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여행을 앞두고 저의 처는 강제로 저를 강북삼성병원 종합건강진단센터에 종합건진을 등록했습니다. 그리고 출근길에 저를 서울로 데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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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북삼성병원 종합건진센터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인공적인 생명연장 노력은 달갑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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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전날 저녁부터 금식을 하고 수많은 문진표에 체크를 했습니다. 그리고 첨단 의료장비를 동원한 전문 의료팀으로 부터 2시간쯤 검사를 받았습니다. 진찰 및 신체계측를 하고 혈액과 대·소변검사를 하고 상복부 초음파 검사를 했습니다.

모니터를 통해 간과 담낭, 췌장과 신장이 끊임없이 꿈틀되고 있는 모습을 육안으로 보았습니다. 의사는 병변(病變)으로 의심되는 부분은 이미지를 캡처하고 그 부위의 천공(穿孔)과 육종(肉腫)을 계측했습니다. 또한 위내시경을 몸 깊숙이 넣고 그 카메라가 보내는 영상을 통해 식도 깊숙한 곳의 주름진 속을 고통을 참으며 지켜보았습니다.

저는 제 속을 제 눈으로 보기위해 굳이 수면검사를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의식하지 않은 순간에도 저를 이루고 있는 세포들은 끊임없이 생명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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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진을 마치자 센터측은 죽을 먹을 수 있는 7천원권 쿠폰을 제공했습니다. 하루 전 금식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저를 더욱 갈증 나게 하고 더욱 허기를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평소 저는 저녁 밤참을 먹거나 아침을 먹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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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한 개의 세포인 수정란으로 부터 끊임없는 분화를 통해 신생아의 경우 약3조개, 성인의 경우 60조에서 100조개가 넘는 세포가 우리 몸을 이룹니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남자가 73세, 여자가 80세 정도. 의술의 발전으로 지난 10년 전보다 5년 정도 더 늘어났다고 합니다. 여객기의 부품수가 대략 7만여 개, 평균 수명이 25년 정도라고 합니다.

사람의 몸이 이렇게 정교하다는 것이, 60조개가 넘는 세포들이 70년이 넘는 동안 단 한순간의 쉼도 없이 상호작용을 통해 생명을 이어간다는 것이 경이로움입니다. 그러나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고등한 육신과 사고를 가지고 우리가 하는 일들을 돌아보면 단세포동물도 저지르지 않는 앞뒤가 어긋난 처신이 적지 않습니다.

건강을 염려하면서 담배와 술을 자제하지 못합니다.
평안을 위해 만든 종교가 대립을 부추깁니다.
평화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더 성능 좋은 무기를 만드는 일에 돈을 아끼지 않습니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이야기하면서 자원의 독점과 과소비를 일삼습니다.
공존을 얘기하면서 인간이 아닌 종의 멸종에 무관심합니다.

우리의 모든 것인 이 행성이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지구의 분노를 점점 더 자주 목격하고 있습니다. 지진해일(쓰나미tsunami)과 허리케인은 더욱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 분노의 원인이 대부분 사람들의 사치욕망으로 인한 독점과 남용으로 비롯되었음도 잘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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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진단을 받기위해 서울로 가는 길에 목도한 강 건너 발전소의 키 큰 굴뚝 목동의 열병합 발전소 굴뚝은 여전히 사람들의 거실 뿐만 아니라 지구를 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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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오염 환경에 대한 내성(耐性)도 점점 커지고 있으며 질병의 조기진단과 예방의학의 발달로 인간 수명은 언제까지 연장될지 모르는 일입니다. 인간 수명의 끊임없는 연장은 쓰나미보다도 훨씬 무서운 지구의 재앙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저는 기계에 몸을 맡기고 지구의 재앙에 일조하는 모순의 건강진단을 받고 무사히(?) 헤이리로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