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유괴.살해된 두 어린이가 다니던 학교 앞에는 아동지킴이 집이 생겼다
 유괴.살해된 두 어린이가 다니던 학교 앞에는 아동지킴이 집이 생겼다
ⓒ 최병렬

관련사진보기


지난해 성탄절. 한 동네에 사는 30대 남자에게 초등학생 혜진(당시 11세)이와 예슬(당시 9세)이가 유괴된 지 꼭 1년이 지났다. 사건 77일 만인 3월 16일 범인이 검거되고 두 어린이들은 결국 살해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전 국민을 슬픔과 분노에 빠지게 했다.

집 근처 놀이터에서 놀다가 엄마아빠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 들고 귀가하다 실종돼 지난 3월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와 결국 학교 친구들의 마지막 배웅을 받고 안양시립 청계공원묘지에 잠들었다. 두 어린이가 사라진 지 1년, 안양은 어떻게 변했을까.

1년 만에 또다시 찾아온 성탄절인 2008년 12월 25일 오후 찾아간 경기도 안양시 안양6동 모 아파트 놀이터. 1년 전인 성탄절 당일 오후 두 어린이들이 놀던 놀이시설 등은 달라진 것 없이 그대로지만 놀이터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CCTV가 새롭게 설치됐다.

또 두 어린이가 다니던 M초등학교 정문 앞 문구점과 슈퍼 앞에는 '아동지킴이집' 지정 푯말이 서있어 언제든지 보호토록 마련됐다. 경찰이 운영하는 아동지킴이집은 유괴나 성폭행 등 위험시 신고·보호를 위한 곳으로 안양시 관내 학교 주변에 480곳이 설치됐다.

아이들과 범인이 거주하던 안양8동의 연립과 다가구 주택가 역시 변한 것은 없었다. 혜진이네는 그대로 살고 있고, 동네사람들이 천국의 계단으로 부르는 가파른 계단 위에 있는 범인이 거주하던 셋방에는 어느 누구도 입주하기를 꺼려 빈 채로 그대로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예슬이 네 가족은 지난 4월 이웃에게도 알리지 않고 동네를 떠났다.  두 가족의 근황을 묻는 질문에 동네 사람들은 한결같이 "모른다"고 손사래를 쳤다. 동사무소에 문의한 결과 이사를 갔음을 전하면서 "아픔이 너무 커서 모든 것을 잊고 싶었겠죠"라 말했다.

안양시, '지역사회 안전망 구축' 통해 범죄 예방

실종 1년후 CCTV(좌측 상단)가 설치된 놀이터
 실종 1년후 CCTV(좌측 상단)가 설치된 놀이터
ⓒ 최병렬

관련사진보기


경기 안양시는 초등생 유괴·살해사건 1주년을 앞둔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혜진·예슬양은 물론 아직 슬픔을 삭이지 못했을 가족들에게 송구스럽기 그지없지만 사건을 계기로 시작한 '지역사회 안전망 구축' 우선 사업 부분을 1년만에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시내 곳곳의 어린이 안전 취약 부분을 보강하고, 범죄 요소의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지역 구성원 전체가 동참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안양시는 "우선 올해 현재까지 70개의 폐쇄회로(CC)TV를 시내 40개 초등학교 인근과 어린이놀이터 등에 설치했다"며 "내년 5월까지 115개를 추가 설치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CCTV에 들어가는 예산은 총 51억원으로 설치구역 영상은 24시간 녹화되며, 안양시 청사 7층 관제센터에서 3교대 근무로 모든 상황을 지켜본다. 범죄가 의심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현장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경고 방송을 하거나 즉시 경찰에 출동요청을 한다.

안양시청 7층에 구축중인 방범 CCTC 관제센터
 안양시청 7층에 구축중인 방범 CCTC 관제센터
ⓒ 최병렬

관련사진보기



안양시는 또 지난 4월부터 65세 이상 지역 노인 56명을 선발,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1만원씩의 활동비를 받고 76개소 어린이 놀이터와 36개 초등학교 등을 순찰하는 '놀이터 안전지킴이 사업'을 벌였다. 이들은 현재까지 1341회 지킴이 활동에 참여했다.

