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정부기구, NGO기구, 국제기구 등 여러 방면에서 환경(정책)과 관련된 일에 끊임없이 목소리를 높여 활동하는 환경 정책 및 지속가능한 발전 분야 전문가이다. 예일대 산림·환경학부 교수로 재직중인 그는 천연자원보호협의회(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와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s Institute) 등 많은 환경단체 설립자이기도 하다. 그는 제임스 구스타브 스페스(James Gustave Speth)이다.
지금 우리가 함께 보려는 책 <미래를 위한 경제학-자본주의를 넘어선 상상>(모티북 펴냄, 2008)를 지은 제임스 구스타브 스페스(이하, 스페스). 그는 이제는 일선에서 물러날 나이가 되어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그 여전한 열정을 쏟을 곳을 찾는 듯하다. 지구라는 이 거대한 생명체에게는 한없이 무례할 만큼 이윤과 성장에 찌든 자본주의 나라 미국에서 태어나 그 나라 시민으로 살아온 그는 '자본주의를 넘어선 상상'(이 책 한국어 번역본 부제)을 시도한다.
그는 자신이 그간 겪어온 현재 자본주의 형태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약속할 수도 없고, 같은 이유로 다음 세대를 볼 면목이 없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는 항상, 살아 숨쉬는 지구와 그 위에 터를 두고 사는 인생을 결코 따로 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여긴다. 그건 "사람들을 지속시키는 것과 자연을 지속시키는 것은 결코 뗄 수 없는 하나의 목표"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더 많은 활동을 하기보다는 더 많은 인식 전환을 불러일으키는 것과 지속가능한 정책 기반 다지기에 무게를 둔다. 그것은 이 책이 바라는 목표이기도 하다.
환경을 이해하는 새로운 자본주의는 왜 필요한가"현재 환경 파괴를 유발하는 근본 원인은 확실하게 밝혀져 있다. 인구의 급격한 성장과 경제 생활에 활용하는 최신 기술과 같은 직접적인 원인부터 우리의 행동을 형성하고 인생에서 소중한 것을 판단하게 하는 가치관처럼 좀 더 심오한 것까지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환경오염이 인류의 경제 활동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미래를 위한 경제학-자본주의를 넘어선 상상>, 30쪽)이 책은 환경파괴 원인과 대책을 따지는 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환경운동 목적과 실천방법을 구상하는 책도 아니다. 그런 내용들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이 정말 바라는 것은 인식 전환 그리고 그에 따른 (자본주의경제에 기반을 둔 정책들의) 정치 환경 전환이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전환이라기보다는 혁신에 가까운 변화를 의미한다. '생각을 바꿔. 자본주의 생리 자체를 바꿔. 그렇지 않으면 미래는 없어!'라고 말하는 듯하다. "거의 예외 없이 세계 경제를 운영하는 체제는 현대 자본주의"라고 보기에, 노(老)학자가 되어가는 환경 정책 전문가 스페스는 끝없는 욕망에 찌든 미국식 자본주의에 새삼 이의를 제기를 필요를 더 깊이 느끼고 있다.
스페스는 이 책을 세 부분으로 구성했다. 1부는 성장 만능주의에 물든 미국식 자본주의가 어떻게 우리 삶과 그 기반인 지구라는 환경을 갉아먹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어서 2부는 시장, 성장, 소비 등 자본주의를 형성하는 여러 주제들을 펼쳐놓고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는지를 다룬다. 참고로, 그에게는 자본주의 경제 자체를 거부할 뜻이 없어 보인다. 그것은 현대 자본주의를 긍정해서가 아니라 (현대)자본주의 경제 제도가 현재로선 세계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현실적인 이유에서이다.
3부는 1부와 2부에서 논의한 것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자본주의 경제 아래서 신음하게 될 환경 정책과 활동을 어떻게 이어갈 수 있느냐를 살펴보게 되는데, 이것에 관한 두 가지 주제가 바로 ‘새로운 의식’(10장)과 ‘새로운 정치’(11장)이다.
