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과는 닭살 오른 것처럼 표면이 까칠까칠하고 색깔이 붉은 것이 맛있다고 말하는 과일노점상 김태진씨
사과는 닭살 오른 것처럼 표면이 까칠까칠하고 색깔이 붉은 것이 맛있다고 말하는 과일노점상 김태진씨 ⓒ 조찬현

“햇볕이 좋네요.”
“오늘 많이 누그러졌습니다.”

우리 동네(여수 화장동) 노점 과일가게를 찾았습니다. 아파트 입구에 위치하고 있어 날마다 오가는 길에 지나치곤 하는 곳입니다. 노점상은 대부분 혼자서 일하는데 이곳은 부부가 함께 과일을 팝니다. 참 열심히 산다는 느낌이 들곤 해 언젠가 한번 꼭 들려서 사는이야기를 들어봐야지 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이들 부부가 과일노점을 한 지는 인근(남양아파트)에서 3년, 이곳(주공아파트)에서 5년째랍니다. 노점상은 경기가 안 좋으면 맨 먼저 체감을 한답니다. 생활이 어려워지면 부담 없이 과일을 사갔던 단골들도 발길이 뜸해지고 싼 것만 찾기 때문입니다. 

진짜 좋은 귤, 육즙이 풍부하고 알맹이가 부드러워야

 손님이 주문한 과일을 고르고 있는 최옥남씨
손님이 주문한 과일을 고르고 있는 최옥남씨 ⓒ 조찬현

“과일 많이 파셨어요?”
“싼 것만 찾아요, 돈들이 없는 모양이에요.”
“모두들 장사가 안 된다던데 이곳도 어렵나요?”
“매출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어요. 그래서 경기가 안 좋은가보다 느껴요.”
“장사 잘하신다고 동네 소문이 자자하던데요.”
“예년에는 하루에 귤 40~50박스를 팔았어요. 요즘은 20박스도 힘들어요. 딴 데는 그것도 안 된다며 아우성이에요. 안 된다 안 된다 해도 이건 너무해요.”

이곳 노점상은 IMF 파고도 거뜬히 넘어섰는데 지금은 이렇듯 한가하다고 말합니다. 27일 오후 2시경에 만난 그는 한가롭게 차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를 깨워서 지금껏 인터뷰를 한 것입니다.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집도 가깝고 과일이 싸고 좋아 자주 찾는다는 손님은 오승현(32)씨입니다. 딸기와 배를 구입합니다. 딸기 1kg에 6천원, 배는 6개에 5천원입니다. 귤 한 박스(10kg)에 1만3천원, 바나나 1손에 3천으로, 품질도 좋은데 일반 과일가게에 비해 20~30% 정도 저렴하다고 합니다.

귤(조생종) 좋은 거 고르는 방법을 물어봤습니다. 싱싱한 잎사귀가 붙어있고 표면이 우둘투둘하고 광택이 나야 좋은 거랍니다. 너무 깨끗한 것은 왁스를 매긴 경우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손님들이 너무 깨끗한 것만 원하기 때문에 일부 양심 나쁜 상인들이 카바이트로 착색 후 왁스를 바른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귤이 처음 나올 때는 값도 비싸고 귀하잖아요.

진짜 좋은 귤은 육즙이 풍부하고 알맹이가 부드러운 것이 좋답니다. 사과는 닭살 오른 것처럼 표면이 까칠까칠하고 색깔이 붉은 것이 맛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맛을 보고 과일을 사갑니다.

수박, 껍질만 가져와 안 익었다며 바꿔 달라 우기기도

 부부가 함께하는 노점상은 인근에서 장사가 가장 잘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부부가 함께하는 노점상은 인근에서 장사가 가장 잘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 조찬현

 이곳 노점 과일가게에는 살갑고 정겨운 사는 모습이 있습니다.
이곳 노점 과일가게에는 살갑고 정겨운 사는 모습이 있습니다. ⓒ 조찬현

한 아주머니 손님은 “사가지고 가서 맛없으면 어떡하느냐”며 과일 구입할 때마다  반드시 확인을 한다고 말합니다. “동네장사라 손님들에게 일일이 맛을 다 보여주고 과일을 판다”는 노점상 주인은 80%의 손님이 맛을 본다고 합니다. 어린아이가 과일을 사러오자 집까지 직접 배달을 해줍니다.

