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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논술사전 아고라>
 <대한민국논술사전 아고라>
ⓒ 여우와 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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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끼 밥을 챙겨 먹듯, 나는 하루에 한 번씩 인터넷 사이트 몇 곳을 넘나든다. 때로는 휘리릭 스치기도 하고, 깊이 파묻힐 때도 가끔 있다. 대화를 하거나 토론 진행에 참여할 때가 그렇다. 그만큼 서로가 터놓고, 열린 자세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다.

아고라 폐인들이 엮은 〈대한민국논술사전 아고라〉도 그 일환으로 세상에 나온 책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아고라 토론방에서 서로 가슴을 열고, 열린 자세로, 진지하게 소통하고 있다. 그 흔적의 핵심들을 뽑아 10대들을 위한 논술 책으로 이번에 엮은 것이다.

이들은 대한민국이 거꾸로 가는 것을 토론하고 있다. 이른바 신공안정국으로 회귀하려는 현 정부의 체제에 대해, 임시정부의 법통을 뒤집는 뉴라이트의 역사교과서 편찬에 대해, 70년대에 통했던 토목공사 위주의 개발정책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선보인다.

이들은 정부와 여당이 '사이버 모욕죄'를 만들어서 맘대로 게시물을 삭제토록 명령하고, 그것을 위반했을 경우 포털사이트까지 맘대로 폐쇄하도록 하려는 그 진정성이 무엇인지 심도있게 논의하고 있다. 임시정부의 법통보다도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박정희를 근대화의 아버지로 치켜세우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도 토론하고 있다.

물론 대운하 건설의 또 다른 형태인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해서도 논쟁이 한창이다. 국민경제를 볼모로 토목공사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겠다는 것은 개발독재 시대나 있었던 붐이니 말이다. 그 일이 '강부자'를 비롯한 건설업계엔 호재겠지만 그 뒷감당은 서민들의 혈세에서 비롯되지 않겠는가?

이들은 또 대한민국이 어떻게 앞서 나가야 할지 토론하고 있다. 공영방송이 정부의 방송장악 음모에 걸려들지 않고 제 위치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한미 FTA 비준 동의로 인해 불어 닥칠 공기업의 민영화와 건강보험 민영화에 대한 염려 등이 한창이다.

거기에다 미네르바와 같은 경제 논객은 우리나라의 현 경제의 실질지표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고, 현 경제팀의 문제와 그 대안도 예리하게 짚고 있다. 한국은 이미 IMF 체제로 들어간 지역 포커스에 끼어 있고, 규제완화와 세금감면을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계획은 세계화 추세에 역주행하는 일이고, 연기금 때려 박는 일은 단기적인 증시부양 책일 뿐 장기적인 부양책은 외화 유동성 확보에 달려 있다는 지적 등이 그것이다.

"11월 전인 현재 상황에서 볼 때 한국 독자 능력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해외 가서 800억 달러의 AMF(아시아통화기금)를 만들자고 하니 뭐니 난리를 쳐도 그건 내년 4-5월 이후나 가능할뿐더러, 일본 애들도 현재 상황에서 직접 지원으로 공급하는 건 다 거절이다. 어떤 협상이건 간에 어딜 가서든 기본 중의 기본은 협상 자체가 성립하려면 서로 대등한 전력 우위라는 전제하에 공평한 협상 결과라는 게 나오는 것이지, 이미 한쪽이 극도로 불리한 상황에서의 대등한 달러 스와프 요구나 조건 제시는 한 마디로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160쪽)

그렇듯 아고라 토론방에서는 대한민국이 과거로 회귀하는 것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누가 주체랄 것도 없고, 강제성은 더더욱 없다. 그저 순수하게 우리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토론할 뿐이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어떠한가? 여러 가지 소통의 창구들을 차단하고 단일화하려는 데에 애를 쓰지 않는가? 그것은 단순히 소통의 창구를 차단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나라를 걱정하고 염려하는 시민들을 우매하게 만들려는 꼴이다. 그 옛날 신문고를 없애는 행위와 같다. 결국 보수세력들의 영구집권을 가능토록 하는 기반을 다지는 일이다.

대안은 없을까? 언제가 어느 진보지식인의 출간기념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때 그는 이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하나의 선으로만 운동하려고 하지 말고, 풀뿌리처럼 여러 가지 점들을 형성해 나가면서 이겨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의 말이 아직까지도 내 귓전에서 쟁쟁하고 울리고 있다.

사실 이 책에서도 여러 대안들을 제시해 주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내 귀를 가장 솔깃하게 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를 바꾸자는 것이었다. 한 번 선출되고 나면 백성들의 뜻을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추진하는 대의민주제에서 스위스와 같이 직접 민주제를 시행하든지, 아니면 대통령과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권을 확보하는 제한적 대의제를 시행하자는 것이 그것이다.

"이미 아고라 내에서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권을 확보하기 위한 개헌청원을 진행하자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이건 게임의 룰을 바꾸자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 번 선출하고 나면 기간 동안 권력을 위임하는 과거의 룰에서, 언제고 이를 철회할 수 있는, 권력의 칼자루를 놓지 않겠다는 룰로 바꾸자는 거죠."(344쪽)


대한민국 논술사전 아고라

아고라 폐인들 엮음, 여우와두루미(2008)


태그:#아고라 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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