생태학적 감수성 있는 시민이 필요해, 성장지상주의 자본주의에"폴 러스킨은 그레이트 트랜지션 이니셔티브(GTI, Great Transition Initiative)를 위한 연구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문화적 변화의 여러 측면을 일목요연하게 잘 집어주었다. 러스킨은 21세기 후반부를 사는 누군가가 앞서 일어난 지배적 가치관의 전환을 회고하는 방식을 취했다. 다시 말해, 그의 글은 미래의 역사이다. "새로운 가치체계의 출현은 지구라는 사회의 전체 건물을 떠받치는 토대이다. 과거의 지배적인 가치관이었던 소비주의, 개인주의와 자연의 지배는 삶의 질, 인류의 연대와 생태학적 감수성(ecological sensibility), 이 삼총사에게 자리를 내주었다."(같은 책, 283쪽)한 가지 묻자, 스페스에게. 이 책은 이른바 생태경제학으로 현대자본주의 경제 구조 근간을 다시 짤 것을 요구하는데, 그 내용이 뭐냐고.
"기존의 경제학이 영원한 성장을 신봉하는 곳에서 생태경제학은 최적의 규모에서 안정 상태를 유지하는 경제를 꿈꾼다." (같은 책, 172쪽)다시 묻자. 그 이유는 뭐냐고. 물론, 그 내용에 관한 좀 더 자세한 설명과 함께.
"경제가 성장하는 속도보다 더 빨리 환경 영향을 줄이고 싶다면, 기술 혁신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환경을 위해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기술 혁신과 사업성으로 기존의 비축분을 변화시키고 환경친화적인 새로운 산업, 상품과 서비스를 창조할 수 있는 경제의 생태적 현대화를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이다. 공해와 자연자원의 소비를 줄이면서 경제 성장까지 거둘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현재 제조, 에너지, 건설, 교통과 농업 분야에서 사용하는 기술을 전면적으로바꾸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의 근원인 20세기 기술은 하루빨리 퇴출시키고, 환경의 지속가능성과 복원을 염두에 둔 21세기식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경제는 자연자원의 소비와 경제 생산 단위당 배출하는 잔여물을 급격하게 줄일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을 통해 최대한 '비물질화'되어야 한다."(같은 책, 166쪽)앞서 말했듯, 스페스는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환경(정책) 활동보다는 환경(정책) 근간을 다시 짤 필요성을 주장하고 그것을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혹시 누구를 이해시키기 위해서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일반 시민이다.
스페스는 시민 개개인이 사회 전체를 보는 안목을 갖고서 자본주의 경제 구조 아래서 환경(정책)과 관련된 활동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를 배우고 이해하기를 바란다. 그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이윤과 성장만 추구하며 내달리는 현대 자본주의에 제동을 걸고 동시에 지속가능한 환경(정책)을 지키고 이어가기 위해서는 시민 모두가 여기에 참여해야한다고 보는 것이다. (심의민주주의 혹은 담론민주주의에 관한 짤막한 논의들이 펼쳐진 것은 그런 이유에서이다.) 매우 현실적인 이유를 지녔으면서도 동시에 매우 이상적인 생각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 실천 가능성과 방향에 대해서는 별도로 논의하더라도 말이다.
"정리하자면, 현재의 민주주의를 심사숙고한 사람들이 시민에게 공통적 관심사가 걸린 문제들을 논의하고 그 결과를 법제화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은 더 나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더 나은 시민이 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시민에게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미국정치를 바꿀 수 있다."(같은 책, 306쪽)자본주의라는 현실 조건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환경을 생각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길 원한다면 스페스의 <미래를 위한 경제학-자본주의를 넘어선 상상>과 그 고민을 함께 나눠보길 바란다. 그리고 정치권력과 자본주의 경제 사이에서 환경(정책)이 온전하게 서있기 힘들다는 점에 동의한다면, 그에 대한 대책은 어디서부터 시작하고 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이 책과 함께 고민해보았으면 한다. 물론 (현대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희망이라기보다는) 환경을 아는 21세기형 자본주의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지니고 있다면 말이다.
덧붙이는 글 | <미래를 위한 경제학-자본주의를 넘어선 상상> 제임스 구스타브 스페스 지음. 이경아 옮김. 모티브북, 2008.
(원제) The Bridge at the Edge of the World: Capitalism, the Environment, and Crossing from Crisis to Sustainability by James Gustave Speth(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