이와 함께 헬프콜(1388)도 운용 중이다. 어린이·청소년이 귀가 도중 위험에 처할 경우 헬프콜에 전화하면 가장 가까운 봉사자 도우미가 출동한다. 현재 25명의 도우미가 참여하고 있다.

이밖에 250명의 어머니자율방범대와 1100명의 자율방범대가 하굣길 등 아동·청소년 주요 활동 지역 순찰을 벌이고 있다. 녹색어머니회와 청소년지원센터는 올 한 해 동안 5000여명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유괴·납치에 대처하는 어린이 안전교육을 했다.

내년 2월에는 '우리가 지켜줄게' 제목의 안전교육 영상물을 제작하여 시내 모든 초등학교에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이 영상물에는 유괴 및 납치 시 대응 법, 성폭력상황 대처방법 및 예방법 등이 담겨 있으며 지역 어린이들이 직접 출연해 드라마 형태로 제작된다.

관련조례 제정 등 틀 마련했으나 지속적 운영 필요

공무원. 학부모. 기업인들의 방범 순찰
 공무원. 학부모. 기업인들의 방범 순찰
ⓒ 최병렬

관련사진보기



'지역사회 안전망구축'에는 지역 관내 기업들도 적극 동참하고 나서 위험으로 어린이 보호를 위해 공부방, 청소년지원센터 등에 호루라기 등 호신용품 1만여 개를 지원했다.

안양시는 이 같은 사업을 안정적인 제도의 틀에서 운영하기 위해 지난 7월 전국 최초로 범죄예방 시책 발굴, 시민단체 활동 육성·지원, 범죄예방 정보공유, 범죄 피해자 사후 지원 등을 골자로 담은 '지역사회 안전을 위한 시민단체 참여 및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또 지난 11월 19일에는 시의원, 시민단체, 공무원, 경찰, 아동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상설기구로 '지역사회안전위원회'를 창립, 활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어린이·청소년 안전, 범죄동향 분석, 예방대책 마련, 범죄예방 사업 참여는 물론 봉사활동에도 나선다.

이와 함께 안양시는 범죄로 부터 아동을 보호하는 것 외에 청소년이 행복한 도시 만들기에 나서 '청소년지원종합네트워크 사회안전망 구축 기본계획'을 수립 위기청소년 사회안전망인 'CYS-Net(Community Youth Safty - Network)' 구축과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이필운 안양시장은 "안양에서 발생한 혜진·예슬양 사건 1주년을 맞아 가족과 주민들에게 다시 한번 위로의 뜻을 전한다"면서 "다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끔찍한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역사회의 관심과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1년, 경계심 사라지는 것 아닌지 우려

사회안전지원 조례에 서명하는 이필운 안양시장
 사회안전지원 조례에 서명하는 이필운 안양시장
ⓒ 안양시청

관련사진보기



안양 초등생 유괴·살해 사건은 그 충격만큼이나 우리 사회에 미친 파급효과가 컸다. 정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지난 6월부터 아동 성폭력사범 엄단 및 재범방지 대책을 시행하고 나서는 등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학교주변 통학로 등 전국 2만4795곳에 '아동 지킴이 집'을 지정 운영해 오면서 지난 23일 1년 동안의 아동보호 활동의 성과 등을 정리한 '사례집'을 통해 "한해동안 약 1777명의 아동을 성추행 및 납치, 학교폭력으로 부터 구제해 보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소년단체 한 관계자는 "안양에서 초등생 유괴·살해 사건이 일어난 지 1년이 지나 상처가 치유되고 있지만 경계심도 서서히 사라지고 잊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며 "더 이상 아동범죄가 재발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주요기사]
☞ 국방부, 꼭 젊은이들을 감옥으로 보내야겠습니까
☞ [촛불산책] "살아남은 강만수·어청수, 가장 좌절스럽다"
☞ 월 40만원도 좋아... DNA대로 사는거지"
☞ 이 대통령 '국가정체성 훼손' 발언은 전교조·인권위 겨냥
☞ [엄지뉴스] 결혼 첫 크리스마스 이브, 아내와의 특별한 식사
☞ [E노트] 교사 해직한 청운초 "경찰에게 '감사 편지' 써라"


태그:#안양, #어린이유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