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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오르는 수평선
 해가 오르는 수평선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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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오르는 곳에 지은 절집

늦었다. 시계는 7시를 향해 느릿느릿. 하지만 마음은 빨리빨리. 하늘이 어둠을 깨는 시간. 돌산대교를 지나 아파트 몇 채를 보고서 돌아서면 좌측으로 용월사 표지석이 크게 보인다. 언덕길을 따라 시원스럽게 달리면 초등학교도 보이고 좁은 도로를 겨우 빠져 내려선다. 바닷가에 고니가 추위를 이기려는 듯 고개를 파묻고 새벽을 열고 있다.

돌산도에는 해맞이 장소로 유명한 향일암이 있지만 비슷한 분위기가 나는 곳이 한 곳 더 있다. 용월사(龍月寺)다. 향일암은 해를 향한 암자, 달 오르는 곳엔 용월사. 바닷가 절벽위로 달뜨는 곳에 절집을 지었는데, 언제부턴가 해를 맞는 절이 되었다.

고갯길로 올라서니 하늘이 붉어지고 있다. 그리 늦지는 않았다. 용월사에 들어서니 검둥이 개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온다. 새벽에 뭔 일이냐는 듯 묻는 것 같다. 아직 깨지 않은 절집은 조용하기만 하다.

해맞이하러 또 오라고?

용월사에서 보는 해오름
 용월사에서 보는 해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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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월사 해오름 풍경
 용월사 해오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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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보려는 사람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절집은 조용하다. 해는 새해 첫날 보아야만 할까? 지금까지 새해 첫날 한 번도 해맞이를 하지 않았다. 게으른 탓도 있지만 북적거리는 날 해를 보러가기가 싫어서 그랬을 게다. 그래서 새해가 오기 전 며칠 일찍 해를 보러 나섰는데, 조용한 것보다는 북적거리는 게 낮다는 생각이 든다. 썰렁한 난간에 기대어 홀로 해를 기다린다는 것은 그리 즐거운 일이 아니다.

바다는 점점 붉어진다. 아니 바다 위 구름이 붉은 빛으로 물들어 간다고 해야겠다. 기다리던 해는 수평선 너머 구름 뒤로 숨었다. 바다를 박차고 오르는 붉은 해를 보고 싶었는데…. 아쉬움. 썰렁함. 허전함.

해가 바다에서 멀어질 즈음 구름을 비집고 얼굴을 내민다. 하지만 감동은 없고 눈만 부시다. 햇살을 가득 받은 대웅전이 활짝 웃는다. 해오름은 그리 쉽게 보는 게 아니라고 타이르는 듯. 해맞이하러 또 오라고.

마을은 조용할 뿐이고

월전포 마을 풍경
 월전포 마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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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에 매어진 작은 배들. 줄줄이 묶어 놓았다.
 포구에 매어진 작은 배들. 줄줄이 묶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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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월사를 나와 돌아가려는데 아쉽다. 월전포(月田浦)로 가는 길임을 알려주는 키가 큰 표지석이 있다. 이름이 아름답다. 달밭. 경사가 심한 길을 아래로 내려서니 작은 포구가 있다. 20여호 정도의 집들이 모여 있고, 수산회사 창고도 하나 있다. 바다로 향한 마을에는 느티나무 몇 그루가 마을을 지키듯 서있다.

마을은 조용하기만 하다. 조용한 마을을 이리저리 걸어본다. 바닷가 자갈밭에 내려서서 걸어본다. 줄줄이 매여 있는 작은 어선들이 밤새 잘 지냈냐는 듯 눈맞춤을 한다.

고개를 넘어 버스가 들어서고 있다. 버스는 아무도 내리지 않는다. 여기가 종점인가보다. 차는 바닷가에 멈춰서있고, 손님이 타기를 기다리지만 마을은 대꾸하지 않는다. 기사님은 열심히 유리창도 닦고 하면서 한참을 있지만 오늘은 빈차로 나가야 하는가 보다.

넓은 마을 주차장에 손님을 기다리는 종점 버스
 넓은 마을 주차장에 손님을 기다리는 종점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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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용월사 찾아가는 길 : 돌산대교지나 - 남산요양원 - 바로 뒤로 용월사. 월전포는 용월사 넘어가는 고개에서 아래로 내려서면 보인다.

올해 마지막 날 여수지역 해 내리는 시각 : 17시 28분 즈음. 새해 첫날 여수지역 해 오르는 시각 : 7시 35분 즈음



태그:#해맞이, #용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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