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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고 했다. 그러나 사회의 모든 갈등을 녹이고 매듭을 풀어야 할 국회에서 정작 이런 격언은 마이동풍이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31일 오전에 '국회 의장단 및 여야 3당 대표-원내대표 회담'(9자회담)을 긴급 제안해 극적 타결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을 갖게 하는 듯했다. 그러나 9자회담 제안은 몇 시간만에 사실상 무산됨으로써 이제 무력충돌의 외길 수순만 남게 되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강경파가 득세하는 상황이어서 협상 결렬은 어느 정도 예상된 바다. 그러나 중재자의 역할을 해야 할 당사자가 앞장서 판을 깬 것은 아쉬움이 남게 하는 대목이다.

 

이윤성 부의장, 한나라당 강경론 대변...선진당, 막판까지 중재 대조적

 

이윤성 국회부의장은 9자회담 제안에 대해 "국회 정상화와 절차적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국민들의 여망에 부응할 수 없다고 생각해 참석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의장 부재시 사회권을 이어받는 부의장이 앞장서서 의장의 중재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이 부의장은 "절차적 민주주의가 무시되고 국회 본회의장과 의장 집무실이 점거되어 있는 상황 속에서 국회의장단-정당 대표-원내대표 회담이 개최되는 것은 격화소양(隔靴搔癢)의 감이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갈등의 중재자가 한나라당 강경파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한 것이다.

 

이에 반해 자유선진당은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날카롭게 대립한 가운데서도 막판까지 제3당으로서 중재 노력을 기울여 주목을 끌었다.

 

권선택 선진당 원내대표는 비록 최종결렬로 끝났지만 어젯밤까지 4차례의 원내대표 회담을 중재했다. 이회창 선진당 총재도 오늘 11시에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정세균 대표와 회동한 데 이어 11시30분에는 한나라당 대표실에서 박희태 대표와 연쇄회동을 갖고 제3당 대표로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1월 9일부터 문국현 대표가 선진창조모임 원내대표

 

그러나 ▲점거농성을 풀지 않는 한 참석을 거부하겠다(이윤성) ▲직권상정 및 강행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 없이는 의장실 농성을 풀 수 없다(민주당) ▲먼저 점거농성을 풀어야 회담 참석을 고려해보겠다(한나라당)는 강경론에 막혀 더 이상의 진전을 이뤄내지는 못했다.

 

선진당의 이같은 중재 노력은 창조한국당과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할 때 약속한 대로 내년부터 원내교섭단체 대표를 문국현 창조당 대표에게 넘겨줘야 하는 현실을 고려해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문국현 대표는 이번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는 1월 9일부터 선진과창조모임 원내대표를 맡게 된다. 대화와 타협이 실종한 극한 국회에서 선진창조모임의 다수파인 선진당도 해내지 못한 조정력을 3인 소수파 대표인 그가 발휘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태그:#이윤성, #선진당, #문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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