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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 4년만에 철거예정인 금산천 '큰다리교'.
 준공 4년만에 철거예정인 금산천 '큰다리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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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와 금산군이 완공한 지 4년 된 다리를 철거하고 다시 만들기로 해 전형적인 주먹구구식 행정에 따른 혈세낭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충남도와 금산군은 2009년 금산천 정비와 도시계획도로 개설 및 정비를 위해 하천에 설치된 4개 다리를 모두 철거하고 새로 설치할 예정이다. 사업비는 약 200억원.

이중 철거 예정인 '큰다리교'(길이 20m×폭 12m)는 지난 2004년 12월 31일 7억 3000여만원을 들여 준공했다. 금산군은 이 다리를 완공한 지 4년만에 철거하고 약 10억원을 들여 새로 설치할 예정이다. 철거와 신설로 20억원 가까운 예산이 낭비되게 된 것.

게다가 금산군은 지난 2001년부터 수십 억원을 들여 금산천(1.6㎞) 등에 하천 정화사업을 추진해 왔다.

큰다리교, '아치형'이라고 자랑하더니, 4년만에 철거?

금산군은 아름다운 아치형 다리로 만들었다고 홍보했으나 현재는 아치형으로 노면이 높아 시야를 가리는 등으로 철거가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은 측면에서 본 '큰다리 교'
 금산군은 아름다운 아치형 다리로 만들었다고 홍보했으나 현재는 아치형으로 노면이 높아 시야를 가리는 등으로 철거가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은 측면에서 본 '큰다리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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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군 관계자는 "'큰다리교'의 경우 국지성 집중호우 등 계획 빈도를 80년으로 상향조정하다 보니 다리 폭과 길이가 다소 늘어나게 됐다"면서 "당초 다리 모양을 아치 모양의 타원형으로 놓다 보니 남쪽에 있는 차량이나 상가가 잘 보이지 않아 민원이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 금산군은 큰다리교를 길이 25m로 늘리고 기존 아치형을 평면형으로 재가설할 예정이다.

하지만 '큰다리교'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2004년 12월 금산군이 작성한 '기존 교량 능력검토 결과'에는 집중호우 계획빈도가 80년으로 설정, 계획 홍수위 등이 충분하고 하폭 또한 기존 19m에서 25m로 '개선공사중'이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실제 이 다리는 길이 20m로 건설됐다.

이 때문에 금산군이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철거 이유 아리송한 '금천교', 새로 짓는 다리가 오히려 규모 작아

준공 13년 만에 철거 예정인 '금천교'. 금천교는 철거이유조차 불분명하다.
 준공 13년 만에 철거 예정인 '금천교'. 금천교는 철거이유조차 불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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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12월 작성된 '기존교량 능력검토'에도 금천교는 검토결과 '만족' 평가를 받았다. (위 붉은 선 네모 부분). '큰 다리 교'의 경우에도 당시 '개선 공사중'으로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준공 4년 만에 철거를 앞두고 있다. 큰다리교가 준공된 시점은 이 용역 보고서가 작성된 같은 해 12월이다.
 2004년 12월 작성된 '기존교량 능력검토'에도 금천교는 검토결과 '만족' 평가를 받았다. (위 붉은 선 네모 부분). '큰 다리 교'의 경우에도 당시 '개선 공사중'으로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준공 4년 만에 철거를 앞두고 있다. 큰다리교가 준공된 시점은 이 용역 보고서가 작성된 같은 해 12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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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철거예정인 금천교는 지난 1995년 12월 31일 준공했다. 이 또한 준공한 지 13년만에 철거를 앞두고 있다.

금산군은 "이 다리의 경우 현재 길이 33m, 폭 9m로 설치돼 있으나 철거 후 길이 34m(폭 9m)로 확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작성된 '교량계획 개요' 용역보고서에도 현 금천교를  길이 33m×폭 9m, 향후 계획규모를 길이 34m×폭 9m로 기재해 놓았다.  

하지만 이 다리에 설치된 표지판에는 길이 35m, 폭 10m로, 오히려 철거 후 재가설 예정인 계획 교량보다도 현재 설치된 다리가 더 큰 것으로 돼 있다. 또 지난 2004년 12월 작성된 '기존교량 능력검토' 용역 보고서에는 계획 하천 하폭(33m)에 비해 교량 길이가 넓어(35m) '만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군이 철거하려는 이유조차 불분명한 셈이다.

금산읍에 사는 한 주민은 "'큰다리교'를 새로 만들 당시에 군청에서 아치형 새 공법으로 공사를 했다고 한바탕 자랑을 늘어 놓은 바 있다"며 "불과 몇 년만에 아치형이라 문제가 있다며 멀쩡한 다리를 헐어 생돈을 날리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수해가 있는 것도 아닌데 엄청난 돈이 들여간 멀쩡한 다리를 장난감 부수듯하는 데다 철거 이유 또한 불분명하다"며 "그런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군 관계자는 철거가 아닌 교량 개선만으로 가능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시공사에서 철거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며 "예정대로 조만간 교량 철거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산군은 오는 2011년까지 국비와 도비(40%) 약 200억원을 투입해 금산천에 설치된 '큰다리교'와 '금천교' '시장교' '금성교' 등 4개 다리를 철거 후 재가설하고 하천과 도로를 정비할 예정이다.    

금산군이 시행중인 금산천 정비에 따른 교량 철거 및 신설 계획 조감도
 금산군이 시행중인 금산천 정비에 따른 교량 철거 및 신설 계획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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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금산군, #다리철거, #예산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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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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