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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넘어가고 있다. 한해를 정리해야 할 때다. 안양시도 부지런히 정리하고 있다. 지난 12월20일은 안양시 이필운 시장 취임 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 시장은 ‘숨 가쁘게 달려온 1년’ 이었다는 긴 보도자료(A416장 분량, 글자호수 12호) 를 배포했다. ‘아름다운 도시 행복한 안양’ 을 건설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다는 내용이다.

 

보도자료를 보고 고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도자료 란 글자 그대로 ‘자료’ 일뿐인데, 그대로 싣자니 기자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객관성을 논할 수조차 없는 ‘치적예찬’ 일색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시해 버리자니 좀 아까웠다. ‘시의적절’ 했기 때문이다. 시장 취임 1주년에 즈음하여 그동안 행적에 관한 기사가 나가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일이다. 하지만 결국 싣지 않기로 결정했다. ‘시의적절’ 하다고 객관적이지 않은 내용을 기사로 내보낼 수는 없었다.

 

12월30일에는 이필운 시장 신년사가 배포됐다. 내용은 20일 날 배포된 보도자료와 비슷했다. 다른 것이 있다면 글이 좀 짧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신년사는 고민 할 필요 없이 사진과 함께 실었다. 보도할 때 참고하라고 보낸 보도자료가 아닌 ‘신년사’ 이기 때문이다.

 

 이 시장 본인이 시민들에게 새해 인사하기 위해 쓴 글이기에 굳이 기자 시각이 필요치 않았다. 또, 객관성을 논할 필요도 없었다.

 

묵은해를 보내며 필요한 것은 ‘치적예찬’ 이 아닌 객관적인 평가다. 안양시가 이러한 평가를 자체적으로 해 주었으면 좋겠지만 20일날 배포된 보도자료를 보니 그럴 생각이 없는 듯하다.

 

사실 1주년을 즈음해서 또는 한해를 보내며 ‘자체평가’ 를 토대로한 기자회견이 열리기를 은근히 기대했다. 아쉽게도 그런 자리는 마련되지 않았다. 때문에 부득이 지면에서 이필운 안양시장  공과(功過)를 논해 볼까 한다.

 

상수도 요금 인하, 출산 축하금 상향 지급 등은 '공'

 

지난해 12월 20일, 이 시장은 ‘아름다운 도시 행복한 안양’ 을 시정 구호로 출발했다. 취임 이후 상수도 요금을 10% 감면, 셋째아이 출산 축하금 상향 지급 등, 민생안전에 관한 정책을 여러 가지 펼쳤다.

 

또, 어린이 안전망 구축을 위해 13개소에 있던  CCTV 를 70개소로 확대했다. 이것은 보도자료에 밝힌 대로 분명 공적이다. 공적을 한 가지 더 추가 한다면 2009년 예산에 친환경 급식 지원비 10억 5천만원을 편성 한 것이다.

 

친환경 급식비 지원은 안양시민들 숙원이었다. 최초 시민발의로 조례가 만들어진 이후 4년만에 정식으로 예산이 편성된 것이다. 이 필운 시장 1년 중, 가장 큰 치적을 꼽으라고 한다면 생각할 것도 없이 ‘친환경 급식비 지원 한 것’ 을 꼽을 것이다.

 

건축행정 분야, 해답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문제 많아

 

 

하지만 1년 동안 문제도 많았다. 특히, 건축 행정 분야는 해답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비산동 대림 조합아파트 사기분양사건은 아직도 해답을 찾지 못한 채 피해자들은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재개발 인허가 권자인 안양시는 사건 초기부터 피해자인 시민들 입장을 대변해 주지 못했다. 혹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 긍긍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결국 불똥은 튀었다. 인, 허가 관련 부서인  안양시 공무원이 뇌물수수 혐의로 지난11월12일, 구속됐다. 사기사건 피의자 새로본 건설 대표 김 모씨로부터 아파트 사업 편의 봐주는 대가로 5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안양시는 지금도 수수방관 하고 있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직원이 구속 됐을 때도 배찬주 건축국장이 짧은 유감 표명만 했다. 기자들 질문도 받지 않았다. 결국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지난 11월에는, 안양5동,9동 주거 환경 지구지정이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개발 반대 주민들이 안양시와 경기도 주공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 주거환경 지구지정이 취소 판결이 나왔다. 지구지정 조건이 되지 않는 지역을 주거환경 개선지역으로 지정했다는 이유다.

 

이 문제도 아직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시장은 "13개월 안에 사업을 재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공언 했지만 아직 해법을 찾고 있지는 못한 듯하다. 현재 찬성, 반대 주민들 간 갈등의 골만 깊어져 가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이 문제도 피해자는 주민들이다. 책임지는 공무원은 역시 아무도 없다. 

 

뉴타운 개발 ‘정말 해야 하는 사업인가?’

