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8일) 오후 늦게 재벌기업과 인천 계양구의 황당한 골프장 개발야욕에 맞서, 인천 계양산 하느재고개에서 릴레이 100일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장을 다시 찾았습니다. 지난 85일차 릴레이 단식농성 현장에서 눈에 띈 농성일기를 도서관에서 정리해 올려놓고, 짐을 챙겨 부랴부랴 연무정으로 오르는 등산로를 따라 고갯마루에 올랐습니다.
"계양산 골프장 반대 서명 좀 해주세요!"를 외치며 서명전을 벌이고 있는 블로거 antiwa님과 시민분을 만나 인터뷰하고, 오가는 등산객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농성을 마무리 할 때까지 함께 있었습니다. 그 뒤 해가 서쪽 바다로 넘어가기 시작한 계양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정말 다사다난했던 2008년 한해를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붉은 노을을 눈에 가슴에 담아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내복까지 껴입어서 그런지 땀도 많이 나고 숨도 목까지 차왔지만, 아슬아슬한 돌길을 무사히 올라 정상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눈을 멀게 할 만큼 시뻘건 노을 대신 희뿌연 안개와 구름만이 사방에 가득했습니다. 그 속에 파묻힌 태양은 안개 사이로 붉은 기운을 조금씩 드러낼 뿐이었습니다. 세상이 하도 수상해 하늘도 그러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민생' '경제살리기'를 떠벌렸지만 정작 국민들이 원치 않는 각종 악법이 국회에서 호시탐탐 날치기 되려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공영방송과 언론주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무리들에 거리에서 공론장에서 힘겹게 저항하고 있고, '친환경'을 들먹이더니 이제는 '역사·문화'를 덧칠한 4대강 정비, 아니 대운하를 막무가내로 건설하려 하고, 쌀직불금 부정수령자 처벌은 온데간데 없고, 농어민·노동자·사회적약자·서민들의 삶과 살림살이는 나락의 끝에 있는데도 재벌기업과 자본가들을 위해 국민혈세 퍼붓고….
민심은 천심이라 했던가요?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암울한 사바세계를 파란 겨울하늘도 그새 닮아버린 것 같았습니다.
밝아올 2009년 새해에는 사람들의 가슴을 붉게 물들일 뜨거운 희망이 찾아오길 고대해봅니다. 그 붉은 희망을 찾고 만들어가는 것은 또한 우리 자신임을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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