과일노점상 사장은 김태진(46)씨, 그의 아내는 최옥남(38)씨입니다. 그들 부부에게 장사하면서 어려웠던 일을 묻자 “수박을 사갔던 손님이 수박을 다 파내어먹고 껍질만 가져와 안 익었다며 바꿔달라고 우겼던 일”도 있었다며 과일 중에서 수박팔기가 가장 어렵다고 합니다. 익어도 속이 분홍색인 수박이 있기 때문이랍니다.

“수박 팔기가 제일 힘들어요. 쪼개서 안 익었으면 교환해드려요, 다 바꿔드려야죠.”

간혹 말도 안 되게 우기는 사람도 있지만 세상에는 정직한 사람이 더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세상은 돌아가는 모양이라고. 또한 과일은 그때그때 시세가 다르기 때문에 손님들에게 가격을 이해시키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그는 처음 과일 장사를 시작할 때 철따라 산지를 직접 찾아다녔답니다. 딸기는 진주와 벌교에서, 사과는 거창지방에서, 포도는 영동 추풍령 김제 등지에서 구입했답니다. 이러한 노력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습니다. 배달 때문에 잠시도 자리를 뜨지 못하며 부부가 함께하는 노점상은 인근에서 장사가 가장 잘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18년간 중장비(굴삭기) 기사로 일했던 그가 굴삭기를 팔아치우고 과일과 인연을 맺은 것은 일했던 아파트의 부도 때문이었답니다. 굴삭기 팔아 빚 갚고, 2개월여를 놀다 무얼 할까 생각하던 차에 순천 농산물시장에서 중매인을 하던 사촌누가가 떠오르더랍니다. 누나의 도움으로 과일을 받아 1톤 트럭에 과일을 싣고 다니며 행상을 시작했습니다.

좋은 물건 볼 줄도 모르고, 파는 요령도 모른, 그가 3개월간 과일 행상을 하고 나서 계산을 해보니 수익이 전혀 없어 “그만 두어야지” 체념도 했었답니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 거 끝까지 해보자”며 마음을 다잡고 직접 산지를 찾아다녔답니다.

그런 수고로움도 2년간은 허사였습니다. 돈 벌자고 나섰는데 돈벌이가 전혀 안되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는 그때 과일장사의 노하우를 제대로 배웠다고 말합니다. 과일은 잘 보고 잘 사야 하는데, 그게 최선인데, 지금은 밭뙈기로 구매하는 방법까지도 확실하게 터득했다고 합니다.

장사 잘하는 비결... 손님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어린아이가 과일을 사러오자 집까지 직접 배달을 해줍니다.
어린아이가 과일을 사러오자 집까지 직접 배달을 해줍니다. ⓒ 조찬현

장사를 잘하는 그의 비결은 손님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랍니다.

“손님이 맘에 안 들어 하면 무조건 환불 또는 교환해주고 최대한 손님이 불편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장사의 비결입니다.”

“에누리가 있어서 좋고, 덤이 있어서 더 좋아요”라는 손님들의 말마따나 이곳의 노점상은 덤이 있고 정이 넘치는 곳입니다. 더러는 별난 손님이 있어서 힘이 들기도 하지만 추운데 고생한다며 건네는 말 한마디, 따뜻한 차 한 잔이 커다란 힘이 된다고 합니다.

이곳 노점 과일가게에는 살갑고 정겨운 사는 모습이 있습니다. 길가에 차를 대놓고 과일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있어도 빵빵거리지 않고 기다려주는 이웃의 배려가 있습니다. 날짜 지나면 안 싱싱하고 맛이 없다며 그날그날 가져와 파는 싱싱한 과일이 있어서 좋습니다.


#노점#과일가게#에누리#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