 

뉴타운 문제는 더 복잡하다. 현재 안양시 만안구는 대부분 뉴타운 및 재개발 재건축 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안양 1,2,3동과 석수동 박달동 일원이 뉴타운 지역이고 나머지 지역도 현재 재개발,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거나 예정돼 있다.

 

 안양시는 총괄사업권자로 경기도시공사를 선정했다. 오는 2009년 12월 재정비촉진계획 수립이 완료되면 2010년 1월부터 단계별 사업을 추진해 2011년 8월 착공을 시작으로 공사에 나서 2020년까지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문제는 벌써부터 주민들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이미 ‘뉴타운지구지정취소’ 행정 심판이 제기돼 있는 상황이다. 이유는 “왜 멀쩡한 건물을 때려 부수려 하느냐?” 는 것이다. 다시 말해, 뉴타운 개발을 추진할 만큼 우리 마을이 낙후 했느냐? 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경기 불황이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는 것도 개발 사업에는 악재다. 지금까지 개발 방식은 개발 이익에 대한 환상을 심어 줘서 동의를 받아내는 방식이었다. 재건축, 재개발해서 아파트를 분양 받는 순간 아파트 값이 뛰어서 돈을 벌수 있다는 가정 하에 진행된 개발인 것.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아파트 값이 떨어져서 신규 분양가 보다 기존 주변 아파트 시세가 저렴해 졌다. 다시말해, 골치 아프게 재건축 재개발해서 아파트를 분양 받을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원주민 이주대책은 세워 놓았는지?

 

 

더군다나 안양시는 대규모 개발을 계획하면서 원주민(세입자, 집주인) 이주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다. 아직까지 개발 지역 세입자나 원주민 들을 어떤 방식으로 어디에 이주시킨다는 계획을 들어 본적이 없다. 그저, 개발이 시작되면 알아서들 어디론가 가겠지! 하는 식이다.

 

이점이 가장 큰 문제다. 소규모 개발 일 때는 그럭저럭 통하던 방식이다. 옆 동네로 가든 그 옆 동네로 가든 알아서 갔다. 하지만 뉴타운 같은 대규모 개발 에서는 필수적으로 이주대책이 있어야 한다. 갈만한 옆 동네도 없을뿐더러 있더라도 전세 값 이 폭등 할 것이 뻔하기에 기존 전세금 가지고는 이사 할 곳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안구 석수3동 주공 아파트 재건축이 시작하자마자 옆 동네인 석수2동 전세값이 폭등했다. 주공아파트에 살던 주민들이 석수2동으로 대거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세입자들은 갑자기 오른 전세 값 때문에 매우 당황했을 것이 뻔하다.

 

안양시, 대규모 개발 수행 할 준비 돼 있는지?  

 

 

안양시가 대규모 건설을 수행할만한 준비가 돼 있는지도 미지수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안양시 건축 행정은 허점투성이다.

 

재건축 인허가 문제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안양2동 향림 아파트는 ‘조합 무효 판결’ 을 받았다. 조합을 설립할 만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조합을 안양시는 인정한 것이다.  피해는 주민들 몫이다.

 

주민들은 지난 2003년 이주했지만 향림 아파트는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시공사인 S건설은 부도가 나서 법정관리 신청에 들어간 상태다. 그야말로 이 지역 주민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안양시는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2009년 안양시 화두는 ‘개발문제’ 가 될 것이다. 안양시 절반인 만안구가 개발 열풍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20일자 보도자료 에서 각종 개발 사업을 지역 주민들이 부응하는 방향으로 차질 없이 추진 할 것이라 선언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안양시가추진한 개발 사업을 보면 아직 검토 단계도 거치지 않은 듯하다. 이 지역을 개발해야 할지 하지 말아야 할지 아직 검토가 돼 있지 않다는 말이다. 더군다나 지금 같은 주먹구구식 행정 밀어붙이기식 행정으로 각종 대규모 개발을 추진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큰일이구나’ 하는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다. 주제 넘는 줄 알면서도 ‘쓴소리’ 를 밷는 이유는 이 때문 이다.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 없이, 세부적이고 치밀한 계획 없이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는 행정이 얼마나 큰 후유증을 낳는지 알기 때문이다.

 

뉴타운 개발을 포함, 안양시 개발계획을 전면 재검토 할 것을 주문한다. 치밀하게 조사해서 대승적 차원에서 대규모 개발이 필요한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만약 개발이 필요하다면 지금까지 실책을 교훈삼아 다시는 실수 하지 않는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이상으로 이필운 안양시장 공과를 짧은 글로 정리해 봤다. 한 가지 덧붙일 말이 있다. 2009년 한해를 정리할 때는 공과를 자체적으로 평가하길 바란다. 자기 얼굴에 스스로 금칠 하는 행위,  쑥스럽지 않은가? 이것이 2008년을 정리하며 던지는 진짜 ‘쓴소리’ 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


태그:#안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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