생과 희망과 사랑을 전하는 성탄절 의미를 생각하며 모두가 따뜻함과 정의로움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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